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울은 믿음으로만 이해되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에 대하여 ‘때가 차매 하나님이 그 아들을 보내사 여자에게서 나게 하시고 율법 아래에 나게 하(갈라디아4:4)’하셨다고 말했다. 이 때는 그레코 로마시대의 종교적인 혼잡스러움에 지친 때였고, 로마를 중심으로 온 세상을 뻗어나갈 수 있는 도로망이 구축된 때였고, 무엇보다도 영적인 어두움이 가득했던 때였다. 당연히 예수님이 오셔야할 때이고,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오셨다.

성경은 예수님은 ‘여자에게서 나게 하’셨다고 말한다. 그래서 바울의 시대로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성탄절이 다가오면 한 번쯤은 그리고 어디에선가는 반드시 예수님의 탄생에 대한 의문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수님을 마리아가 요셉과 혼인하기 전에 다른 남자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라든지 아니면, 마리아와 요셉 사이에서 결혼하기 전에 태어난 아이라든지 이야기들이 그것이다. 이런 이야기의 바탕에는 여자 혼자서는 절대로 아이를 잉태할 수 없다는 인과적인 자연법칙이 있다. 아니, 하나님의 피조물인 인간이 하나님의 일을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이 가진 한계가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동정녀 탄생 역시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고, 그렇기 때문에 예수님의 탄생은 전적으로 믿음의 영역에 속한다. 즉, 예수님의 탄생은 우리가 매주 ‘이는 성령으로 잉태하사 동정녀 마리아에게 나시고...’라는 신앙고백처럼 믿음으로만 이해할 수 있는 영역이다.

믿음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보아야 바울같이 그리스도 안에서 발견되기 위해 과거에 추구했던 모든 것을 배설물로 여기는 그리스도인이 된다. 마찬가지로 믿음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보아야 십자가에서 죽으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보면서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고백했던 백부장이나, 고넬료(사도행전10:1) 혹은 빌립보 강가에서 바울이 만난 루디아(사도행전16:14)같은 이방인일지라도 예수 그리스도의 백성이 된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예수 그리스도는 ‘성령으로 잉태하사 동정녀 마리아에게’나셨다는 고백을 하게 된다. 그리고 믿음으로 예수님의 탄생을 이해할 때 히브리서 기자처럼 예수님을 ‘우리에게 있는 대제사장은 우리의 연약함을 동정하지 못하실 이가 아니요 모든 일에 우리와 똑같이 시험을 받으신 이로되 죄는 없(히브리서4:15)’으신 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예수님은 ‘율법 아래에 나’셨기 때문에 우리의 연약함이 무엇인지를 아실뿐 아니라, 예수님은 우리와 같은 시험을 당하셨지만 우리가 받아야 하는 율법의 저주를 대신 지시기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셨고, 그 때문에 우리가 나음을 얻었고, 죄의 권세로부터 자유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즉, 예수님의 성육신, 즉 성탄은 ‘나 같은 죄인 살리신 주 은혜 놀라워..’라는 찬송가 가사처럼 우리를 살리시기 위한 하나님의 역사하심이고, ‘영접하는 자 곧 그 이름을 믿는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를 주(요한복음1:12)’시기 위한 하나님의 일하심이고, 더 나아가 ‘양으로 생명을 얻게 하고 더 풍성히 얻게 하려는(요한복음10:10)’ 하나님의 희생일 뿐 아니라, 우리와 함께하시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의 성취이다.

이런 성탄의 의미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믿음으로 받아들일 때만 이해된다. 그래서 성탄을 이해하는 자들은 과거 동방박사들처럼 태어나시는 왕을 위해 예물을 준비할 수 있지만, 성탄을 이해하지 못하는 자들은 헤롯처럼 아이를 죽이려고 혈안이 된다. 그래서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이 과학적 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면서 인간적인 상상력으로 ‘이는 성령으로 잉태하사 동정녀 마리아에게 나시고...’라는 신앙고백을 부정한다. 그러나 믿음으로 예수의 탄생을 받아들이는 자들에게는 예수님의 탄생이 소외당하던 목자들에게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누가복음2:14)’로 알려진 것처럼 그리스도 안에서 평화를 누리게 된다. 예수 안에 있는 우리는 성탄을 통해 평화를 누린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평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