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엘 엔데(Michael Ende : 1929-1995)라는 독일 작가가 쓴 ‘모모’라는 동화책이 있다. 모모라는 작은 아이와 시간도둑들하고의 한판 승부를 이야기하는 책인데, 여기서 모모라는 아이는 시간이 만들어지는 곳을 찾아가게 된다. 이야기의 전개상 시간은 한 시간(60분) 단위로 만들어져 사람들에게 공급되는데, 시간 도둑들은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시간을 그럴듯한 속임수로 훔치게 된다. 어린 모모는 항상 친구들하고 시간을 나누며 살았는데, 어느 날 친구들이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친구들을 찾아다니면서 시간 도둑들의 정체를 알게되고, 급기야는 그들과 싸워 그들이 훔친 시간을 원래 주인들에게 되돌려주는 일을 하게 된다. 모모는 시간 도둑들과 싸우면서 시간이 만들어지는 곳을 찾아가서 ‘꽃’으로 표현된 시간을 본다. 시간은 매번 새롭게 만들어질 때마다 다른 모양의 꽃으로, 먼저 번 것보다는 언제나 아름답고 찬란한 모양으로 만들어진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사람들의 시간은 시간 도둑들에게 도난당해 그들의 시간 금고에 얼려진 상태로 보관된다. 사람들은 도난당하고 남은 자신들의 시간으로 삶을 산다. 그래서 사람들은 언제나 바쁘고 여유가 없다. 즉, 사람들은 ‘바쁘다’ 혹은 ‘급하다’라는 생각 때문에 자기만의 시간에 갇히게 되고 결국 이웃과의 관계가 단절되고, 일에만 매달리며 살게 된다. 그리고 지금도 우리는 시간도둑에게 시간을 빼앗기는 삶을 산다. 너무 많은 일 때문에.. 그리고 너무 바쁘기 때문에.. 그리고 너무 시간이 없어 나를 잃어버리고, 이웃과는 단절된 삶을 산다.

모모를 통해 미하엘 엔데가 이야기하는 것은 삶의 여유로움이 없어진 현대사회에 대한 비판이다. 놀아야 할 때는 항상 친구가 필요하던 때가 있었다. 친구가 있어야만 구술치기도 하고 소꿉놀이도 하고 때로는 싸우기도 했다. 그리고 싸움이 일어나면 언제나 친구들이 모여 싸움을 말리거나 편들어 주면서 삶을 나누었다. 그래서 어릴 때 친구들과 어울렸던 사람들은 항상 어울림이 필요하다. 어울림 속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게 되고, 삶의 이유를 찾게 된다. 그런데 현대 사회가 되면서 혼자서 놀수 있게 됐다. 어울림이 없어졌다는 말이다. 혼자서 놀고,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서 영화도 본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점점 바빠지고, 바쁘기 때문에 더욱 무엇인가를 혼자하려 한다. 시간을 빼앗기지 않아야 하니까 말이다. 이런 현상은 시간을 양으로 보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미하엘 엔데의 동화에서는 시간의 양에 매달리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시간의 물리적인 양은 누구나 같다. 매년 1월 1일에 받아든 일 년이라는 시간의 양은 누구에게나 같다. 그리고 우리는 이 시간의 양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계획을 세운다. 하루에 한 시간씩 영어 공부를 하면 1년 후에는 영어를 잘할 수 있다든가 혹은 하루 30분 운동하면 건강해 질 수 있다든가의 이야기는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하는가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하는가는 과거에도 현대에도 그리고 미래에고 중요한 문제이고, 어떤 면에서는 지혜롭게 살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시간의 양을 중시하는 삶은 쉽게 시간도둑의 타겟이 될수 있다.

2017년이 되었고, 누구나 똑같이 받아든 1년이라는 시간 앞에서 우리는 다시 나의 일에 매몰되어 시간이 없어서 하나님과 이야기할 수 없고, 교회를 나올 수 없고, 성경공부에 참여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시간이 없기 때문에 언제나 바쁘고, 언제나 여유 없기 때문에 교회 나오고, 이웃과 삶을 나누고, 또 기도하는 일이 벅차다고 이야기한다. 과연 그럴까? 시간의 양이 아니라 시간의 질을 따지면 어떻게 될까? 우리의 시간 안에 하나님을 모시는 일이고, 우리의 시간의 주인이 하나님이심을 고백함으로 주어진 시간을 소중하게 간직한다면, 우리의 시간 안에 하나님을 모시고, 시간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의지한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새로운 가치를 갖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