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굽을 탈출한 이스라엘과 주변 나라와의 가장 중요한 차이점, 더 나아가 각자의 신들을 믿는 주변 국가와 이스라엘과의 차이점은 ‘법’이다. 특별히 함므라비 같은 사람도 법을 만들기는 했지만, 함므라비가 만든 법과 모세오경에 나오는 법과의 차이는 ‘공평’함에 있다. 현대적인 용어로 말하면 모세오경의 법에는 하나님 앞에서는 누구나, 그가 외국일지라도 평등하다는 생각이 깔려있다. 따라서 이스라엘에게 하나님께서 ‘법을 주셨다’는 말은 이스라엘은 ‘오직 공법을 물 같이, 정의를 하수 같이 흘릴(아모스 5:24)’수 있는 바탕이 있다는 말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은 ‘최소한’의 것에 대한 규정이다. ‘열심으로는 교회를 핍박하고 율법의 의로는 흠이 없는 자(빌립보서 3:6)’자라고 스스로를 생각했던 바울은 로마서에서 ‘율법으로 말미암지 않고는 내가 죄를 알지 못하였으니 곧 율법이 탐내지 말라 하지 아니하였더면 내가 탐심을 알지 못하였으리라 / 그러나 죄가 기회를 타서 계명으로 말미암아 내 속에서 각양 탐심을 이루었(로마서 7:7-8)’다고 말한다. 그리스도를 만나기 전 바울은 자신이 지켰던 모든 것이 ‘최소한의 것’이었고, 아무리 법을 잘 지키려 해도 완벽할 수 없었음을 스스로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법의 한계를 예수님은 바리새인과 이혼에 대한 논쟁을 하시면서 이야기하신다. 즉, 이혼하는 문제에 대하여 예수님은 ‘사람이 그 부모를 떠나서 아내에게 합하여 그 둘이 한 몸이 될지니라 하신 것을 읽지 못하였느냐 / 그런즉 이제 둘이 아니요 한 몸이니 그러므로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누지 못할지니라(마태복음 19:5-6)’라고 말씀하실 때 바리새인은 ‘어찌하여 모세는 이혼 증서를 주어서 버리라 명하였나이까(마태복음 19:7)’라고 질문한다. 이 질문에 대하여 예수님은 ‘모세가 너희 마음의 완악함 때문에 아내 버림을 허락하였거니와 본래는 그렇지 아니하니라(마태복음 19:8)’라고 답하신다. 법이란 것이 인간의 탐욕이나 완악함으로 일어날 수 있는 사회적인 혼란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적인 제어장치이고, 그 완악한 사람들을 통해서 하나님의 뜻을 실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스라엘이 가지고 있는 이런 법체계로는 ‘오직 공법을 물 같이, 정의를 하수 같이 흘릴(아모스 5:24)’수 없었고, 이스라엘은 실패했다.

그러나 하나님 나라의 백성들은 사람의 완악함으로 인해 만들어진 최소한의 제어장치가 아닌 다른 법체계를 갖게 된다. 예를 들면, ‘간음하지 말라’는 최소한의 규정을 예수님께서는 ‘여자를 보고 음욕을 품는 자마다 마음에 이미 간음하였(마태복음 5:28)’다고 새롭게 해석하신다.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라면, 간음하지 말라는 모세의 율법을 예수님처럼 적극적으로 해석해서 사회적으로 약자인 여인들을 보호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수님은 살인하지 말라는 율법에 대해서도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형제에게 노하는 자마다 심판을 받게 되고 형제를 대하여 라가라 하는 자는 공회에 잡히게 되고 미련한 놈이라 하는 자는 지옥 불에 들어가게 되리라 / 그러므로 예물을 제단에 드리다가 거기서 네 형제에게 원망 들을만한 일이 있는줄 생각나거든 / 예물을 제단 앞에 두고 먼저 가서 형제와 화목하고 그 후에 와서 예물을 드리라(마태복음 6:22-24)’라고 말씀하심으로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라면, 살인하지 말라는 법의 의미와 범위를 이렇게 확대시키어 생각해야 한다고 말씀하신다. 더군다나 형제와의 화목은 하나님을 예배하는 전제조건이 된다.

예수님은 이런 하나님 나라의 법체계의 바탕을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 그리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으로 말씀하신다. 그리고 사람으로는 하나님 나라의 법체계를 감당할 수 없음을 아시기 때문에 성령님이 우리와 함께하실 것을 약속하신 것이다. 이 사랑으로 우리는 하나님을 알 수 있고,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을 이해하며, 하나님의 백성으로서의 적극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 그리고 하나님의 정의와 하나님의 공의를 드러내는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