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거만이 이야기한 성 위의 언어, 즉 세상의 언어는 힘의 논리를 따른다. 힘의 논리를 따르기 때문에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고, 힘을 가진 지배자들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언어이다. 이런 세상의 언어를 열왕기하 18장에서 랍사게의 말을 통해 볼 수 있다(왕하18:17-35). 강한 군대가 가지고 있는 힘의 논리를 따라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항복을 요구하는 랍사게의 말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세상의 언어는 폭력적이고, 강자의 편에 선다. 세상의 언어는 교회에도 있다. 예수님 당시의 바리새인이나 사두개인들이 사용한 언어 속에, 중세의 교회가 사용했던 언어 속에, 그리고 지금 우리들이 다니는 교회 안에서도 힘의 논리에 바탕을 둔 세상의 언어가 있다. 그렇게 힘의 논리에 바탕을 둔 말을 사용했던 교회의 시대를 암흑시대라고 말한다. 그 시대에는 종교를 빙자해서 인간 사이의 계급을 만들고, 강한 사람이 약한 사람 위에 군림하는 시대이고, 하나님의 은혜와 자비가 아니라 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비정한 법과 교리가 우선되는 시대였다. 시간이 꽤나 흘렀고, 인간의 가치가 중시되는 현대 사회에서는 다른 형태로 세상의 언어가 드러나고 있고, 힘의 논리에 근거한 세상의 언어의 지배를 받는 시대가 되었다. 세상은 세상의 언어를 가르친다. 세상의 언어는 다른 사람을 이기고, 누르고, 빼앗는 법을, 그리고 정의롭고 옳은 것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버릴 것을 가르친다. 그래서 세상의 언어가 지배하는 세상은 점점 더 ‘지옥’이 되어간다.
그러나, 세상의 언어에 싸우는 다른 언어가 있다. 산헤립의 막말 앞에서 기도할 수밖에 없었던 히스기야의 언어같이 하나님만을 전적으로 의지함으로 만들어지는 언어가 있다.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으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라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 대며 / 또 너를 고발하여 속옷을 가지고자 하는 자에게 겉옷까지도 가지게 하며 / 또 누구든지 너로 억지로 오 리를 가게 하거든 그 사람과 십 리를 동행하고 / 네게 구하는 자에게 주며 네게 꾸고자 하는 자에게 거절하지 말라 / 네 이웃을 사랑하고 네 원수를 미워하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마태복음5:38-44)’는 예수님의 말씀처럼 이익과 복수를 위한 힘의 논리가 아닌 하나님의 은혜를 바탕으로 하는 언어가 세상의 언어와 싸우고 있다. 그것은 교회의 언어이고, 교회의 언어는 사랑의 언어이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시기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 무례히 행하지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고린도전서13:4-7)’라고 이야기한 바울의 말처럼 참고 믿으며 바라고 견딜 수 있는 말이 바로 교회의 언어이다. 이런 언어는 세상의 언어와는 다른 문법과 어휘가 필요하다. 교회는 이런 언어를 가르치는 곳이다. 교회가 가르치는 언어는 하나님을 의지하는 언어이고, 나의 이익보다는 다른 사람의 이익 생각하는 언어이고, 십자가에 매단 사람들을 바라보시면서 그들의 용서를 비는 예수님의 언어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의 언어와 교회의 언어, 성 아래의 언어를 동시에 배움으로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의 언어와 교회의 언어를 동시에 사용해야 하는 이중의 언어 생활을 한다.
세상이 각박해지고, 살기 힘들어지는 이유는 세상의 언어가 너무 강해서이고, 교회의 언어가 약졌다는 말이다. 교회의 언어를 살려야 한다. 그래야 지옥이 천국으로 변하는 감격을 보게되고, 용서의 감동을 보게 된다. 사랑의 눈물이 살아나는 교회의 언어를 가르치기를 기도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