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미디안 광야에서 모세는 40년의 세월을 보냈다. 이 시간은 모세의 육신을 죽이는 시간이었고 이스라엘 백성을 준비시키는 시간이었다. 애굽의 왕자가 양치는 목자가 되었다. 여기서 독자는 양치는 직업이 요셉의 이야기에서도 소개 되었듯이 애굽 사람들에게는 천시되는 직업이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모세가 하나님의 백성을 인도하는 사명을 감당하는데 있어서 이것이 필요했겠는가? 한 두 해도 아니고 40년씩이나 말이다. 하나님께서는 모세의 육신적 생각과 지혜를 죽이기 위해서 그를 애굽 사람들이 가증히 여기는 곳으로 인도하셨다. 애굽의 교육을 받은 모세가 이런 문화적 편견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기 사람을 이렇게 준비시키시는 것은 하나님의 지혜다. 그러나 이것은 하나님께서 친히 우리 목자가 되신다는 사실 뿐 아니라, 앞으로 모세가 해야 할 일을 암시한다. 인간의 시간 계산으로 40년은 너무나 오랜 세월이다. 하지만 하나님은 서두르지 않으신다. 시간은 하나님께 속했기 때문에 하나님은 서두르실 필요가 없으시다. 하나님은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행하신다.

2. ‘하나님의 산 호렙’이라고 불린(1) 호렙산은 성경 역사에 유서 깊은 장소다. 하나님은 여기서 모세를 부르셨고 율법을 주셨으며 후에 엘리야에게 새로운 사명을 맡기셨고 바울 사도에게 영광의 복음을 주셨다(갈 1:17; 4:25). 정확하게 말하면, 호렙은 산맥의 이름이고 시내산은 산맥의 한 정상의 이름이다. 모세는 후에 이 산의 떨기나무 불꽃에 임재하신 하나님을 이렇게 묘사했다. “땅의 선물과 거기 충만한 것과 가시떨기 나무 가운데에 계시던 이의 은혜로 말미암아 복이 요셉의 머리에, 그의 형제 중 구별한 자의 정수리에 임할지로다(신 33:16).” 여기 ‘계시던’이란 의미의 히브리 단어는 ‘샤칸’인데 이 단어는 하나님의 영광을 뜻하는 ‘쉐키나’와 같은 어원이다. 말하자면 하나님께서는 가시떨기 나무 가운데서 모세에게 그의 영광을 현시하신 것이다. 모세는 보내심을 받기 전에 하나님의 영광을 보아야 했다. 이것은 이사야에게도 마찬가지였고 다른 모든 선지자들에게도 동일한 것이었다. 하나님을 합당하게 섬기려면 하나님의 영광을 보는 것은 우리에게도 본질적인 선재 조건이다. 그러나 소멸하는 불이신 하나님께서 나타나셨음에도 불구하고(히 12:29) 떨기 나무는 타지 않았고 소멸되지 않았다. 타서 없어지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은 가시 떨기에 불과한데 말이다. 이것이 바로 주 예수님의 은혜다. 은혜의 복음이다. 가시는 저주를 상징하는데(창 3:18) 저주의 자리에 복되신 구주께서 들어오신 것이다. 얼마나 놀라운 은혜인가?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자신을 드러내신 곳은 아름드리 나무가 아니라 천한 시내 광야에 흔해 빠진 가시 떨기나무에서였다. 이것은 천한 이스라엘 백성들의 기원을 잘 보여준다. 하나님은 그 가시 떨기나무에 계셨던(샤칸) 것처럼 이스라엘 백성들과 함께 계실 것이다.

3. 40년 전 모세는 육신의 힘으로 나아갔을 때(출 2:11) 자신만만했고 성공에 대한 확신도 있었다. 이것은 스데반의 설교를 통해서 확인된다. “그는 그의 형제들이 하나님께서 자기의 손을 통하여 구원해 주시는 것을 깨달으리라고 생각하였으나 그들이 깨닫지 못하였더라(행 7:25).” 그의 자신감은 40년의 양치는 삶을 통해서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모세가 하나님의 임재 앞에서 하나님 뵙기를 두려워한 것은 당연한 모습이다(6). 하지만 나중의 모세를 생각해보라. 그는 하나님의 영광을 보았고 하나님께서 대면하여 아시던 자였다(신 34:10). 그의 얼굴에 하나님의 영광의 광채까지 나타나던 자였다. 죄인이 처음에는 하나님을 두려워하기만 하지만 나중에는 경외함과 함께 하나님을 친밀히 만난다

4.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하나님, 이것이 바로 ‘언약의 하나님’의 이름이다(6). 하나님께서는 그들과 맺은 언약을 기억하셔서 자기 백성을 찾아오신다. 하나님은 시작도 끝도 없이 영원부터 영원까지 스스로 계신 분이다(14). ‘여호와’라는 이름은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이름이다. 하나님은 자기 백성의 고통을 보고 부르짖음을 들으시며 그 근심을 아신다(7~10). 그리고 하나님은 약속하시는 하나님이시다. “내가 반드시 너와 함께 있으리라(12)”. 이보다 확실한 약속이 어디 있는가? 또 이 약속이 있다면 하지 못할 일이 어디 있으며, 넘지 못할 산이 어디 있고, 견디지 못할 고난이 어디 있겠는가? 실제로 하나님은 모세의 삶의 끝까지 이 약속을 신실하게 지키셨다. 또한 하나님은 계획하시는 하나님이시다(16~22). 하나님은 될 일과 할 일을 모세에게 구체적으로 지시하셨다. 모세가 할 일은 순종이었고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일을 하실 것이었다. 하나님의 계획은 실패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 “내가 시초부터 종말을 알리며 아직 이루지 아니한 일을 옛적부터 보이고 이르기를 나의 뜻이 설 것이니 내가 나의 모든 기뻐하는 것을 이루리라 하였노라(사 46:10).”

5.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사용하시기 위해서 우리를 낮추신다. 이것이 은혜다. 육신의 힘과 지혜로 행하지 않고, 능력의 심히 큰 것이 우리에게 있지 않고 하나님께 있음을 나타내시려는 의도다(고후 4:7). 또 하나님은 보고 듣고 아신다. 비록 우리의 삶이 고달플 때가 있고 고달픔과 고통이 너무 오래간다고 느낄 때가 있지만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일을 행하신다. 하나님의 모략은 설 것이다. 그 기뻐하시는 일을 행하고 이루실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약속은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 하신다는 것이다. 이외에 무엇이 더 필요하고 중요한가? 우리 주님께서 이 땅에 임마누엘로 오실 때 이 약속은 모든 신자들에게 성취되었다. 보혜사 성령으로 말미암아 모든 신자와 함께 하신다.

6. “하나님 아버지, 저희를 낮추사 저희가 저희 자신을 의지하지 않고 오직 없는 데서 있게 하시는 전능하신 하나님을 의지해서 살게 하옵소서. 저희를 낮추심이 주의 은혜인줄 알고 잘 견디고 감사함으로 받는 저희로 삼아 주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