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시간의 흐름을 타고 그 의미도 변하지만 사용하는 어법도 변한다. 예를 들어 부부를 의미하는 말 가운데 ‘내외(內外)’라는 말이 있었다. ‘내(內)’는 집에서 일하는 아내를 의미하고, 그 때문에 우리 아버지는 사람들에게 어머니를 이야기하실 때 ‘안사람’ 혹은 ‘내자(內子)’라고 말하셨다. 그리고 어머니도 다른 사람들에게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를 말씀하실 때 ‘바깥 양반’이라고 말하셨다. 요즘은 부부를 ‘내외’라고 말하는 경우도 드물지만, 아내가 남편을 이야기할 때 ‘우리 자기’라는 말로 혹은 ‘우리 아빠’등으로 말할 때도 있었고, 지금은 ‘오빠’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래도 얼마 전까지는 이런 변화를 대충 이해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너무 빨리 말이 변하기 때문에 주변에서 사용하는 말을 이해하기가 힘들게 됐다. 특히 요즘 젊은이들은 긴 말은 줄여서 말하고, 휴대폰에 입력하는 과정에서의 탈자나 오자로 만들어진 잘못된 단어가 그대로 일상적인 말로 사용되기도 하고, 외국어를 조합해 만든 새로운 말을 사용한다. 그래서 요즘 아이들의 말을 이해하는 것은 어려움 그 자체이다. 물론 요즘 아이들 역시 기성세대의 말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아니,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말을 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듣는 흉내는 낼지언정 듣지는 않을 것이다. 세대 간의 소통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대화가 안된다는 의미이다. 말 자체의 의미와 말을 사용하는 방법이 변해서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가 듣기 원하는 것만 듣고, 자기가 말하기 원하는 것만 말하기 때문에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래서 사람들은 같은 말을 들으면서 어떤 사람은 친근감을 또 어떤 사람은 적대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친근감을 느끼는 사람들끼리 혹은 적대감을 느끼는 사람들 끼리 편 가름을 한다. 이런 편 가름이 바벨탑의 언어 혼잡의 이유가 아닐까? 창세기11장에서 ‘온 땅의 언어가 하나요 말이 하나였(창세기11:1)’던 때 사람들은 ‘성읍과 탑을 건설하여 그 탑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 이름을 내고 온 지면에 흩어짐을(창세기11:4)’ 면하기 위해 단을 쌓았던 바벨탑 사건을 이야기한다.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은 하나님의 이름을 드러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이름을 내고 온 지면에 흩어짐을 면하게’하자는 것으로 하나님을 기쁘게 하는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하나님은 바벨탑을 쌓는 사람들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여 그들이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창세기11:7)’하심으로 사람들이 쌓으려는 바벨탑을 쌓지 못하게 만드신다. 물론 창세기 11장은 세상에 많은 민족과 많은 말이 있는 이유를 설명하는 기원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바벨탑 사건에서 같은 목표를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그 목표가 올바르지 않을 때, 즉 하나님께서 인정하는 일이 아닐 때 하나님은 언어의 혼잡으로 인간들의 목표를 꺾으셨음을 본다.

선한 목표를 빙자해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자들은 당연히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말의 뜻을 바꾸거나, 말을 사용하는 법 역시 달리한다. 그리고 결국 말이 통하는 사람들끼리 모임으로 편이 갈라짐으로 하나님의 뜻에서 어긋난 사람의 목표는 실패하게 된다. 이런 일은 때로 가족이나, 교회, 그리고 나라에서도 일어난다. 더욱이 요즘은 자기의 잘못을 덮으려고 거짓말을 하거나 자기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생각만 고집스럽게 말함으로 갈등이 일어나는 시대를 산다. 교회의 일을 자기의 유익을 얻는 방편으로 삼는 사람들의 모습 속에서, 그리고 세월호로 인해 일어난 참사부터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백남기 농민의 이야기 속에서 회복되어야 할 언어의 혼잡을 보게 된다.

사도행전 2장에서 성령의 역사를 통한 언어 혼잡의 회복을 본다. 기도로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으로만 언어의 혼잡이 깨진다는 말이다. 최소한 교회에서는 그래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