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당골 칼럼]감사패

보름 전 일이다. 오후 예배를 마치자 전 집사님께서 드릴 말씀이 있다 하여 아내와 2층으로 올라갔다.‘목사님, 제부께서 목사 안수 받아 개척합니다. 그래서 개척 멤버로 가겠습니다’라고 했다. 건물을 구입하고 3층은 사택으로 2층은 예배당으로 공사 중이란다.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도록 지역에 교회가 세어짐은 좋은 일이였다. 그러나 기둥 같은 일꾼을 보내기 힘들어 장단점을 말씀 드렸지만 마음을 굳히셨다. ‘집사님! 식당 봉사는 누가하고, 소는 누가 키웁니까?’했더니‘목사님! 더 좋은 분 하나님이 예비하여 보내실 것입니다.’그렇지 않아도 최근 허 집사님 가정이 담양 손아래 동서 교회로 가신 일이 있어 당황스러웠다. 마무리 기도를 하는데 마음 저렸다. 집사님도 울고, 아내도 울었다.

전 집사님은 2005년 1월 중순, 울산에서 여동생 가게를 돕기 위해 혼자 오셨다. 에덴 문구사를 섬기며 새벽 기도 쌓기가 어려운 여건이었다. 하지만 주변 교회를 탐색하다 십자가 빛 따라 우리교회를 찾아 한 주간 새벽 기도하고 등록하였다. 여동생이‘신광교회! 소문도 좋고 목사님 글이 은혜롭다’고 등록 권면한 사실을 나중에 알고 감사했다. 온화한 성품에 신앙 훈련을 받아 검소한 삶으로 목회자를 잘 섬겼다.

식당 경험이 있어 교회 주방 일을 자처 하고 10년을 하루 같이 보냈다. 주일 새벽 기도 후 부엌에 들어가 점심 준비를 하셨다. 성도들이 매주일 맛있게 먹었다는 감사가 진심이었다. 그 만큼 정성으로 음식을 해 냈다. 아이들을 예뻐하고 주일 학생들을 사랑하여 떡볶이와 오뎅도 자주 해 주셨다. 주일에 요양원 박 집사님을 예배에 모셔오고 모셔 가셨다. 여전도회 회장을 연임하여 교회 살림을 꾸려 나갔다. 문구사에서 나온 박스를 정리하여 구역 헌금을 하였다. 새해가 되면 식구 이름 따라 기도 제목을 쓰고 예물을 드렸다. 남편과 아들 주정 헌금도 챙기셨다. 강 집사님과 믿음의 짝을 이루어 형제보다 가까이 지냈다. 광주역 구름다리를 오가며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풀어 나갔다. 남편이 아직 직장 문제로 이사 오지 않아 목사님께 제대로 인사드리지 못함을 아쉬워 했다. 한 때는 사업 성공으로 건물도 구입하는 여유를 누렸지만 물질의 어려움도 꺾으셨다. 또 이명으로 입원하여 육체의 고통을 이겨내시고 이제‘오직 믿음만 남는다’는 확신 속에 주님을 더 구하고 충성하셨다.

전 집사님 떠남에 마음 아파하고 있는데 김 권사님이 지나가는 말로‘목사님 내가 끝까지 섬기지 못할 것 같습니다. 3년 후에 무안 내려가 살려고요’하셨다. 오 권사님께서는‘우리 목사님은 회개 설교만 한다’고 두 주일을 거르셨다. 목회가 마음대로 되지 않음을 깨달았다. 내 친구처럼 30년 이상 한 교회 섬기며 튼실한 기둥으로 세워지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사실 교회 설립 20주년 때 직분자 세울 마음을 가졌다. 하지만 주님이 허락지 않아 전 집사님도 임직 받을 만한데 아쉽다.

지난 날, 전 집사님 분식집 개업할 때 공사비를 조금 드렸다. 그것을 고마워하며 자녀들과 집사님이 때마다 최선을 다해 섬겨 주셨다. 그런 분이 떠나신다니 난 애끓는 마음이라 깊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아내도 뒤척거리며 잠을 못 이뤘다. 소화 불량이 왔다. 매실 엑기스를 물에 타마시며 속병을 다스렸다. 기도 중에 감사패를 만들었다.‘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 가운데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위해 10년 동안 맡은 일에 충성하여 성도들의 모범이 되었음으로 이 패를 드립니다. 항상 주의 일에 더욱 힘쓰는 자들이 되라 이는 너희 수고가 주 안에서 헛되지 않은 줄을 앎이니라’(고전15:58)

주중에 구역 식구를 초청하여 함께 식사하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식후에‘목사님 사모님 잘 해 주셨는데 떠나려는 마음에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 바람을 하셨다. 울산에서 아무 것도 없이 왔는데 신광교회 와서 복을 많이 받았습니다. 작정한 차량헌금은 계속 하시겠다고 말씀하시며 성도들이 떠날 때, 목사님 마음 아파한 모습을 보았기에 죄송스럽다’고 했다. 그래도 마음이 놓임은 여동생인 전도사님과 제부인 목사님을 주님이 세우신 일꾼으로 깍듯이 섬기는 자세가 아름다웠다. 평소에 자매간 친밀하게 지내심과 여동생인 전도사님의 권면에 순종함이 좋았다.

저녁 밥값을 구역 권찰이 내신다고 하셨다. 권찰님은‘아귀찜 맵다며 적게 드셨는데 형제보다 가까운 집사님 위해 사겠다’고 했다. 내가 물러서지 않자‘목사님 그러면 나도 교회 안 나옵니다’는 말씀에 포기했다.

전 집사님 떠남을 아시고 최근 하나님께서 청년 한 명, 고등학생 두 명, 새벽 기도 동역자 한 분을 보내 위로가 되었다. 주님의 교회 지금까지 고비마다 주님이 일하셨다. 그래도 장래 생각하면 염려된다. 하지만 지난 세월 주님의 도우심을 기억하면 걱정할 일 아니라 기도할 때다.

이상래 목사(광주신광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