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해 정신 심리 분석 분야에서 사용하는 라포(rapport)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마음이 서로 통하여 무슨 일이든지 말할 수 있는 상담자와 내담자사이에 형성된 신뢰의 관계를 의미한다. 라포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상담자는 내담자의 말에 공감하거나 지지함으로 대화를 하고자 하는 열망과 의지가 있음을 내담자가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라포가 형성되었을 때 내담자는 문제 해결을 위해 내려지는 상담자의 적절한 조치를 따라가게 되고, 상담으로 인한 적절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가정에서 부모는 아이가 성장하면서 경험하게 되는 고통이나 스트레스를 막아주기도 하고, 또 성장에 필요한 스트레스를 제공함으로 아이가 더욱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런데 부모와 자식 사이에 라포가 형성되지 않았다면 아이는 부모의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고, 부모는 아이의 태도를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라포가 형성된다는 말은 어떤 관계에서든 한쪽이 다른 쪽의 관심을 계속 끌면서 삶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문제가 해결된 삶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줄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나님은 그의 백성들을 사랑하심으로 아무것도 염려하지 말라고, 수고하고 무거운 짐을 진 자들은 다 나에게 나아오라고, 목마른 자들은 돈 없이 와서 물을 마시라고 말씀하심으로 라포를 만들어 가신다. 이런 하나님의 모습을 스바냐 선지자는 ‘너의 하나님 여호와가 너의 가운데에 계시니 그는 구원을 베푸실 전능자이시라 그가 너로 말미암아 기쁨을 이기지 못하시며 너를 잠잠히 사랑하시며 너로 말미암아 즐거이 부르며 기뻐하시리라 하리라(스바냐3:17)’라고 말했다. 우리를 기뻐하시며 사랑하시는 하나님은 우리의 머리털까지도 세시고 우리의 침 삼키는 순간도 놓치지 않으시고, 우리를 위해 주무시지도 졸지도 않으신다. 교회는 그런 하나님의 사랑을 믿음으로 하나님과 라포를 만든다. 하나님 사랑과 은혜에 근거해서 하나님과 성도 사이에 만들어지는 라포를 나눔으로 교회는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하나님께서 얼마나 우리를 사랑하시며, 그 사랑으로 어떻게 우리를 구원하셨는가를 이야기할 수 있다. 그리고 하나님의 사이에서 형성된 라포를 바탕으로 삶에 지친 자들에게 힘을 줄 수 있다. 교회는 하나님의 사랑으로 하나님을 모르는 이웃을 섬김으로 이웃들과 라포를 형성한다. 이웃과 라포가 형성되지 않은 교회에서 하나님의 사랑과 자비로움을 이야기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고, 더욱이 이 땅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한다는 것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울산에서 농성을 하던 노동자들은 카돌릭 신부들에게 중재를 부탁했는데, 그때 중재를 부탁한 사람들의 “신부님들은 우리를 진심으로 도와줄 것 같았습니다.” 라는 말이 개신교 목사로서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때 그곳의 노동자들과 교회와는 라포가 형성되지 않았고, 당연히 지역 교회의 목사님들에게 도움을 청해보았자 의미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교회가 교회로서의 역할을 못했다는 증거라고 말하면 너무 극단적일까?

하나님과 교회 사이에 만들어지는 라포는 하나님의 사랑과 그 사랑에 대한 믿음이고, 세상을 향해 교회가 빛과 소금이 되도록 만든다. 소금의 역할을 못하는 교회, 즉 하나님을 모르는 사람들과 라포를 만들지 못한 교회는 밖에 버려져 밟히고,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한다. 그때 그 울산의 노동자들이 교회를 외면했던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