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보이차를 즐겨 마시는데,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 같이 강한 향이나 특별한 맛을 느껴본 적은 별로 없다. 차에 대하여 잘 아는 사람들은 보이차에는 보이차의 독특한 향과 맛이 있다고 한다. 그들은 보이차에는 대추향도 나고, 연꽃 향도 나고 또 오래된 차에서 느낄 수 있는 진향이라는 향이 난다고 한다. 또 꿀 향기도 난다고 한다. 그러나 연꽃 향을 맡아본 적이 없고, 오래된 차의 냄새를 맡아본 적이 없기에 나는 보이차를 마시면서 풀냄새 비슷한 기분 나쁘지 않은 향을 아주 가끔 느낀다. 물론 내가 느끼는 보이차 향이 차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그런 향들일 수 있겠지만 나는 내가 맡는 차의 향이 무엇인지 뭐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 차의 맛도 역시 차전문가들은 차를 마시고 난 후에 단맛이 올라온다는 회감이 어쩌고저쩌고 하지만 가끔 느끼는 단 맛 외에는 별로 느껴본 적이 없다. 나는 차를 그냥 차 마시는 것이 좋아서 마신다.

차를 마시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왜 차를 마시는가라는 질문을 받는다. 어떤 사람은 아주 논쟁적으로 차를 마시면 얻어지는 효과가 무엇인가를 묻기도 하고,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중국차, 특별히 보이차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차를 마시면 혈액의 코레스톨 수치가 몇 %가 떨어진다느니 혹은 차에는 항암효과가 있다느니 하는 이야기는 차를 광고함으로 차를 팔려고 하는 사람들이 연구하는 분야다. 차를 품위있게 마시는 법이나 차를 마실 때 필요한 다구의 종류들에 대한 소개도 주로 차를 판매하는 사람들이 개발해 낸다. 차를 판매하는 것이 목적인 사람들은 차의 효능, 차의 종류, 차를 마실 때 필요한 다구들을 연구하고 개발하여 판매한다. 그뿐 아니라 어떻게 차를 만드는 것이 가장 좋은 차를 만드는 방법인가 혹은 어디에서 난 찻잎이 가장 맛있는 차가 되느냐 등도 차를 연구하는 사람들의 논쟁거리이다. 그러나 나는 차를 마시면서 차에서 나는 향이 무엇인지에 별 관심이 없다. 무슨 맛인지를 연구하며 마시지 않는다. 물론 나는 좋은 차를 구하고 맛있게 차를 마시기 위해 공부도 하지만, 차에 대하여 잘 모른다. 그냥 차를 마시면 기분이 좋으니까 마신다.

히브리서가 씌여질 때는 지나간 박해의 상처가 다 아물기 전이었고, 다가오는 박해에 대한 공포가 믿음의 공동체를 위협하던 때였다. 이런 위기와 역경 앞에서 그리스도 공동체에 요구된 것은 믿음은 삶으로 드러나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믿음에 대하여 연구하게 되었을 것이다. 소위 히브리서의 저자가 이야기하는 ‘그리스도의 도의 초보’를 사람들은 공부하고 연구했을 것이다. 우리 역시 믿음에 대하여 연구하고 또 토론하기도 한다. 이렇게 믿음은 충분히 연구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믿음은 연구의 대상으로만이 아니라 삶이다. 히브리서에서 ‘우리가 그리스도의 도의 초보를 버리고 죽은 행실을 회개함과 하나님께 대한 신앙과 / 세례들과 안수와 죽은 자의 부활과 영원한 심판에 관한 교훈의 터를 다시 닦지 말고 완전한 데로 나아갈지니라(히브리서6:1-2)’라고 말하는 이유도 믿음이 삶이기 때문이다. 믿음이 연구와 토론의 주제에만 머물고 삶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면 그리스도인다울 수 없다. 믿음은 그리스도인의 삶 그 자체이다.

나는 오늘도 차를 마신다. 차를 마시면 기분이 좋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산다. 하나님을 믿는 ‘믿는 자’로서의 하나님께서 살아계심을 그리고 살아계신 하나님께서 나를 사랑하신다는 것을 믿음으로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