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히브리인들 가운데 스스로를 팔아 다른 사람의 종이 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종을 산 사람은 7년이 되면 종을 풀어주어야 하고, 종은 몸값을 물지 않고 나가서 자유인이 될 수 있는데(출애굽기21:2), 자유인이 될 때는 종으로 살면서 얻은 처자는 주인의 것이기 때문에 단신으로 나가야 한다(출애굽기 21:4). 그러나 그가 자기 처자를 사랑하고, 또한 주인을 사랑함으로 자유인이 되지 않으려할 때는 ‘상전이 그를 데리고 재판장에게로 갈 것이요 또 그를 문이나 문설주 앞으로 데리고 가서 그것에다가 송곳으로 그의 귀를 뚫을 것이라 그는 종신토록 그 상전을 섬기리라(출애굽기21:6)’라고 규정한다. 이때 송곳으로 귀를 뚫음으로 남은 흔적이 바로 바울이 ‘이 후로는 누구든지 나를 괴롭게 하지 말라 내가 내 몸에 예수의 흔적을 지니고 있노라(갈라디아6:17)’라고 말한 예수의 흔적이다. 즉, 예수 안에 있는 사랑에 겨워 ‘스스로 예수님의 종이 되었다’는 말이다.

바울이 이렇게 자기 몸에 예수의 흔적이 있음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갈라디아 교회가 바울이 전해준 복음을 의심했고, 때문에 바울의 사도적 권위를 부정하려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울은 자신이 전해준 복음 이외의 다른 것을 따라가려는 자들을 향해 ‘다른 복음은 없나니 다만 어떤 사람들이 너희를 교란하여 그리스도의 복음을 변하게 하려 함이라 / 그러나 우리나 혹은 하늘로부터 온 천사라도 우리가 너희에게 전한 복음 외에 다른 복음을 전하면 저주를 받을지어다(갈라디아서1:7-8)’라고 말했다. 바울에게 있는 예수의 흔적은 바울이 주님께 받은 복음만을 갈라디아 교회에게 전했다는 것이고, ‘이전에 유대교에 있을 때에 행한 일을 너희가 들었거니와 하나님의 교회를 심히 박해하여 멸하고 / 내가 내 동족 중 여러 연갑자보다 유대교를 지나치게 믿어 내 조상의 전통에 대하여 더욱 열심이 있었(갈라디아서1:13-14)’던 바울이지만, 예수님을 만나고 난 이후에는 예수님의 복음을 위해 충성하는 자가 되었고, 그 복음을 갈라디아 교회에 전해 주는 삶을 사는 것이 바로 바울에게 있는 예수의 흔적이라는 말이다. 이 ‘예수의 흔적’이라는 말을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식대로 하면 나를 사랑하신 예수님을 사랑함으로 우리의 삶에 드러나는 ‘그리스도인다움’이 아닐까?

우리는 때로 ‘그리스도인다움’을 교회 출석하는 것, 헌금 내는 것, 혹은 술 담배를 하지 않는 것등으로 국한시킬 때가 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다움’은 그리스도를 사랑함을 바탕으로 한다. 나보다는 그리스도를 먼저 드러내는 삶이 그리스도인다운 삶이다. 그리스도인다움을 가장 확실하게 말하는 것은 역시 ‘항상 기뻐하라 / 쉬지 말고 기도하라 / 범사에 감사하라(데살로니가전서5:16-18)’는 바울의 말이다. 바울은 이렇게 기뻐하고, 기도하고 감사하는 것을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바울은 옥중에서 쓴 빌립보서에서 ‘기뻐함’을 말할 수 있었을 것이고, 에베소서에서는 하나님의 전신갑주를 이야기하면서 기도함을 말하면서 에베소 교인들을 향햐 기도해 달라고 말했을 것이다. 그것도 자신의 안위가 아니라 ‘내게 말씀을 주사 나로 입을 열어 복음의 비밀을 담대히 알리게 하옵소서(에베소서6:19)’라고 말이다. 복음의 비밀을 담대히 말하는 것이 바울에게 있는 예수의 흔적이고, 바울이 그리스도인답게 사는 모습이라는 말이다.

유대인들은 ‘하나님의 백성다움’을 율법에서 찾으려했고, 그래서 자신들처럼 율법을 따르지 않는 자들은 ‘하나님의 백성답지 않다’고 주장하면서 무시하고, 미워하기 까지 했다. 그러나 예수님은 ‘하나님의 백성다움’을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하는 것으로 이야기하신다. 그런 자들은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의를 구하는 자들이고, 하나님을 하나님으로 인정하는 ‘그리스도인다운’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예수님을 사랑함으로 예수의 흔적을 드러내는 그리스도인답게 사는 우리가 되기를 기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