1. 사람은 언제나 ‘나와 그것’이라는 세계와 ‘나와 너’라는 세계를 마주하게 된다. ‘나와 너’의 세계는 실재의 세계인데 반해‘나와 그것’의 세계는 내가 주체가 된 세계로, 내가 모든 것의 주인이 됨으로 세상을 대상화하고 그것을 탐구하는 세계를 의미한다. 학문의 세계가 그 전형적인 예가 된다. 학문의 세계는 내가 대상화된 그것을 탐구하는 세계이다. ‘나와 그것’의 세계에서는 ‘그것’이 무엇인가는 문제가 되지 않고, 나를 중심으로 한 ‘그것’만이 있다. 그래서 ‘나와 그것’의 세계에서의 앎은 ‘보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To see is to know'라는 말이 있다. ‘보는 것은 아는 것이다’라는 말이다. ‘너와 그것’의 세계는 그래서 관찰의 세계이다. 자세히 보고, 열심히 살피며 왜 그런가를 연구하는 것이 바로 학문의 세계이다. 그러나 ‘나와 그것’의 세계가 학문의 세계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학문의 발전은 삶의 발전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우리는 학문적인 발전을 바탕으로 과거에 누리지 못한 삶이 풍요를 누린다. 문제는 이런 삶의 풍요가 ‘너와 나’의 관계를 ‘나와 그것’과의 관계로 변질시키는데 있다. 사람과 사람의 인격적인 관계가 사람과 그것의 관계로 변하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삶의 이익을 위해 사람들을 이용하게 된다.

그러나‘너와 나’의 세계는 나만이 중심인 세계가 아니라 ‘나와 너’가 함께 있는 세계이다. 나의 존재는 너를 통해서 그리고 너의 존재는 나를 통해서 드러난다. 아코비(F.H.Jacobi; 1743-1819)라는 독일의 철학자는 일찍이 ‘너 없이는 나라는 존재는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즉, 인간의 존재는 ‘너’를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부버는 ‘나와 너’를 근원어라고 말한다. 따라서‘나와 그것’과는 달리 ‘나와 너’의 세계는 ‘관찰’ 혹은 ‘봄’의 세계가 아니다. ‘나와 너’의 세계는 ‘들음’을 바탕으로 한다. 즉, 듣는 것이 아는 것(To hear is to know)'이 되는 세계이다. 그래서 ‘나와 너’의 세계는 이야기하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따라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너’를 나와 다른 인격으로 인정함을 전제로 한다.

2. 이사야1:18에서 ‘오라 우리가 서로 변론하자’는 말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하나님의 ‘너’로 인정하셨다는 것이다. 이사야 시대의 이스라엘 사람들은 ‘나와 하나님’과의 관계를 ‘나와 그것’의 관계로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과도한 제사를 드리며, 그 제사가 자신들을 위기에서 구원해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신들의 유익을 위해 ‘너’이신 하나님을 ‘그것’으로 바꾸었다. 이런 것을 우리는 우상숭배라고 말한다. 이렇게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를 나와 그것의 관계로 바꾼 사람들을 향해 하나님께서는 ‘너희가 내 앞에 보이러 오니 이것을 누가 너희에게 요구하였느냐 내 마당만 밟을 뿐이니라 / 헛된 제물을 다시 가져오지 말라 분향은 내가 가증히 여기는 바요 월삭과 안식일과 대회로 모이는 것도 그러하니 성회와 아울러 악을 행하는 것을 내가 견디지 못하겠노라(이사야1:12-13)’라고 말씀하신다. 이들이 하나님께 드렸던 제사는 ‘너와 나’의 관계에서 ‘진정과 신령’으로 드려지는 예배가 아니라, 자신의 영적 안정을 확인하기 위한 자기중심적인 제사, 즉 나와 그것의 세계 안에서의 행위였다는 말이다. 이런 신앙의 왜곡은 삶에서 신앙적 혼합주의로 나타난다. 나봇의 포도원을 보고 갖고 싶어하는 욕심과 바알적인 삶의 태도가 나봇을 죽이고 빼앗는 나봇의 포도원 사건을 일으킨 것처럼, 신앙적인 외곡이 일어나게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신앙적인 왜곡에서 벗어나기 위해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를‘하나님과 이야기할 수 있는 나의 관계’로 만들기를 원한다.

3. 종교적 혼합주의에 빠져 ‘하나님과 나’의 관계를 ‘나와 그것’의 관계로 바꾼 이스라엘백성들을 향해 하나님은 변론을 제안하신다. 하나님의 제안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을 ‘나와 그것’의 관계로 이해하고 있을 지라도 하나님께서는 그의 백성들을 ‘나와 너’의 관계로 부르시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들을 향해 너를 낳아준 어미는 너를 잊을지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않겠다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나와 그것’의 관계는 불필요하면 잊어버리고, 외면하는 관계이지만, ‘나와 너’의 관계는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관계이기 때문에 결코 잊을 수 없다. 그래서 하나님은 ‘너희가 즐겨 순종하면 땅의 아름다운 소산을 먹을 것이요 / 너희가 거절하여 배반하면 칼에 삼켜지리라 여호와의 입의 말씀이니라(이사야1:19-20)’라고 말씀하신다. 이야기는 듣고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들은 자들의 삶은 말한 자의 말에 순종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는 과도한 제사의식으로는 하나님과의 관계가 회복될 수 없고,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가 ‘나와 너’의 관계로 다시 만들어지고, 즉, 하나님과 함께 변론하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들음으로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축복을 누릴 수 있다고 말한다.

4. 우리는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가 ‘나와 그것’의 관계로 변질되기 쉬운 시대를 산다. 모든 것을 ‘나와 그것’의 관계로 바꾸는 것이 맘몬이고, 이 세상이 맘몬이 지배하는 세상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바울은 말세에는 ‘사람들이 자기를 사랑하며 돈을 사랑하며 자랑하며 교만하며 비방하며 부모를 거역하며 감사하지 아니하며 거룩하지 아니하며 / 무정하며 원통함을 풀지 아니하며 모함하며 절제하지 못하며 사나우며 선한 것을 좋아하지 아니하며 / 배신하며 조급하며 자만하며 쾌락을 사랑하기를 하나님 사랑하는 것보다 더하며 / 경건의 모양은 있으나 경건의 능력은 부인(디모데후서3:2-5)’하는 시대를 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말세의 특징 가운데 첫 번째 것이 바로 ‘자기를 사랑하며 돈을 사랑하는’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시대 속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하나님과 나’의 관계를 ‘나와 너’의 관계로 재정립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 교회의 2017년 비젼이 ‘오라! 하나님과 함께 이야기하자!’이다. 하나님과 함께 이야기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이다.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을 위해 우리는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믿고, 하나님께 나아가는 자들에게 하나님께서 상을 주심을 믿으며 담대히 나간다. 그런 2017년이 되기를 기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