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출발은 질문이다. 왜 이런 일이 가능하고, 어떻게 이것을 설명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철학을 만들었고, 탈레스라는 사람은 이런 질문에 대해 신화가 아닌 말의 논리로 답을 하려 했기 때문에 철학의 아버지가 되었다. 신앙도 질문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신앙은 사람들이 던지게 되는 여러 가지의 질문에 대하여 ‘하나님’이라는 답을 미리 결정하고 시작한다. 그렇기 때문에 철학과 신앙은 다르지만, 같은 듯 한 면도 있다. 예를 들어 ‘왜 사느냐?’ 라는 질문은 철학자나 신앙인 모두에게 일어나는 질문이다. 그러나 이 질문에 대하여 철학은 인생이란 무엇인가부터 이야기하면서 다양한 삶의 이유를 찾으려 하겠지만, 신앙은 하나님이 주신 인생의 가치를 이야기하면서 삶의 이유를 ‘어떻게 사는 것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것인가’에서 찾는다.
그래서 신앙인의 삶에는 강렬한 논쟁이 있고, 감사와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기대가 있다. 강렬한 논쟁이 있다는 말은 철학과 마찬가지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하여 허투루 넘기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치 철학을 하는 사람이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하여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처럼, 신앙인은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하여 끊임없이 ‘하나님은 왜?’ 라는 질문을 하나님께 계속 던진다는 말이다. 그리스도인은 그래서 ‘그 자리’에 안주할 수 없다. 어디엔가 안주한다는 것은 질문을 그치는 일이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질문의 가지를 제한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질문이 멈춘 곳에서 선 사람들은 언제나 안위를 찾는다. 그리고 자신이 찾은 몇 개의 답을 결코 빼앗길 수 없다는 생각으로 전쟁도 불사하게 되고, 결국 신앙이라는 이름으로도 잔인한 폭력이 나타나기도 한다.
신앙인의 삶은 하나님이 주신 답을 바탕으로 가능하다. 갈대아 우르를 떠나라는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아브라함은 ‘문명 세계를 떠나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했을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하여 하나님은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하게 하리니 너는 복이 될지라 / 너를 축복하는 자에게는 내가 복을 내리고 너를 저주하는 자에게는 내가 저주하리니 땅의 모든 족속이 너로 말미암아 복을 얻을 것이라(창세기12:2-3)’라는 답을 주셨고, 아브라함은 갈대아 우르, 즉 그의 친척과 아비의 집을 떠날 수 있었다. 모세는 바로 앞에 가서 이스라엘 백성을 구하라는 하나님의 요구 앞에서 ‘하나님은 누구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졌고, 하나님은 ‘나는 스스로 있는 자이니라(출애굽기3:14)’라는 답을 주셨다. 하나님의 답을 들은 모세는 ‘장성하여 바로의 공주의 아들이라 칭함 받기를 거절하고 / 도리어 하나님의 백성과 함께 고난 받기를 잠시 죄악의 낙을 누리는 것보다 더 좋아(히브리서11:24-25)’하는 삶을 살 수 있었다. 이렇게 삶을 살아가면서 신앙인은 하나님께서 나의 질문에 무엇이라 답하셨는지를 계속 물으며 살게 된다. 그리고 나는 나의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것이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주신 답을 바탕으로 하나님께서 나에게 이루시기를 원하는 그 일이 고통과 어려움이 가득한 일이라고 해도 하나님의 뜻이라면, 그것을 이루며 살아가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런 삶을 살아가는 것은 나의 힘이 아닌 하나님의 은혜이다.
문제는 모든 것은 ‘하나님의 은혜이니까’를 되 뇌이면서 질문이 멈추는 데 있다. 하나님의 은혜는 모든 것의 답이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의 답은 아니기 때문에 ‘하나님의 은혜’로 질문을 막아서는 안 된다. 질문이 멈추어 선 자리에서 살아가는 기독교인은 세상 사람들이 볼 때 염치없고, 이기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짠 맛을 잃은 소금처럼 버려지고 사람들의 발에 밟히게 된다. 새해가 다가온다. 하나님의 은혜로 주어진 2016년에는 무엇이 예수하는(Doing Jesus!) 삶인지 물으면서 2016년을 시작했으면 한다. 그리고 하나님의 답을 받고, 그 답을 바탕으로, 그리고 하나님의 은혜로 이 땅에서 그리스도인다운 삶을 감당할 수 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