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홀드 니버는 교회와 문화와의 관계는 ‘교회는 사회를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바꾸는 변혁적인 관계’를 말한다. 이것은 교회가 문화를 지배한다든지 아니면, 교회와 사회는 일치된 것이라는 등의 다른 ‘교회의 대 사회적인 관계’들보다 뛰어난 관계이지만, 문제는 ‘과연 교회는 우리가 우리들이 살고 있는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에 있다.
우선 과거에는 교회는 그런 능력이 있었다. 초기 기독교의 1902년의 《그리스도교 신문》에는 “... 이 자매 중 육십여명은 도를 믿은 후에 국문을 배워 책 볼줄 아는 자라 하니...”라는 기사가 있다. 우리나라 초기 선교의 시대에는 한글을 깨우쳐 성경을 읽었고, 교회를 통해 한글을 알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뿐 아니라 1902년에 평양에서 열린 사경회에는 전남의 목포나 무안 등지에서도 참여할 정도로 성경을 알기 원하는 열의가 있었고, 그런 열의가 교회로 하여금 한글을 보급하는 중심지가 되게 했다. 더 나아가 교회는 사회적으로 잘못된 구습을 깨드리는 데 앞장섰었다. 《대한 크리스챤 회보》에는 “개회를 크게 해하는 물건은 술인 고로 옳게 생각하는 사람마다 이것을 없이 하기에 힘쓸지니...”라고 쓰고 있다. 음주 자체의 죄 여부가 아니라 음주가 사람의 건강을 해치고, 가정을 파괴하는 요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담배 역시 건강의 이유로 금지했는데, 이렇게 기독교는 좋지 않은 생활을 고치려고 노력했고, 솔선수범하여 건강한 사회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뿐 아니라 미신을 깨뜨리고, 여자들의 인권을 인정하며 여자들의 교육에 힘썼고, 나라의 부정부패와도 맞써 싸우기도 했다. 구한말 당시에는 매관매직이 성행했다고 하는데, 관찰사는 20만냥, 수령직은 5만냥에 매매되었다고 하고, 이렇게 매관매직한 사람들은 예외없이 백성들을 착취했다고 한다. 그러나 기독교인이 있는 곳에서는 이런 매관매직에 대한 항거가 있었고, 그래서 “새로 난 북도 군수중 어떤 유력한 양반 한 분이 말하되 예수교 있는 고을에 갈 수 없으니 영남 고을로 옮겨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기독교인이 있는 곳에서는 마음대로 백성들을 착취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고 1899년 3월 1일자 《대한 그리스도인 회보》에 나와 있을 정도다. 이렇게 과거에는 교회가 충분히 사회를 변혁시킬 수 있는 자리에 있었다. 문화적으로도 교회는 사회를 앞서 나갔다. 그리고 교회는 한국 사회를 이끌어 지금의 모습을 만들었다.
그러나 현대 교회는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동력이 없다. 문화적으로는 이미 세상 문화에 밀려 있다. 몇 년 전 어느 대형교회 중고등부 수련회에서는 당시에 유행하던 개그 프로를 그대로 흉내 내면서 ‘성극’이라고 발표하는 모습을 보았다. 세상의 문화로 인해 교회는 과거와 달리 문화적인 창의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뿐 아니라 부패된 교회는 이미 사회에 동화되었거나 세상의 요구에 굴복한 모습으로 힘없이 서있다. 계속 드러나는 교회의 부패된 모습은 마치 중세 시대 말기의 모습을 보는 것 같기만 하다. 자기 것을 지키기 위해 거짓을 말하고, 인간적인 욕망을 이루기 위해 하나님을 이용하는 것 같은 태도는 이미 교회가 빛과 소금으로서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불의와 싸울 힘이 없어진 교회, 아니 도리어 불의함을 묵인하거나 불의를 행하는 교회가 많아졌기 때문에, 현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점점 헬(지욕)이 되어 간다고 말한다. 하나님의 교회가 그렇게 많은 데도 사람들은 지금의 현실을 지옥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런 사회적인 현상의 책임이 교회에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교회가 교회로서의 자리를 온전하게 지키지 못하면 교회가 속해 있는 사회는 망가진다는 것을 예수님 당시의 제사장이나 서기관들의 모습이, 혹은 종교개혁 당시의 로마 카돌릭의 사제들의 모습이 증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교회가 교회로서의 자리를 온전히 지킨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우리 교회는 과연 교회로서의 자리를 온전히 지키고 있는가 고민해야 할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