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2:1-12 : 문둥병에서 나은 사람은 예수님의 말씀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문둥병에서 나았음을 사람들에게 전했다(막1:45). 아마 문둥병이 나음으로 사회에 복귀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예수님의 이야기를 했을 것이고, 그런 소문은 급하게 퍼져나가기 마련이다.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찾았고, 사람들은 예수님을 찾아 모이기 시작했다(45절). 그리고 예수님이 가버나움에 들어가시자 예수님의 소문을 들은 사람들은 예수님께 모이기 시작했다. 이 사람들은 대부분 병자이거나 예수님을 통해 무엇인가 얻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마가는 이 많은 사람들 가운데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간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그들은 중풍병자와 그의 친구들이다. 중풍병자는 문둥병자와 같이 사회적인 소외를 당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몸이 불편하기 때문에 종교적 소외를 당하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중풍변자와 그의 친구들은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예수님을 만나러왔고, 많은 사람들 때문에 예수님께 가까이 갈 수 없자 집의 지붕을 열고 병자를 예수님 앞으로 내린다. 그들은 예수님께서 중풍병자의 병을 고쳐주실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을 것이다. 당시의 가옥 구조로는 쉽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예수님은 그들의 믿음을 보신다. 그리고 예수님은 중풍병자의 죄를 사해주시고, 병을 고쳐주신다.
함께 있던 서기관들의 율법적 사고방식에 혼란이 왔다. 예수님에 대한 이해가 없는 사람들로서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들은 중풍병자의 죄 사함을 선포하는 예수님께 대해 ‘이 사람이 어찌 이렇게 말하는가 신성 모독이로다 오직 하나님 한 분 외에는 누가 능히 죄를 사하겠느냐’ 라고 생각한다. 이들의 생각은 옳지만, 문제는 하나님 나라의 왕으로 오신 예수님에 대한 이해가 좁다는 것이다. 10절에 보면 예수님은 이런 서기관들에게 스스로의 권세를 드러내기 위해서 ‘죄 사함’을 선언하셨음을 이야기한다. 인자는 이 땅에서 죄 사함의 권세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병 고침과 죄 사함은 하나님의 다스림에서 이루어질 뿐 아니라 두 경우 모두가 하나님의 나라가 왔음을 나타내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예수님께서 중풍병자에게 죄 사함을 받았다고 말씀은 중풍병자의 병이 나았음을 선언하는 것과 같은 의미일 것이다. 율법을 따르는 자들은 갑자기 찾아온 은혜에 당황하게 된다. 병만 나아도 대단한 일이었는데, 중풍병자는 죄 사함의 은혜까지 받고 돌아가게 되었다. 은혜는 이렇게 사모하는 자들에게 찾아온다. 그의 병 나음은 주변 사람들의 부러움과 함께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일이 되었을 것이다(12절)
--하나님의 나라는 갈망하는 자들에게 찾아오는 나라이다. 억지로 힘으로 정복하는 나라가 아니라 간절함을 갖고 바라는 자들에게 찾아오는 나라가 바로 하나님의 나라이다. 중풍병자와 그의 친구들은 그런 갈망으로 예수님을 만났고, 하나님 나라의 백성이 되었다.
마가복음 2:13-22 : 예수님 당시의 세리는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이었다. 그들은 세금 이상의 액수를 거두어 취하였기 때문에 유대인들의 입장에서는 동족을 착취하는 자들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종교적으로도 소외당하는 사람들이었다. 반면에 바리새인들과 서기관들은 율법을 연구하고 율법을 따라 살기로 작정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런 죄인들과의 교제가 이루어질 수 없었다. 서기관과 바리새인들이 볼 때 세리 레위는 하나님이 기업이 되어야 하는(민18:20; 신10:9) 레위족속임에도 불구하고 자기의 백성을 배반하는 일이 기업이 되어버린 자인데도 예수님은 그가 베푼 잔치에 참여하고 있었다. 아마 레위의 잔치에는 기존 질서 안에서 소외된 자들이 함께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바리새인들은 ‘어찌하여 세리 및 죄인들과 함께 먹는가’라고 제자들에게 묻는 것이다(16절) 이때 예수님은 자신의 사역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모습을 이야기하신다. 즉, “건강한 자에게는 의원이 쓸데 없고 병든 자에게라야 쓸데 있느니라 내가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요 죄인을 부르러 왔노라(17절)”라고 말이다. 이 말은 예수님 당시에 흔하게 사용되어 온 격언이라고 한다. 예수님이 이렇게 스스로를 의원으로 여기시는데 반해 당시의 유대인에게 메시야는 정치 군사적 메시야를 의미했다. 즉 유대인들은 당시 사회적 모순과 외세로부터 당하는 질곡을 풀어낼 민족적인 메시야를 원했다. 그러나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메시야로서의 예수님의 모습은 성경에서 말하는 것처럼 죄로 인해 상처를 받은 그의 백성들을 치유하시는 메시야이다(사19:22; 53:5; 렘8:2; 30:17; 호6:1; 14:5; 슥11:6등). 이 메시지의 내용은 너무 확실하다. 즉 우리 같은 죄인을 위해 이 땅에 오신 주님의 사역을 설명하시는 것이다(막10:44-45). 우리가 스스로 의롭다고 생각할 때 주님은 우리에게 의미가 없다.
율법적 사고방식으로는 은혜인 하나님의 나라를 이해할 수 없다. 하나님의 나라의 그림자를 본 세례요한도 예외일 수 없다. 그래서 세례요한은 제자들을 보내어 예수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한다. 예수님은 ‘21 생베 조각을 낡은 옷에 붙이는 자가 없나니 만일 그렇게 하면 기운 새 것이 낡은 그것을 당기어 해어짐이 더하게 되느니라 / 22 새 포도주를 낡은 가죽 부대에 넣는 자가 없나니 만일 그렇게 하면 새 포도주가 부대를 터뜨려 포도주와 부대를 버리게 되리라 오직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넣느니라 하시니라’고 말씀하신다. 하나님의 나라가 왔다. 그 나라를 받아들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하나님의 은혜를 바탕으로 하는 새 부대이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고,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다. 이 믿음은 하나님의 나라를 받아들이는 새로운 부대가 된다. 이 믿음을 바탕으로 우리는 하나님 나라 백성이 된다. 이 믿음으로 우리의 아픔을 치유하시는 예수님을 볼 수 있고, 이 믿음을 바탕으로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며 세상을 이길 수 있다.
마가복음 2:23-3:6 : 안식일을 잘 지키는 것은 십계명의 처음 세 가지 계명을 종합적으로 지키는 것과 같다. 하나님과 우상을 동일시하는 사람은 안식일을 지킬 수 없고, 안식일의 규정을 따라가는 사람이 우상을 만들 이유가 없으며, 안식일을 잘 지키는 사람이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컬을 일도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유대인들에게 안식일을 지키는 것은 유대인으로서의 자부심일 뿐 아니라 유대인인 것을 드러내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안식일을 지키는 일에 대한 여러 가지의 규례들이 만들어졌고, 신 구약 중간기에는 모든 유대인들이 안식일을 온전하게 지킨다면 메시야가 올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한다. 문제는 이렇게 중요한 안식일을 중요하고 소중하게 지키는 과정에서 ‘안식일 지킴’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율법을 주셨을 때의 원리가 변질되었다는 데 있다.
오늘 이야기는 두 가지의 안식일에 대한 논쟁이다. 하나는 유대인들이 볼 때 예수님의 제자들이 안식일에 해서는 안되는 일을 했다는 것이고(막2: 23-26절), 두 번째는 바리새인들이 예수님을 고발하기 위해 일부러 만들어 놓은 것이다(막3:1-6). 이 두 가지의 안식일 논쟁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나님께서 안식일을 만들어 놓으신 이유를 2:27-28에서 ‘27안식일이 사람을 위하여 있는 것이요 사람이 안식일을 위하여 있는 것이 아니니 / 28 이러므로 인자는 안식일에도 주인이니라’고 말씀하신다. 이 말씀을 근거로 예수님은 밀밭 사이를 지나던 제자들이 이삭을 잘라 먹은 것에 대하여 변호해주시며, 이 말씀을 근거로 비록 바리새인들의 덧인 것을 아시면서도 안식일에 손마른 자를 고쳐주시는 것이다. 즉 당시의 바리새인이나 서기관들 같은 율법학자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안식일 자체를 지키는 일에 매몰되어 하나님의 본래의 뜻, 즉, 안식일을 통해 그의 백성들에게 자유와 안식의 기쁨을 누리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뜻을 새롭게 하신 것이다. 물론 예수님은 바리새인들과의 논쟁에서 안식일 법 자체를 이야기하지 않으신다. 그리고 손 마른 자를 고쳐주시는 과정에서도 안식일에 선한 일과 나쁨일 중 무엇을 해야하는가를 물으신다. 이런 예수님의 모습에서 우리는 왕으로 오신 주님의 모습을 엿보게 된다.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아주시는 왕이신 예수님 말이다.
-- 믿음은 생명이고, 신앙생활은 말 그대로 생활이다.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는 삶이 바로 신앙생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때로 하나님을 믿는 일이나 신앙생활을 율법적인 원리로 생각할 때가 있다. 바리새인들의 특징이 그런 것이다. 더 열심히 하나님을 믿고, 하나님을 드러내는 삶을 살기위한 인간적인 욕심이 도리어 율법적인 삶으로 그들을 끌고 가고 있었다. 그 극단적인 예가 안식일에 대한 그들의 자세가 아닌가? 우리가 하나님을 믿는 삶을 살기를 소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성환 목사(신학포럼 빛 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