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 8: 1-10 : 본문의 사건은 갈릴리를 중심으로 사역하시던 예수님께서 오병이어의 기적을 통해 그를 따르던 사람들을 먹이심으로 갈릴리 중심의 사역을 마치신 것 같이 사천 명을 먹이심으로 유대 사역을 마치시는 장면이다. 첫 번째 만찬(오병이어의 기적)에서는 유대인들을 먹이셨고, 유대인들은 예수님을 왕으로 세우려했었다. 반면에 두 번째의 기적에서는 이방 지역에서 온 이방인들과 함께 만찬을 즐기신 것으로 보인다. 일부의 학자들은 특별히 오병이어의 기적에서는 5와 12이라는 숫자가 오경과 12부족을 상징하고 있고, 후자의 기적에서는 4와 7이 세상과 성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적 이야기들을 마가가 의도적으로 상징적인 숫자에 맞추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도리어 있었던 그 사실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고 본다. 그래야 이 기적을 통해서 영원한 생명의 떡이신 그리스도가 드러나기 때문이다(Alfred Edersheim, 황영철, 김태곤 역,메시야 3권(서울 : 생명의 말씀사, 2013 p.225-226).

예수님은 자신을 따라온 사람들을 바라보시면서 불쌍한 마음이 드셨다. 그리고 헤어질 때가 되었는데, 굶겨서 보낸다면 그들이 집에 도착하기 전에 기진할 것에 대한 염려를 하신다. 오천명을 먹이는 기적 때와 마찬가지로 제자들은 예수님의 이런 태도에 대해 아주 이성적인 접근을 한다. 지금 예수님과 군중이 있는 곳은 떡을 구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이다(4절).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구할 수 있는 것을 구할 것을 요구하고, 제자들은 떡 7개와 물고기 두어 마리를 가지고 온다. 예수님은 오천 명을 먹일 때에는 ‘하늘을 우러러 축사하시고’ 떡과 물고기를 떼어주었으나, 여기서는 축복하시고 떼어준다. 따라서 우리는 이 기적의 대상이 유대인이 아니라는 것을 어림짐작할 수 있다. 사천 명이 먹고 남은 것이 7광주리이다. 여기서 사용된 광주리는 주로 가나안 지역의 이방인들이 사용하는 광주리이고, 오천 명을 먹인 기적에서 나오는 광주리는 유대인들이 사용하는 광주리라고 한다.

주님은 주기도문에서 ‘일용할 양식’을 위해 기도할 것을 명하신다. 일용할 양식은 출애굽기 16장의 만나 사건을 의미하는 것으로 생명의 근원이 하나님이심을 깨달아 알 것을 궈면하는 것이다.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이나 사천 명을 먹이신 기적이나 모두 다 예수님께서는 하나님의 아들이시고, 그의 백성들에게 삶을 주시는 분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것도 우리를 바라보시며 불쌍히 여기시기 때문에 말이다.

묵상 : 생명의 근원은 언제나 하나님이시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심으로 우리로 하여금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삶을 감당할 수 있게 하신다. 그것은 모든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하나님의 은혜이다. 우리가 하루하루 살면서 감사할 수 있는 이유는 하나님의 뜻이 아니면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는 참새처럼 우리도 하나님의 뜻이 아니면 이 땅에서 없어지지 않고 하나님의 일을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명의 근원되시는 하나님을 찬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가복음 8: 11-21 : 유대인들이 보았을 때 예수님은 틀림없는 하나님의 아들이고, 메시야라고 생각할 수 있는 분이었다. 문제는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하나님 나라와 유대인들이 기대하고 있는 회복된 이스라엘 나라와의 차이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유대인들은 예수님을 귀신의 왕인 바엘세불에 씌운 사람이거나 유능한 마술사정도로 이해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을 통해서 드러나는 놀라운 기적들 앞에서 유대인들은 ‘하늘의 표적’을 구하게 된다. 표적을 구하는 일은 유대인들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주님은 그들의 말에 대하여 마음 속 깊이 탄식하셨고(슬퍼하셨고), 마태복음이나 누가복음에서도 유대인들이 표적을 보여달라고 하실 때 주님은 그들에게 보일 표적이 요나의 표적밖에는 없다고 말씀하신다. 요나의 표적은 ‘니느웨의 멸망’을 예언하는 요나의 이야기를 의미한다. 즉, 유대인들은 그리스도를 믿지 않음으로 니느웨처럼 망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주님을 믿지 못했던 유대인들의 아픈 역사를 본다. 로마 제국에 의한 학살에서부터 히틀러의 학살 까지 많은 유대인들은 주님의 말씀을 믿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고통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유대인들과의 갈등을 느끼신 주님은 그들을 떠나 가이사랴 빌립보로 가신다. 예수님 일행이 배에서 내릴 때 발견한 것은 떡 한 덩이였을 것이다. 예수님은 당황한 제자들에게 바리새인들의 누룩과 헤롯의 누룩을 주의하라고 말씀하신다. 제자들은 자신들이 먹을 것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망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주님은 바리새인이나 헤롯처럼 이 땅에 왕으로 오신 예수님께 표적을 구하는 불신의 상태를 이야기하시고 있다. 그래서 주님은 ‘18 너희가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며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느냐 또 기억지 못하느냐 / 19 내가 떡 다섯 개를 오천 명에게 떼어 줄 때에 조각 몇 바구니를 거두었더냐 가로되 열 둘이니이다 / 20 또 일곱 개를 사천 명에게 떼어 줄 때에 조각 몇 광주리를 거두었더냐 가로되 일곱이니이다 / 21 가라사대 아직도 깨닫지 못하느냐 하시니라’라고 말씀하시면서 제자들의 믿음 없음을 힐책하신다. 즉, 예수님을 따르는 자들은 빵이나 표적에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예수님을 믿는 믿음에 의지해야 함을 암시 하시고 계시다.  

묵상 :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면서 바리새인들처럼 끊임없이 표적을 구한다. 혹은 제자들처럼 빵의 없음으로 인해 당황하기도 한다. 혹은 헤롯처럼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소문만으로도 과거에 했던 악한 일들로 인해 두려워할 수 있다. 그래서 주님은 그런 자들의 누룩을 피할 것을 요구하신다. 오직 주님을 만나는 원리는 믿음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믿음으로 주님께 나가야 하는 이유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은 표적과 빵이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것은 믿음이고,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고, 그리스도인들이 해야 할 일이다. 불신의 누룩을 피하자.  

마가복음 8: 22-26 : 예수님이 벳세다에 이르셨을 때에 사람들은 소경을 데리고 온다. 이때에도 예수님은 그를 마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셔서 그의 눈에 침을 뱉으시며 안수하심으로 그의 눈을 고쳐주셨다. 7장 마지막의 이야기에서와 같은 방법을 사용하시어 그를 고쳐주신 것이다. 그리고 이 치유는 점진적인 과정, 즉, 예수님께서 두 번의 안수 과정을 거치신 유일한 치유이기도 하다. 이런 과정을 보이시는 이유는 7장에서 이야기 된 귀먹고 어눌한 자를 고치실 때와 마찬가지로 예수님의 치유 사역이 마술적인 행위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알리는 일일 뿐 아니라, 예수님의 인격적인 관계를 깨닫게 하기위한 방법이었을 것이다. 예수님은 귀먹고 어눌한 자를 고치셨던 방법, 즉 유대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소경을 고치셨다. 그뿐 아니라 8장의 소경 치유사건은 7장 마지막 부분의 귀먹고 말이 어눌한 자를 고쳐주시는 사건과 연결해서 생각하면, 육체적인 치유뿐 아닌 영적으로 진리를 보고, 듣고, 말할 수 있도록 하신다는 상징적인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도 예수님은 소경에게 마을에 들어가지 말 것을 요구하신다. 즉,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지 말 것을 요구하신다.

앞으로의 내용이지만 8:27-10:45의 내용은 가이사랴 빌립보에서 시작하여 예루살렘에로 가는 여정을 이야기하고 있는 데, 이 이야기는 마가복음 8:22-26과 마가복음 10:46-52의 동일한 기적, 즉 소경을 치유하시는 기적들 사이에 있다. 두 소경 치유의 이야기는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8장에서는 두 번에 걸쳐 점진적으로 치유가 일어나고 있고, 10장에서는 즉각적인 치유가 일어나는 것으로 보아 제자들이 예수님을 이해하고 깨닫는 일이 점진적인 형태를 띠고 있으나 십자가를 바로 목전에 둔 10장의 사건에서 바디메오에게 즉각적인 치유가 일어났음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예수님에 대한 이해가 더디면 안 된다는 것을 암시해준다고 학자들은 이야기한다.

우리는 마가복음 전체에서 마가가 이야기하는 주된 내용이 ‘예수님은 누구신가?’라는 질문에 올바른 답을 하기 위함이라고 이야기했다. 즉, 마가는 두 가지의 소경 이야기를 배치함으로 예수님이 누구신가에 대한 베드로의 고백과 예수 그리스도의 자기 인식, 그리고 이 땅에 예수님이 오신 목적 등에 대해 눈을 뜰 것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이시라는 진리를 알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묵상 : 마가복음 이 부분을 이해하기에는 신학적인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신학적인 논쟁을 하는 것이 아님으로 이 이야기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예수님을 처음 알았을 때의 우리의 모습을 명확하게 보이지 않는 소경의 시력을 통해 생각할 수 있다. 그는 치유되었으나 세상을 온전하게 볼 수 없었다. 주님이 다시 그에게 힘을 주시기 전까지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