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입니다. 매년 3,4월이면 황사도 찾아들었는데, 작년부터 올해에는 황사보다 더 무서운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날아온다고 난리입니다. 미세 먼지용 마스크가 따로 있을 정도니 말입니다. 올해는 4월이면 어김없이 떨게 했던 꽃샘추위도 별 힘을 못쓰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4월이니까 꽃샘추위나 황사가 한번 정도는 찾아올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매년 4월을 맞이하면서 봄이 겨울의 자리에 대신서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옷 속으로 파고드는 꽃샘 추의의 그 매서움을 언제나 느끼면서도 같은 4월이 한 번도 없었던 것은 참 신기하기만 했었지요. 지금도 역시 그렇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다른 4월을 알리는 것은 길거리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꽃들입니다.

대학 시절 우리 학교 교문에서 바라보이는 개나리는 4월의 날들을 알리는 전령사였지요. 어느 겨울 같은 봄날 추위에 떨며 들어서는 교정 앞에 병풍처럼 서있던 개나리 군(群)은 4월이 오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으니 말이지요. 개나리가 가득 학교를 메우면 그 4월의 날들을 지루하게 만들었던 아지랑이도 학교 가득 서리곤 했고, 그때 젊은 우리들은 4월을 스쳐갔던 많은 사람들을 이야기했지요. 본 훼퍼의 죽음을 이야기했고,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무슨 운동을 하다가 없어져 버린 사람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이야기를 했고, 나 때문에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의 이야기를 했지요. 전도사 시절의 4월은 참 즐거운 4월이었습니다. 농촌 교회 전도사의 눈에 들어오는 시골의 모습은 감탄이 저절로 나오는 변화의 자체였습니다. 특별히 들녘은 어제와 오늘이 달랐고, 그리고 내일을 기대하게 되었지요. 나는 특별히 저녁 들녘을 좋아했는데, 저녁 들녘을 아이들과 함께 걸으면서 농사를 준비하면서 무엇인가를 태우는 얇게 깔리는 연기며 날씨라도 좋은 날이면 길게 드리우는 저녁놀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지요. 나는 교회만 가면 아이들을 불러내어 들로 나가자고 졸랐고, 아이들은 귀찮고 짜증나는 일이었지만 서울에서 온 촌스런 전도사를 생각해서 함께 들로 나가주는 시골스러움이 또 좋았던 날들이었지요,

시간이 흐르면서 또 다른 4월을 광주에서 보냈었지요. 4월은 길거리 가득 목련의 그 화사함으로 메워졌지요. 나는 지금도 동명동 골목 가득 메운 목련을 기억합니다. 어느새 길거리 가득 채워진 목련은 진한 황사가 불어도 그 자리에 서있고, 날씨가 추워져도 그 자리에 서있었지요. 처음 강의하면서 골목 가득 메운 목련은 풋내기 선생의 눈길을 자꾸만 빼앗았고, 그래서 저는 강의 중에 창밖을 쳐다보는 습관이 생겼지요. 창밖에 서있는 그냥 그 하얀 꽃들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광주에서의 4월에 우리 둘째 아들이 태어났습니다. 우리 둘째 아들은 형아의 까르륵 거리는 웃음에 함빡 목련같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좋아했었습니다. 그 애들은 벌써 훌쩍 커 스스로의 삶을 위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시간이 또 흐른 것이겠지요.....

4월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예년보다 빨리 꽃이 피었고, 지고 있습니다. 벌써 나무마다 물이 올라 예쁜 녹색을 보이고 있고 들녘은 바쁜 손길로 분주한 이때 우리는 이 4월에 주님의 부활을 준비합니다. 4월의 그 화사함이 바탕이 된 또 하나의 새로운 삶들이 드러나기를 기대하면서 말이지요. 4월, 참 아프지만, 그 아픔이 감사함으로 바뀌는 그런 날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