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이어서 짐승에 대한 묘사도 주목해야 하는데, 짐승은 붉은 빛을 띄고 있고 음녀를 태우고 일곱 머리와 열 뿔을 가지고 있으며 몸에 하나님을 모독하는 이름들이 가득 쓰여 있다(3). 짐승은 전에 있었다가 지금은 없으나 장차 무저갱으로부터 올라와 멸망으로 들어갈 자다(8). 짐승의 일곱 머리는 음녀가 앉은 일곱 산이며(9), 또한 일곱 왕으로서 다섯은 망하였고 하나는 있고 다른 것은 아직 이르지 아니하였으나 이르면 반드시 잠깐 동안 머무를 것이다(10). 전에 있다가 지금은 없어진 짐승은 여덟째 왕이니 일곱 중에 속한 자이기도 하다(11). 열 뿔은 열 왕이다. 이들은 아직 나라를 얻지 못하였으나 다만 짐승으로 더불어 임금처럼 권세를 일시 동안 받게 될 것이다(12). 열 뿔은 자기들의 능력과 권세를 짐승에게 주고(13) 함께 어린 양과 더불어 싸우지만 패하게 된다(14). 짐승과 열 뿔은 결국 음녀를 미워하여 음녀를 멸망시키게 된다(16).

4. 이와 같이 음녀와 짐승에 대한 묘사들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먼저 로마 제국에 대한 2개의 이미지로 해석할 수 있다. 바다에서 나온 짐승으로 상징되는 정치적 권력과 음녀로 묘사되는 경제적 권력인데, 이 두 가지가 17장에서 결합되어 나타난다. 또한 구약의 예언으로 볼 때, 구약에 나오는 두 악한 도성 즉 정치 군사력의 상징 바벨론과 경제력의 상징 두로에 대한 멸망 예언 등을 이용하여 로마 제국의 멸망 예고로 볼 수 있다. 바벨론의 멸망은 렘 50~51; 사 13:1~14:23; 21:1~10, 47; 렘 25:12~38에, 두로의 멸망은 겔 26~28; 사23에서 예언되었다. 로마제국은 정치, 종교적인 면에서 바벨론의 상속자이며 경제적인 면에서도 두로의 상속자로 묘사된다. 바벨론은 로마에 대한 암호로 사용되었는데, 로마의 바벨론적 성격은 로마가 교만하고 우상숭배적이며 압제적인 제국을 이루었다는 면에서 그리고 특히 하나님의 백성을 정복하고 압제한다는 면에서 나타난다. 로마의 음녀 이미지는 두로에게서 온 것이다. 구약에서 바벨론을 묘사하기 위해서 음녀 이미지를 사용하지는 않았지만 두로를 묘사하기 위해서는 음녀 이미지를 사용했다(사 23:15~18). 따라서 음녀 이미지는 일차적으로 경제적인 면을 부각시킨다. 음행과 우상숭배는 로마제국의 황제 숭배에 대한 종교적 간음을 지적한다.

5. 우리는 본문에 나오는 짐승과 그리스도를 비교할 수 있는데, 짐승이 “이전에 있었다가 지금은 없으나 장차 나올 자”(17:8,11)라면 그리스도는 “전에도 계셨고 이제도 계시고 장차 오실 자”이시다(1:4, 8; 4:8). ‘지금은 없다’는 짐승에 대한 부정적 표현이 영원성이 없음을 의미한다면 ‘지금 계시다’는 그리스도에 대한 표현은 영원성을 강조한다. 사도 요한은 짐승을 그리스도에 비교하여 기독론적으로 묘사함으로써 이 세상 권력과 사탄의 세력이 얼마나 종교적 형태를 가지는지를 드러낸다.

6. 이 말씀은 1세기나 2세기, 혹은 로마 제국의 압제 하에 살던 그리스도인들만을 위함이 아니다. 현대를 사는 우리야말로 이 말씀을 들어야 한다. 세상 나라들이 얼마나 정치와 경제를 하나로 묶어서 인간의 정신과 사고를 사로잡아가고 있는가? 실로 무서울 만큼 오늘날의 정부와 국가들은 바벨론적 성격을 드러내고 있고, 우리는 그 속에서 알아채지 못할 만큼 교묘하게 우리의 생각과 정신을 사로잡는 바벨론 정신 앞에 노출되어 살아간다. 그러나 알라! 그 나라와 그 세력은 무너질 것이다. 자신의 생각과 정신, 그리고 영혼을 팔아 그 나라와 권력을 섬긴다면 바벨론의 멸망과 함께 멸망하고 말 것이다. “(어린 양은) 이기실 터이요 또 그와 함께 있는 자들 곧 부르심을 받고 택하심을 받은 진실한 자들도 이기리로다”(14).

7. “하나님 아버지, 오늘날 교회가 음녀와 짐승으로 상징된 세상 나라의 권세와 유혹 앞에 입을 맞추거나 무릎을 꿇거나 마음을 빼앗기지 않게 하시고, 오직 주님과 주님 나라에 삶과 전부를 드리고 충성하는 복된 교회들이 끝까지 되게 하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