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세상으로 부터 욕을 먹는다.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욕을 먹는 첫 번째 이유는 교회가 사용하는 언어와 세상이 사용하는 언어가 다르기 때문이다. 교회는 세상처럼 힘의 논리를 따르지 않는다. 진정한 힘의 원천은 하나님이기에, 교회는 하나님의 말씀을 바탕으로 하는 언어를 사용한다. 그래서 교회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하나님의 말씀을 바탕으로 하는 선지자적이고, 순교적이다. 때문에 교회의 언어를 사용하는 교회는 하나님께 대한 믿음이 필요하다. 선지자적 언어인 교회의 언어는 믿음으로 세상을 비판하기도 하고, 힘에 의해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사람들의 눈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기도 한다. 그래서 성 프란치스코는 ‘평화의 기도’에서 하나님께 평화의 대척점에 서있는 ‘미움, 상처, 분열, 의혹, 오류, 절망, 어둠, 슬픔’을 ‘사랑, 용서, 일치, 믿음, 진리, 희망, 광명, 기쁨’으로 치유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프란치스코가 볼 때 세상의 언어를 사용하는 사회 안에는 미움이 있고, 누구에겐가 받은 상처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고, 서로에 대한 불신으로 인한 분열과 의혹, 그리고 오류가 있을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사람들은 절망하고 어둠 속에서 ‘지옥’ 같은 삶을 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교회의 언어를 쓰는 하나님의 백성이 있는 곳에는 미움은 사랑으로, 상처는 용서함으로, 분열이 있는 곳에는 일치가 이루어지는 치유가 있게 될 것이고, 교회 언어의 선지적 특성은 세상이 외면하는 사람들을 위로하고 세상이 감추려하는 것들을 드러냄으로 치유하게 된다. 당연히 세상이 교회를 욕하고 박해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교회의 언어는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쓰는 말이다. 언어는 생각을 드러내는 수단이고,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사람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사람 안에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그래서 예수님은 손을 씻지 않고 음식을 먹는 제자들을 비난하는 바리새인들과 논쟁하시면서 무리들에게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입에서 나오는 그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니라(마태복음15:11)’라고 말씀하신 말의 의미를 묻는 제자들에게 ‘입에서 나오는 것들은 마음에서 나오나니 이것이야말로 사람을 더럽게 하느니라 / 마음에서 나오는 것은 악한 생각과 살인과 간음과 음란과 도둑질과 거짓 증언과 비방이니 / 이런 것들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마태복음15:18-20)’라고 말씀하신다. 더러운 마음에서는 더러운 것이 나오고 깨끗한 마음에서는 깨끗한 것이 나온다는 말씀이다. 예수님 당시의 깨끗하지 못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바리새인들은 자신들의 이익과 자신들의 종교적인 권세를 지키기 위한 세상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 땅에 오셔서 당시의 종교지도자들의 세상 언어에 대항하여 용서하고 사랑하는 교회 언어로 말씀하시고, 믿음으로 교회 언어를 사용하는 원리를 가르치셨다. 그리고 교회는 예수님의 말씀을 가르치고, 교회 언어를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며 지금까지 왔다.

문제는 교회가 교회의 언어를 포기하는 데 있다. 교회가 교회의 언어를 포기하게 되면 세상에서 만연한 ‘미움, 상처, 분열, 의혹, 오류, 절망, 어둠, 슬픔’ 등이 교회에 자리 잡게 된다. 그리고 교회 안에서 힘이 있는 자는 세성처럼 힘없는 자들 위에 군림하면서 더 많은 힘을 갖기 위해 세상과 타협하면서, 교회는 세상처럼 되어 간다. 열매 없이 겉만 풍성한 무화과 나무처럼 말이다. 얼마 전에 대통령 앞에서 설교한 목사의 설교 때문에 SNS가 시끄러웠다. 그 목사는 ‘설교’를 빙자해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교회의 언어가 아닌, 힘의 논리에 매인 세상의 언어를 말한 것이다. 이런 사건들은 왜 교회가 교회 언어를 가르쳐야 하는가를 알게 해 준다. 교회가 하나님의 말씀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교회 언어를 쓰고 가르침으로 하나님의 백성들이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나’를 알고, 세상을 이기신 예수님을 의지해서 세상 앞에서 당당히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삶을 감당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