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는 지난주에 그리스도인이 그리스도인으로 인정받는 것은 종교적인 행위에 근거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바울이 고린도 교회에 던진 중요한 명제는 ‘내가 그리스도를 본받는 자 된 것 같이 너희는 나를 본받는 자 되라(고린도전서 11:1)’는 것이었고, 우리는 ‘그리스도를 본받음’이 그리스도인을 그리스도인으로 이해할 수 있는 원리임을 나누었다. 바울은 그리스도께서 ‘그는 근본 하나님의 본체시나 하나님과 동등 됨을 취할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시고 / 오히려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져 사람들과 같이 되었고 /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셨으매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빌립보서 2:6-8)’신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도 역시 ‘그리스도를 본받는 자’로서, 그리고 그리스도 안에서 발견되기 위해 ‘무엇이든지 내게 유익하던 것을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다 해로 여길뿐더러 / 또한 모든 것을 해로 여(빌립보서 3:7-8)’긴다고 고백한다. 예수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잃어버리고 배설물로 여(빌립보서 3:8)’길 수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예수님을 본받는 자된 바울은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하나님의 도구로 부름을 받은 그 부름을 위해, 즉 한사람에게라도 복음을 전하기 위해‘모든 사람에게 자유하였으나 스스로 모든 사람에게 종이(고린도전서 9:19)’되었고, 더 나아가 유대인들에게는 유대인으로, 율법이 없는 자들에게는 율법이 없는 자들로, 약한 자들에게는 약한 자의 모습으로 행함으로 몇몇 사람들을 구원하기 위함이었고, 결국 바울의 모든 행동의 이유는 예수 그리스도를 전파하는 일, 즉 ‘복음을 위하여 모든 것을 행함은 복음에 참예하고자(고린도전서 9:23)’하는 것이었다. 결국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자기 정체성은 얼마나 내가 그리스도를 닮기 원하는가에 있다.
2. 우리는 다원화된 시대에 살기 때문에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며 산다. 굳이 질풍노도의 시대라고 말하는 청소년 시기를 사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현대인은 정체성에 대한 혼돈의 시대를 산다. 과거에는‘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의 문제로 혼합주의에 빠졌다면, 현대인들은 정체성의 혼돈으로 혼합주의(syncretism)에 빠지게 된다. 물론 혼합주의의 바탕은 ‘한 사람이 두 주인을 섬기지 못할 것이니 혹 이를 미워하며 저를 사랑하거나 혹 이를 중히 여기며 저를 경히 여김이라 너희가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하느니라(마태복음 6:24)’라는 주님의 말씀에 있고, 주님은 이런 혼합주의에 빠지지 않는 원리로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마태복음 6:33)’라고 말씀하신다. 그런데, 과거에는 ‘이 모든 것을’하나님께 믿음으로 맡기고‘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함으로 하나님만을 의지하는 삶을 살 수 있었지만, 현대는 상황이 바뀌어 하나님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정체성을 확인함으로 하나님께서 ‘이 모든 것’을 주신다는 확신으로 살아가게 되었다는 말이다. 하나님 백성으로서의 자기이해가 세상이 요구하는 삶을 거절하게 만들고, 또한 내가 세상으로 향하려는 삶을 막아 우리들이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온전하게 살 수 있는 근거를 만들어 준다는 말이다. 예수님께서 하나님 백성으로서의 기본적인 품성을 말씀하실 때 이야기하신 ‘의’에 대한 간절함과 의를 위해서 핍박이라도 이길 수 있다는 자기 확신, 정체성이 우리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혼합주의를 포기하게 만드는 원리가 된다.
3. 우리가 스가랴서를 묵상하면서 생기는 질문은 ‘왜 하나님께서는 학개나 스가랴 선지자를 통해 성전재건을 독촉하셨는가?’이다. 그 답을 스가랴는 ‘시온의 회복’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임을 이야기한다.‘시온의 회복’이라는 하나님의 뜻에 동참함으로 가나안 땅에 돌아온 ‘하나님의 백성’들은 스스로에게 있는 하나님의 백성이라는 정체성을 확인할 뿐 아니라, 하나님께서도 그들이 하나님의 백성인 것을 인정하시고, 그들과 함께하신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옛 땅, 가나안 땅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을 에스라서에는 ‘이스라엘의 하나님은 참 신이시라 너희 중에 무릇 그 백성 된 자는 다 유다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서 거기 있는 여호와의 전을 건축하라(에스라1:3)’는 고레스의 칙령을 소개하는 것이다. 물론 실제 고레스의 칙령은 이런 내용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여기서 강조되는 것은 여호와의 전을 건축할 사람들은 ‘너희 중에 무릇 그(여호와의) 백성 된 자’들이었다. 그리고 ‘너희 중에 무릇 그(여호와의) 백성 된 자’들은 성전을 재건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배우며 회개하는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게 된다(느헤미야 8장).
4. 사실 귀환한 이스라엘 사람들, 하나님의 백성들은 몇 가지의 일에 매여 있었다. 멸망 이전의 이스라엘 사람들은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큰 문제였다면, 귀환한 유대인들은 먹고 사는 문제 외에도, 과거에 자신들이 살았던 땅에서 70년 동안 산 사람들의 강력한 반발과도 싸워야 했다. 그들의 반발은 왕에게 전해지는 상소를 통해 혹은 실제적인 접촉을 통해 나타났다. 그래서 에스라나 느혜미야에서는 많은 문서가 등장한다. 그 문서들로 인해 유대인들은 성전을 짓기도 하고, 또 성전 짓는 것을 멈추기도 했다. 그리고 유대인들은 외부의 적들에 대한 방어를 감당해야 했다. 이런 복합적인 삶의 현실 속에서 그들에게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정체성을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성전 건축이었고, 성전 건축 후의 제사였다. 현대인들의 정체성이 혼란스럽다고 이야기한 이유는 에스라에서 본 유대인들처럼 삶이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의 일을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사회적인 구조와 주변의 여러 여건들이 우리들이 기독교인인지 아닌지를 혼동하게 만들뿐 아니라 더 나아가 주님의 말씀대로 우리는 삶을 위해 맘몬을 섬기게 되는 혼합주의적인 기독교인이 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우리의 삶의 바탕이 주님을 예배하는 예배가 되어야 하고, 하나님의 말씀이 바탕이 되어야 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예수하는(Doing Jesus!) 우리들’은 예수님처럼 하나님과 예배가 중심이 된 삶을 감당하는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진 자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