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대인들은 ‘엿새 동안은 일할 것이요 일곱째 날은 쉴 안식일이니 성회의 날이라 너희는 아무 일도 하지 말라 이는 너희가 거주하는 각처에서 지킬 여호와의 안식일(레위기23:3)’이라는 말씀을 따라 안식일을 지킨다. 그들은 매주 지키는 안식일을 시작으로 니산월(우리 월력으로는 3,4월 사이)에는 유월절을 지킨다. 레위기 23장에서는 니산월 14일이 유월절이고, 그 다음 날(15일)에는 무교절이고, 일주일간 무교병을 먹어야 한다(레위기23:6-8). 유월절과 무교절은 이스라엘의 해방을 기념하고, 이스라엘의 해방을 위해 일하신 하나님의 섭리와 인도하심을 기념한다. 니산월 16일은 레위기23:9-14절에 의하면 초실절이라고 한다. 첫 번째의 수확을 하나님께 흔들어 요제로 삼았다. 유월절의 안식일 이후 7주 후에는 오순절을 지킨다. 유월절 이후 50일째 되는 날이다. 이런 절기들을 보내고 난 후 유대력으로는 7월, 티슈리월(우리나라 월력으로 9-10월 사이)에는 1일에는 나팔절, 10일에는 속죄일, 14일부터는 장막절을 지킨다. 나팔절은 나팔을 불어 한 해의 끝을 알리고 새해의 시작을 알린다. 장막절이 끝나는 티슈리월 22일에는 성회의 날이라고 한다. 이날은 성회로 모인다. 유대인들은 이 외에도 안티오코스 4세 에피파네스가 즉위하면서 예루살렘 성전을 더럽힌 사건으로 시작된 전쟁에서 승리하면서 성전을 회복했음을 기념하는 절기로 수전절(기슬르 22일 : 우리 월력 11-12월 사이)을 지키고, 에스더의 믿음으로 유대인들이 위험에서 벗어난 것을 기념하는 부림절(아달월 14-15일 : 아달월은 우리 월력 2-3월 사이)도 지킨다.

유대인들은 이런 절기 외에도 식사를 하면서 토라(율법)를 이야기해야 하고, 안식일이 다가오면 대부분 대청소와 함께 식기를 뜨거운 물로 씻는 등의 준비를 한다. 그뿐 아니라 식사도 레위기 11장의 음식법에 근거한 복잡한 규정을 따라 먹을 뿐 아니라 신명기의 ‘너는 또 그것을 네 손목에 매어 기호를 삼으며 네 미간에 붙여 표로 삼고 / 또 네 집 문설주와 바깥 문에 기록할지니라(신명기6:8-9)’라는 말씀을 문자 그대로 지켜서 유대인들은 문설주에 신명기 6장이 써 있는 메주자를 넣기도 하고, 이마에는 테필린이라는 작은 부적을 붙이기도 한다. 유대인들은 이런 제의적인(cultic) 일상을 통해 스스로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정체성을 확인하며 산다. 예수님께서 유대인들을 책망하신 것은 이런 절기를 지키고, 식사를 위한 규정을 지키며, 철저히 성경의 말씀을 따라 살려는 그들의 삶의 태도가 아니라, 율법을 지키는 사람들만이 하나님의 백성이고, 율법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은 하나님의 구원에 참여할 수 없고, 율법적인 삶을 통해서만 구원받는다는 이행칭의(以行稱義:행함으로 의롭함을 받는다는 의미)적인 신앙관이었다. 그래서 예수님은 ‘서기관들과 바리새인들이 모세의 자리에 앉았으니 /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그들이 말하는 바는 행하고 지키되 그들이 하는 행위는 본받지 말라(마태복음23:2-3)’고 말씀하신다. 이행칭의는 틀린 것이 확실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하나님을 섬기는 원리는 맞다는 말이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유대인들의 이런 엄청난 무거운 짐을 사도행전 15장에서 폐지하고 4 가지로 축소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독교인으로서 제의적인 삶을 산다. 어떤 면에서는 종교적 씨앗을 갖고 있는 사람 모두는 탄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는 모든 삶이 제의적이다. 특히 기독교인으로서 식사를 하면서 식사기도를 하는 것을 위시해서 새해를 맞이하며 송구영신 예배를 드리는 것이나, 생일 같은 특별한 날에 대한 감사와 헌금을 드리는 일, 일상에서의 감사와 죽음 앞에서의 모든 행위가 제의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삶 그자체가 제의적이고, 그래서 삶 전체에서 하나님을 드러낼 수 있는 불구하고 하나님과의 관계를 극히 제한적인 종교적인 행위에서 찾는데 있다.

2016년을 시작했다. 그리고 하루하루 우리는 하나님의 백성으로 제의적인 삶을 산다. 아니 우리의 일상이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하나님을 섬기는 제의적인 삶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