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 7:1-23 : 마가는 예수님과 유대인들과의 논쟁을 소개한다. 이 논쟁에서 유대인들의 의도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하나님의 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었고, 그 방법으로 유대인들이 택한 것은 예수님과 그의 제자들이 유대교의 율법을 지키지 않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이 논쟁의 시작이 제자들이 손을 씻지 않고 떡을 먹는 데서 시작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마가는 유대인들의 규례를 3-4절에서 자세히 이야기한다. 유대인들은 손은 레위기 율법에서 이야기하는 부정한 것과 접촉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럴 경우에는 몸 전체를 부정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Alfred Edersheim, 황영철, 김태곤 역,메시야 3권(서울 : 생명의 말씀사, 2013 p.138).
  손 씻는 일은 긴 역사를 걸쳐 장로들의 전통으로 굳어졌고, 예수님 당시에는 유대인들의 정결 예식이 되었을 것이다. 예수님은 이런 논쟁을 불러일으킨 유대인들을 향해 ‘6 이사야가 너희 외식하는 자에 대하여 잘 예언하였도다 기록하였으되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되 마음은 내게서 멀도다 /7 사람의 계명으로 교훈을 삼아 가르치니 나를 헛되이 경배하는도다 하였느니라 / 8 너희가 하나님의 계명은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키느니라 /9 또 이르시되 너희가 너희 전통을 지키려고 하나님의 계명을 잘 저버리는도다’ 라고 말씀하신다. 이 말을 통해 유대인들이 가지고 있던 자신들의 ‘전통’과 하나님의 말씀과는 일치한다는 생각을 바꾸어 놓으신다. 예수님은 그 예로 5계명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신다. 유대인들 ‘사람이 아버지에게나 어머니에게나 말하기를 내가 드려 유익하게 할 것이 고르반 곧 하나님께 드림이 되었다(막7:11)’고 말하면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에게 속한 것으로부터 아무런 유익을 취할 수 없도록 만들 수 있었다(Alfred Edersheim, 황영철, 김태곤 역,메시야 3권(서울 : 생명의 말씀사, 2013 p.152). 전통이 부모를 공경하라는 5계명을 위반하는 것이다.

예수님은 다시 ‘15 무엇이든지 밖에서 사람에게로 들어가는 것은 능히 사람을 더럽게 하지 못하되 / 16 사람 안에서 나오는 것이 사람을 더럽게 하는 것이니라’고 말씀을 하심으로 논쟁을 마무리하신다. 그리고 나중에 제자들에게 이 말씀의 의미를 이야기해주신다. 주님께서 말씀하시고 싶은 것은 정결함이 유대인들이 주장하는 외적인 규례를 지킴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적인 정결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즉, 율법은 형식적인 외적 바탕이 아니라 사람의 내면적인 동기에서 출발하고, 양심을 바탕으로 지켜져야 한다.  

묵상 : 시간이 흐르면서 교회가 굳어질 수 있는 이유는 교회의 일들이 형식적인 차원에서 결정되고 진행되기 때문이다. 유대인들이 말하는 규례의 출발점은 아마 하나님께 대한 소망과 하나님께 가까이 가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 바탕이었을 것이다. 그런 일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여러 가지의 경우들에 대한 해석이 첨가되면서 모든 사람들에게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규례로 만들어짐으로 형식화되었기 때문이다. 교회도 역시 그렇다. 개혁 교회가 점차적으로 카돌릭의 예배 형식을 따라가는 이유가 그것이다. 이런 신앙적 형식화를 경계해야 우리 교회가 살아난다.

마가복음 7:24-30 : 마가는 예수께서 두로 지역(마태는 두로와 시돈 지역으로 말한다. 이 지역들은 일반적으로 유대땅을 벗어난 지역으로 생각된다.)으로 가셔서 쉬시기를 원하셨지만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쉬게 만들지 못했음을 이야기한다(24절). 그리고 마태가 가나안 여인이라고(마15:22) 말한 수로보니게 여인이 예수님의 휴식을 방해한다. 이 여인은 유대인들의 관점에서는 마태가 말한 것 같이 ‘가나안 여인’이었다. 그녀는 당시 동 로마 지역에 많이 살고 있던 페니키아인이었을 것이다. 마태는 이방 여인이 예수님을 향해 ‘주 다윗의 자손’이라는 유대교적 메시야 칭호를 사용하고 있음을 밝힌다(마15:22). 마가는 이런 고백을 소개하지 않으면서 예수님의 냉담한 반응을 이야기한다. ‘자녀로 먼저 배불리 먹게 할지니 자녀의 떡을 취하여 개들에게 던짐이 마땅치 아니하니라(막7:27)’ 예수님은 당시 유대인들이 사람을 구분하는 것 같이 하나님의 자녀인 유대인과 개 같은 이방인으로 구분하면서 말씀하신다. 여기서 언급된 개는 집 안에서 키우는 애완용 개다. 예수님은 수로보니게 여인이 자신을 하나님의 아들이고, 온 우주의 구세주로서 인식하는 것이 아닌, 다른 나라의 메시야 즉, 유대인들이 기다리는 메시야로 알고 있음을 우리에게 암시해주신다.

여기서 수로보니게 여인의 영리함을 보게 된다. 즉, 그녀는 예수님을 유대인들만의 메시야가 아니라 하나님의 아들로서 온 세상의 주이신 것을 고백한다. ‘주여 옳소이다마는 상 아래 개들도 아이들이 먹던 부스러기를 먹나이다(막7:28절)’ 특별히 마태는 ‘주여 옳소이다마는 개들도 제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먹나이다(마15:27)’라고 이야기함으로 ‘다윗의 자손’이라고 말했던 유대교적 메시야 칭호를 사용하지 않는다. 유대인들이 볼 때는 개 같은 이방인이었지만, 예수님의 말씀을 접하면서 그녀의 주인은, 곧 그녀의 왕은 바로 예수님이신 것을 깨달은 것이다(Alfred Edersheim, 황영철, 김태곤 역,메시야 3권(서울 : 생명의 말씀사, 2013 p.186-187). 결국 여인에 대한 예수님의 냉담한 반응은 그 여인으로 하여금 예수 그리스도를 올바르게 볼 수 있는 가르침을 위한 일이었다.

예수님은 여인에게 ‘여자여 네 믿음이 크도다 네 소원대로 되리라’라고 말씀하심으로 여인의 간절한 소망을 들어주신다.

묵상 : 여인의 간청에 예수님께서 냉담하셨던 원인이 여인이 예수님을 잘 못 이해하고 있었다는 견해를 받아들인다. 처음 여인은 자신의 필요, 즉 자기 딸이 흉악한 귀신에 들려 고생하는 것을 고쳐야 한다는 일념으로 예수님을 찾아왔을 것이다. 그녀는 유대인들이 볼 때 마치 개 같은 이방인이었고, 유대인들을 형한 하나님의 축복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예수님과의 말씀을 통해 예수님을 이해할 수 있었고, 더 나아가 자신의 기도에 응답을 받았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에도 얼마나 많은 경우에 예수 그리스도를 잘못 받아들이는 일들이 많은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마가복음 7: 31-37 : 마가는 예수님의 여정을 ‘다시 두로 지경에서 나와 시돈을 지나고 데가볼리 지경을 통과하여 갈릴리 호수’까지 오셨다고 이야기한다. 주님은 시돈지역을 두루 다니셨고, 데가볼리를 거쳐 갈릴리 호수의 동편 혹은 남 동쪽 지역에 도착하신 것으로 보인다. 주님이 다니신 곳은 고대 이스라엘의 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방문화와 우상이 혼재되어 있는 곳이었고, 본질적으로는 이방적이었다. 예수님께서 갈릴리 호수에 이르렀을 때 사람들은 귀먹고 어눌한 자를 데리고 왔다. 예수님은 이방인들이 생각하는 것과 같은 주술적 치료가 아님을 나타내기 위해, 즉, 예수님의 능력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행하는 마술쑈가 아니라 예수님의 인격과 도래한 하나님 나라의 결과임을 보이기 위해 귀먹고 어눌한 사람을 따로 데리고 가신다. 그리고 ‘33 손가락을 그의 양 귀에 넣고 침 뱉아 그의 혀에 손을 대시며 / 34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시며’ ‘에바다’라고 말씀하심으로 그를 치유하신다. 이런 예수님의 치유 방식은 유대인이나 헬라인들 모두에게 알려진 방식이었다. 탈무드에서는 상처부위에 손을 대고 마술적 주문을 외우거나 혹은 주문을 외우기 전 후에 상처에 침을 뱉는 행위들을 정죄하고 있다. 예수님은 이런 마술적 행위를 따르신 것이 아니다.

주님의 치유에서의 핵심은 ‘에바다’라고 외치신, 즉 ‘열리라’고 외치신 말씀에 있다. 손을 귀에 대고 침을 뱉으신 주님을 바라보며 귀먹고 어눌한 사람은 기대에 차서 예수님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그런 기대에 대해 주님은 에바다‘라고 말씀하셨고, 그 말씀은 그의 귀를 열게 하고 그 혀의 맺힌 것을 풀어주었을 것이다.

37절에서 사람들은 이 사건을 보면서 ‘심히 놀라 가로되 그가 다 잘 하였도다 귀머거리도 듣게 하고 벙어리도 말하게 한다 하니라’라고 말한다. 여기서 우리는 창 1:31에서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만드시고 난 후에 ‘보시기에 좋았더라’라고 말씀하시는 장면이나 이사야 35:5-6의 메시야 도래의 희망 가운데 ‘5 그 때에 소경의 눈이 밝을 것이며 귀머거리의 귀가 열릴 것이며 / 6 그 때에 저는 자는 사슴 같이 뛸 것이며 벙어리의 혀는 노래하리니’ 라는 구약의 예언을 생각할 수 있다. 즉, 새로운 나라가 그에게 임하셨다는 말이다. 예수님은 치유에 대한 소문을 극히 경계하셨지만, 예수님의 이야기는 온 지역으로 퍼져나갔다고 마가는 밝힌다.

묵상 : 예수님은 유대인들에게 뿐 아니라 이방인들에게도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설명해주신다. 그리고 그 나라가 임하셨을 때의 모습을 병든 자들을 치유하심으로 보여주신다. 특별히 6장에서 마가가 제자들의 마음이 둔하였음을 말하고(52절), 나아가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이 예수님과 논쟁하는 과정을 이야기하면서 들을 귀 없는 영적 귀머거리와 영적 벙어리들일지라도 하나님 나라가 임했을 때 치유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그뿐 아니라 하나님 나라는 유대인들에게 국한 된 나라가 아니라 도리어 이방을 향해서도 뻗어나가는 나라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오성환 목사(신학포럼 빛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