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알던 목사님 한분은 식도락가이다. 그분의 모든 이야기는 먹는 것으로 끊을 맺는다. 심지어 그 목사님은 외국을 다녀와도 처음에는 다녀온 나라의 사람들이나 문화 혹은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한다는 등의 이야기가 그곳에서 먹은 음식에 대한 이야기로 변한다. ‘기승전 먹는 것’이다. 또 광주에서 만났던 어느 장로님은 주로 세계 여행에 대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즐겨 보는데, 그분은 다른 나라의 이야기를 보고 들으면서 그 나라에서는 어떤 방식의 선교가 효과가 있을까를 생각한다고 한다. 그분은 언제나 ‘기승전 선교’의 틀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어떤 사람은 ‘기승전 음악’인 경우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기승전 연애’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사람은 가장 관심있는 것들을 말한다.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끊임없이 먹는 것을 방송하는 ‘먹 방’이나, 어떤 특별한 지역을 소개하는 관광안내 혹은 건강에 대한 프로그램이 주류를 차지하는 이유는 그만큼 사람들이 먹는 것, 여행 그리고 건강에 관심이 많다는 이야기이다.

교회 안에서도 그리스도인이라면 당연히 관심을 가지는 것들이 있다. 제임스 파커 같은 사람은 ‘하나님을 아는 지식’이라는 책에서 그리스도인이라면 ‘기승전...’ 다음에는 항상 하나님이 나와야 한다고 말한다. 파커에 따르면 ‘기승전 하나님’을 말하는 사람은 하나님께서 살아계시고, 일하심을 아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예수님께서는 ‘기승전 ....’ 다음의 말을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의’라고 이야기하신다. 예수님은 ‘기승전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의’이라는 생각의 틀을 제자들에게 요구하신다.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의’라는 결론을 8복에서는 의에 주리고 목마르는 것과 의를 위해 박해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말씀하신다. 그 외에도 교회는 ‘기승전 전도’를 혹은 ‘기승전 기도’를 이야기한다. 물론 모든 교회가 다 그렇지 않을 뿐 아니라, 교회의 관심사 역시 변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는 교회의 관심이 하나님, 기도, 전도, 성경연구 등에 있다는 말이다.

언제부턴가 많은 사람들이 ‘기승전’ 다음에 ‘돈’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아주 좋은 가치이고, 올바른 삶을 살아도 그런 삶이 재정적인 이익을 만들지 못한다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대학에서는 취업이 안 되는 인문학이나 기초 과학과 관련된 학과들을 폐지하기도 한다. 텔레비전 방송 같은 매체들은 교양 프로그램보다 먹는 것, 여행, 건강 혹은 오락등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열심을 낸다. 가장 영향력이 있는 방송들이 돈을 위해 ‘기승전 소비자들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어하는 것만 보게 만드는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심은 자신이 듣고 싶은 것을 말하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자기가 보고 싶은 것을 보여주는 사람들에게 열광하게 만드는 사람의 심성과 맞아 떨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점차적으로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어하는 것만 보게 만드는 이야기’에 매몰됨으로 하나님으로 인해 만들어진 절대적인 가치가 붕괴되는 시대를 살게 된다. 교회도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어하는 것만 보게 만드는’ 맞춤형 설교가 유행하게 되고, 일부의 설교학자들은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실존에 맞추어진 설교, 즉 교인들의 가장 큰 관심사 혹은 교인들의 가장 큰 문제점에서부터 설교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은 결국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어하는 것만 보게 만드는 이야기’, 즉 교인들의 관심사만이 설교로서의 가치가 있지 교인들의 관심 밖에 있는 죄나 헌신 혹은 희생등의 가치에 대하여는 설교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슬픈 일이지만, 학문에 정진해야 하는 학교도, 혹은 사람의 생명을 가장 중시해야 하는 병원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만들어진 방송도 그리고 때로 교회도 ‘기승전 돈’의 틀 속에 갖혀있다는 말이다.

‘기승전...’ 다음에 나오는 말이 무엇인가를 생각하자. 우리 입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 우리의 관심사이고, 우리가 목표로 하는 것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