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언어는 힘의 논리에 바탕을 둔 지배의 언어이다. 군대에서 사용되는 말은 세상언어의 전형적인 특징을 갖는다. 가끔 예외는 있지만, 인격적인 관계보다는 계급의 관계 안에서 상관의 명령을 복창하며, 자기 생각보다는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언어적 특성이 힘의 논리가 우선되는 세상언어와 같다는 말이다. 이런 언어가 중심이 된 사회 안에는 명령이행에 따른 포상과 명령을 이행하지 못함에 따른 처벌만이 존재한다. 그래서 최소한 내가 경험했던 군대에서는 특식과 휴가 그리고 외출이 걸린 명령이 사기를 높이는 방법이었다. 특별히 다른 부대와 경쟁을 통해 이기면 포상을 받고 지면 처벌을 받는 기본적인 구조는 과거나 지금이나 별로 바뀌지 않아 보인다. 이런 사회에서는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나 주어진 현실에 대한 감사가 없다. 살기위해 강해져야 하고, 약한 자들은 자연스럽게 도태되거나 강한 자의 먹이가 된다. 강한 자는 언제나 강한 자의 자리를 차지하려고 갖고 있는 힘을 사용하고, 약한 자는 약한 자의 자리를 떠나기 위해 강한 자와의 끊임없는 갈등 속에 살게 된다. 그러나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언제부턴가 이런 형태로 만들어진 사회 구조를 벗어날 힘이 약하고 가난한 자들에게는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금 수저니 흙 수저니 하는 말이 회자되고, 약하고 가난한 자들은 언제나 ‘지옥’같은 세상에 갇힌 채 살게 된다.

교회는 이런 세상의 언어와는 다른 언어를 쓴다. 우리는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라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 대며 / 또 너를 고발하여 속옷을 가지고자 하는 자에게 겉옷까지도 가지게 하며 / 또 누구든지 너로 억지로 오 리를 가게 하거든 그 사람과 십 리를 동행하고 / 네게 구하는 자에게 주며 네게 꾸고자 하는 자에게 거절하지 말라(마태복음5:38-42)’는 주님의 말씀을 통해 교회 언어의 전형을 본다. 그것은 하나님의 은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감사의 언어이다. 감사함의 출발은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깨달음이기 때문에 하나님의 은혜로 세워진 교회는 하나님의 은혜를 바탕으로 하는 감사의 언어를 가르치게 된다. 우리의 존재 자체가 그리고 우리가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삶의 실존 자체가 하나님의 은혜라는 깨달음이 감사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바울은 ‘범사에 감사’할 것을 요구한다. 감사의 언어를 사용하는 교회는 세상을 이기기 위해 존재하지 않고,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존재한다. 그래서 교회는 ‘하나님의 영광’만을 외치는 곳이고, ‘하나님을 위해서’ 존재하는 곳이다. 교회의 언어를 배우는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의 은혜로 주어진 현실을 해석함으로 ‘감사의 언어’를 쓰게 된다. 즉, ‘감사’는 하나님의 은혜를 통해 삶을 해석한 그리스도인들만의 언어이고, 감사의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 ‘하나님을 섬기는 일’이고, ‘지체들을 섬기는 일’이다. 섬김은 삶을 살아가는 행위 언어가 된다.

세상의 언어가 가득한 현실은 너무 각박하고 아픈 일들로 가득하다. 그래서 ‘헬조선’이라는 말도 나왔고, 세상의 언어에 매몰된 사회의 젊은이들은 환상을 볼 수 없고, 늙은이들은 꿈을 꿀 수 없다. 더구나 교회가 교회의 언어를 버리고 세상의 언어를 가르치면 교회로서의 모습을 잃게 된다. 약해보이고 힘이 없어보일지라도 교회가 교회의 언어를 가르치고 교회의 언어를 사용할 때 교회는 가장 강한 모습으로 이 땅에서 빛과 소금이 된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은혜가 회자되고, 감사의 언어가 사용되는 곳에서는, 힘의 논리를 바탕으로 한 세상의 언어가 있는 곳과는 달리 약하고 가난한 자들에 대한 배려가 강한 자들을 통해 일어나며, 강한 자들에 대한 이해가 약하고 가난한 자들을 통해 일어나기 때문이다. 서로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은 이렇게 하나님의 은혜가 함께 이야기되어지는 교회의 언어가 있는 곳뿐이다.

교회가 가만히 있기에는 너무 세상이 악하지 않은가? 교회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은 교회의 언어로 말하고, 교회의 언어를 따라 살고, 교회의 언어를 가르치는 것뿐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