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 8: 27-9:1 : 예수님은 가이사랴 빌립보 지역으로 여행하시던 중에 제자들에게 예수님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하신다. 예수님을 따르던 무리들은 예수님을 ‘세례 요한이라 하고 더러는 엘리야, 더러는 선지자 중의 하나(28절)’라고 알고 있다고 주님께 말한다. 그때 주님은 제자들을 향해 ‘너희는 나를 누구라하느냐?’라고 질문하신다. 이 질문에 대해 베드로는 ‘주는 그리스도시니이다’라고 대답한다. 이 고백은 베드로만의 고백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것은 주님께서 ‘너희’라는 말을 사용하셨고, 예수님이 당하실 고난에 대하여 제자들 모두에게 가르치신 것으로 보아 제자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던 예수님에 대한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자신이 메시아이심을 드러내지 말 것을 요구하시고, 더 이상 예수님께서 메시아라는 사실이 이야기되지 않다가 14:61-62절에서 ‘61 대제사장이 다시 물어 이르되 네가 찬송 받을 이의 아들 그리스도냐 / 62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그니라 인자가 권능자의 우편에 앉은 것과 하늘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너희가 보리라’라는 예수님과 대제사장의 대화를 통해 마가는 다시 예수님께서 그리스도이심을 확인한다. 마가는 이 이야기를 분기점으로 하나님 나라의 왕으로서의 예수님께서 그의 백성들을 구원하시기 위해 고난을 향해 걸어가시는 왕으로 이야기한다. 여기서 예수님의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그리스도이신 것을 명확하게 알게 된다.

예수님은 자신이 당할 고난을 이야기하신다. 이때 베드로는 예수님을 꾸짖는다. 예수님의 제자들의 ‘예수님은 그리스도’라는 인식에서 그들이 생각하는 그리스도, 즉 메시아는 예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고난을 당하고 죽임을 당하는 그런 메시야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래서 베드로는 예수님을 꾸짖는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은 베드로가 자신을 꾸짖은 그대로 베드로를 꾸짖는다. 예수님을 따르는 것은 ‘34 무리와 제자들을 불러 이르시되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고 말씀하시면서 ‘35 누구든지 자기 목숨을 구원하고자 하면 잃을 것이요 누구든지 나와 복음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으면 구원하리라’고 말씀하신다. 베드로가 예수님을 꾸짖은 이유는 아마 베드로의 안위와 관련되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메시야에 대한 인식은 나중에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직후에도 완전하게 변하지 않음을 사도행전 1장에서 우리는 본다.

묵상 : 베드로가 예수님을 꾸짖은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우리도 우리가 예수님을 믿는 이유 중 중요한 것은 물론 ‘나’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를 따름으로 얻어지는 전리품 같은 것이지 예수님을 믿는 그 자체가 나를 위한 것은 아니어야 한다. 예수님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없으면 예수님을 부끄러워할 수 밖에 없고, 그때에는 하나님도 나를 부끄러워할 것이다(38절).  

마가복음9:2-31 : 베드로의 신앙 고백을 바탕으로 예수님은 ‘31 인자가 많은 고난을 받고 장로들과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게 버린바 되어 죽임을 당하고 사흘 만에 살아나야 할 것을 비로소 그들에게 가르치시되 / 32 드러내 놓고 이 말씀을’ 하셨다. 그러나 주님의 십자가는 베드로가 생각한 것 같이 가지 말아야 할 길이 아니라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일이고, 그 십자가를 바탕으로 주님은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만드실 것이다. 십자가를 앞에 두고 주님은 제자들과 함께 산에 오르신다. 마가는 ‘엿새 후’라는 말을 사용함으로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신 십자가의 고난과 변화산 사건과의 연관성을 보여준다. 변화 산에서 예수님의 옷은 희어졌고(단7:6 참조), 예수님은 모세와 엘리야와 함께 이야기하신다. 이 변화를 통해 예수님은 메시야이심을 드러내시며, 특히 구름 가운데서 난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7절)’는 음성은 예수께서 세례를 받으시고 나오실 때의 그 음성이다. 즉,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정체성이 다시 확인되는 것이다. 이렇게 확인된 정체성을 바탕으로 예수님께서는 ‘인자가 죽은 자 가운데서 살아날 때까지는 본 것을 아무에게도 이르지 말라(9절)’고 말씀하신다. 즉, 예수님께서 공공연하게 드러내신 ‘십자가’가 고난과 아픔의 길인 것은 확실하지만, 그 다음의 영광을 미리 제자들에게 보여주신 것이고, 하나님의 음성을 통해 그의 백성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음성을 들어야 함을 이야기하고 있다.

변화산에서 내려오신 예수님과 세 제자들 앞에는 귀신들린 아이를 고치지 못한 제자들과 서기관들이 논쟁하는 것을 바라보는 무리가 있었다. 예수님께서는 이미 제자들에게 귀신을 제어하는 능력을 주셨음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의 제자들은 귀신들린 아이를 구해주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예수님은 귀신 들린 아이의 아버지와 대화를 나누다 아이의 아버지가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느냐 하시니 이르되 어릴 때부터니이다 /22 귀신이 그를 죽이려고 불과 물에 자주 던졌나이다 그러나 무엇을 하실 수 있거든 우리를 불쌍히 여기사 도와주옵소서(21-22절)’라고 말하시는 것을 들으시고 ‘할 수 있거 든이 무슨 말이냐 믿는 자에게는 능히 하지 못할 일이 없느니라(23절)’라고 말씀하시며 아이를 고쳐주신다(21-26), 예수님은 아이를 살리시고 난 후에 제자들과의 대화를 통해 ‘기도’의 중요성을 강조하신다(28-29).

묵상 : 기도는 하나님께 대한 의존을 드러내는 행위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도에 필요한 것은 절대적인 믿음이다. 기도한다는 말은 하나님을 전적으로 믿는다는 이야기이고 따라서 기도하는 것은 이미 받은 줄로 알라는 주님의 말씀은 그래서 시사하는 것이 많다. 그러나 우리는 기도하면서도 믿지 못하는 것이 많지 않은가? 주님은 이런 우리들에게 ‘믿음이 없는 세대여 내가 얼마나 너희와 함께 있으며 얼마나 너희에게 참으리요’라고 말씀하시고 계신다. 믿음이 없이는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없다. 믿음으로 하나님을 바라는 우리가 되기를 기도하자.  

마가복음 9: 33-50 : 예수님은 다시 십자가의 길을 드러내 놓고 언급하신다(31-32절). 그러나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이야기하신 십자가의 의미를 잘 알지 못했다. 그리고 묻기도 두려워했다. 주님은 가버나움에 도착하시면서 제자들 사이에 일어난 논쟁을 물으신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질문에 침묵하지만, 마가는 이들 사이에 오간 토론의 주제를 ‘누가 크냐 하고 쟁론’하였음을 이야기해준다. 주님은 이들 토론의 답을 어린 아이를 통해 이야기하신다. 즉, ‘누구든지 내 이름으로 이런 어린 아이 하나를 영접하면 곧 나를 영접함이요 누구든지 나를 영접하면 나를 영접함이 아니요 나를 보내신 이를 영접함이니라(37절)’ 라고 말씀하시면서 사회적으로 지극히 낮은 지위를 갖는 어린아이에 대해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일이야 말로 하나님 나라를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 대한 기준이 된다는 의미이다. 즉, ‘누가 큰 자냐?’라는 질문의 답은 사회적인 기준과는 다른 기준이 하나님 나라에서는 적용되고 있다는 뜻이 된다. 그뿐 아니라 주님의 이름으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반감을 버릴 것을 주문한다. 예수님의 무리를 따르지 않는 자가 예수님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낸다는 요한의 보고에 대하여 주님은 ‘41 금하지 말라 내 이름을 의탁하여 능한 일을 행하고 즉시로 나를 비방할 자가 없느니라 / 40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자는 우리를 위하는 자니라’ 라고 말씀하심으로 하나님 나라의 사역이 배타적 성격을 띠면 안 된다는 것을 말씀하신다.

주님은 실족에 대한 두 가지의 견해를 밝히신다. 하나는 외부적인 이유로 인한 실족의 문제인데, 여기서 주님은 어린 아이와 같이 ‘작은 자’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요구하고 있다. 하나님 나라는 세상 나라와 다른 시각을 갖는다. 세상 나라에서 버리려는 ‘작은 자’에 대한 소중함을 인정해야 한다. 더욱이 그런 작은 자들을 실족할 때의 벌이 엄청나다는 것을 말씀하신다. 그리고 내적인 실족의 문제를 이야기하시는 데, 여기에서는 그 실족의 원인이 아주 귀중한 것들, 즉 손이나 발이나 눈일지라도 포기하는 것이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낫다는 말이다. 그리고 서로 화목할 것을 요구하신다.  

묵상 : 하나님 나라의 가치는 세상이 요구하고 제시하는 가치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주님은 섬김으로 섬김을 받는 자가 되며, 어린 아이를 영접하듯 하나님 나라를 영접해야 하고, 공동체가 주님의 일을 한다면서 스스로 배타적인 이기주의에 빠지면 안 된다는 것을 강조하신다. 그뿐 아니라 예수님은 실족에 대한 문제를 이야기하시면서 우리들 가운데 있는 죄악의 가능성을 보고, 그 가능성을 벗어버려야 함을 역설하신다. 특별히 우리가 교회를 섬길 때, 교회 안에서 누리는 공동체적 이기주의를 버려야 함을 이야기하신다. 이것은 우리 교회가 계속되는 한 기도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고, 하나님의 일을 위해 서로가 협력하고 배려하는 교회를 만들기 위해서 주님께서 보여주신 삶의 기준들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오성환 목사(신학포럼 빛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