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강 신구약 원근법의 적용

1.복음의 지평; 그 공동 텍스트

먼저, 강의를 하면서 많은 갈등을 하게 된다. 내가 사역하던 교회는 현실 교회의 평가 기준치에 못 미치며, 이미 경쟁력에서 밀려났었다. 그런데 사실, 불행하게도 나는 지금까지도 교회가 무엇인지 확실히 잘 알지 못한다. 관습 제도와 묵은 전통에 사로잡혀 교회를 맘대로 생산 소모할 수 있다는 자유 시장경제 체제를 답습해 왔다. 즉, 이것은 한 체제로써 생산수단의 대부분이 사적으로 소유되며 주로 시장경제에 의한 생산성과 소득 분배가 이루어지는 경제 체제가 교회까지 깊이 들어왔다는 증거이다. 이것은 수용과 배제의 원칙론에서 그 기준이 아주 모호하다. ‘하나님의 것은 모두 내 것’이라고 하면 되겠는가? 교회가 이런 것일 때, 참 교회의 목적이 아닌 엉뚱한 곳에 와 있지 않을까?

또 나는 주제넘게도 복음의 사람들에게 스스럼없이 이렇게 질문을 던진다. 구약 선민인 이스라엘이 하나님을 배도(背道)하다가 왜 역사 저 너머로 사라졌는가? 신약교회도 복음이 가는 곳마다 한 세대(당면시대)를 풍미(風靡)하다가 왜 지평 저 너머로 사라졌으며, 또 사라지고 있는가?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현상에서 하나님의 모든 족속 구원 계획과 목적을 발견한다면, 뭔가 납득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님의 복음의 세계화는 과거의 ‘소실’과 미래의 ‘전진’이라는 반대 방향의 역사이다.

이 강의의 공동 텍스트는 『복음의 지평』이다. 여기서 신구약 성경의 지평 관점이 형성된다. 그 내용은 복음의 실체인 ‘하나님 나라’와 그 지평에 서있는 교회의 관점이다. 이 지평 관점의 형성을 위하여 먼저 ‘지평’(horizon)과 ‘원근법’ (perspective)의 차이를 보면, ‘지평’은 관망자의 관망 대상이며, ‘원근법’은 관망자의 지평 관점이다. 지평에 대하여 천문학자들의 말을 빌리면, 지표면 1.5m 높이에 있는 사람에게 지평(선)은 약 4.5㎞ 떨어져 있고, 고도 3,048m에 있는 사람에게 지평(선)은 약 203㎞에 위치한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관망점이다.

원근법은 회화(繪畵; 평면그림)에서 빌린 것으로 차원 이야기다. 3차원의 물체와 공간 관계를 2차원의 평면 또는 실제보다 얄팍한 판면에 도식으로 묘사한 기법이다. 이는 공간 속의 물체가 보는 사람에게 멀어질수록 작게 보이며 평행하는 선과 면도 무한히 먼 하나의 소실 점(消失 點)으로 수렴되어 사라지듯 보이는 실제 관찰에 바탕을 둔 것을 말한다. 컴퓨터 그래픽도 3차원의 구성 정보를 우리가 눈으로 잘 보기 위하여 2차원의 화면으로 그래픽 했음을 알 수 있다

스페인의 철학자이자이며 인문주의자인 호세 오르테가 Y 가쎄트(José Ortega y Gasset; 1883.5.9-1955.10.18, 스페인 자유주의 철학자)는 이러한 내용을 자신의 사상적 입장의 원근법으로 규정하여 모든 삶은 각각 우주에 대한 하나의 관점이라 생각했다.

오르테가는 어떤 풍경이든 하나의 관점을 마련하여 세계를 전망한다고 했다. 그는 회화 예술의 진행 과정을 관통하는 ‘주제 내면으로의 후퇴’라는 법칙을 설명하는데, 근시적 원시적 시각 방식에서, 근시적 시각 방식은 게슈탈트(Ge- stalt; 부분 합으로 단순 설명 될 수 있도록 전체적 일체화 요소의 구성이나 패턴) 지각 대상 형성의 통일구조 심리학과 같은 요소를 받아드려 정신에서 전체를 파악해 내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형태로 된 그 형태 그대로를 받아드려 지각할 때 항상 중심 되는 대상이 있고, 그 주변을 이루는 바탕이 있다고 한다. 이른바모형과 배경이 구분되는 지각방식이다.

지각 장(perceptual filed)에서 주위를 받아 부각되는 대상을 ‘주체화된 대상’이라 하고, 그 대상을 둘러싸고 있는 배경을 ‘지평’이라고 했다. 그래서 지평과 대상은 암암리에의미를 주고받는다는 것이다.

부연(敷衍)하면, 지평은 연직선(鉛直線)에 수직한 평면이 천구 (天球) 와 만나는 수평면에 직각인 선이며, 일반적으로 하늘이 땅이나 바다와 만나는 것처럼 보이는 경계선을 말한다. 전망자의 눈의 위치가 높을수록 눈에 보이는 지평선은 더 낮아지고 멀리 보이게 된다.

나는 이 원근법을 역사 속에 당면된 하나님의 세계화의 방법론으로 착안했고 구속사적 시공간적 관점에 이르게 되었다. 하나님 나라의 지평에 있는 교회가 우리의 전망 대상이지만 사실은 지상 교회를 통하여 실제 대상인 하나님 나라를 전망한다. 하지만 교회가 존재하므로 하나님 나라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가 존재하므로 교회가 존재한다는 존재 방식이다(나의 내러티브 사도행전 참고).

2.구약 이스라엘과 신약교회의소실과 전진의 양-방향

복음의 실제 동력은 시대 속에서 지역교회가 소실(消失-지평 저 넘어 사라짐) 됨으로 복음이 세계로 전진(前進-미래 지향적)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하나님의 계획과 주권에 의한 역방향의 동력이 하나님의 구속사적 일련 과정이라 했을 때, 이것은 매우 아이러니 하다.

스페인 철학자 오스카 쿨만(Oscar Cullman)은 ‘계시와 구원의 전체 역사는 현실 역사의 실제 사건들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예수그리스도는 바로 이 현실 역사의 중심과 정점이다.’라고 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선재로부터 재림에 이르는 일련의 사건을 한 폭의 전경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늘 주장하는 의견)이다.

믿음이란 기록된 성경역사의 내용을 바로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며, 특히, 여기서 강조점은 역사 안에서 행동하는 하나님을 증거 하는 것이다. 나는 복음의 점진적 세계화를 위한하나님의 계획을 역사적 바탕에서 정리했다. ‘하나님은 세계와 모든 족속 구원을 어떻게 성취해 나가시는가? 그것은 구약 이스라엘과 신약 교회가 평형을 이루며 동일 지평 선상에서 하나님의 도구로 어떻게 쓰임을 받는지 그 의미를 추적한다.

“여호와께서 아브람에게 이르시되 너는 너의 고향과 친척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가라 내가 너로 큰 민족을 이루고 네게 복을 주어 네 이름을 창대하게 하리니 너는 복이 될지라.”(창 12:1,2).

구약의 하나님은 아브라함 한 사람을 통하여 자신의 삼중 언약인 땅, 민족, 그리고 모든 족속을 통하여 위대한 복음의 세계화의 길을 열었지만 반면 그 민족은 하나님을 향한 철저한 배교형식의 종족 중심 서클을 형성함으로 결국 역사의 지평 저 너머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이처럼 이 시대적 지역교회도 마찬가지며 현실적으로 지나친 세속주의나 배타주의에 빠지면, 자기중심적 종교주의나 교회주의가 되어 하나님 역사의 지평 저 너머로 사라져 버린다.

“옳도다 그들은 믿지 아니하므로 꺾이고 너는 믿으므로 섰느니라 높은 마음을 품지 말고 도리어 두려워하라 하나님이 원 가지들도 아끼지 아니 하셨은즉 너희도 아끼지 아니하시리라.”(롬 11:20,21).

나는 하나님의 세계화의 근본 계획과 목적이 구약 이스라엘과 신약 교회를 통하여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 정리하고자 한다. 어느 성경역사 학자의 말처럼, 역사는 복잡하고 끊임없는 연쇄적 반복이 아니기 때문에 수수께끼의 요소로 존재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제대로 된 성경역사의 해석은 하나님의 목적을 발견함과 동시에 그 역사 안에서 일하시는 하나님을더욱 잘 알게 된다는 것이다. 어둡고 긴 동굴을 통과해야 밝은 태양 빛을 볼 수 있듯이 독자들과 함께 동행 하며 논제를 풀어 나가고 싶다.

그렇다면, ‘왜 하나님은 선민 이스라엘을 역사 의 지평 저 너머로 사라지게 하셨는가?’ 또 ‘2천년 교회의 역사 속에서 왜 지역 교회(복음이 가는 곳 마다 때가 되어) 가 동일 선상에서 지평 저 너머 사라져버렸는가?’이 문제는 현실 교회의 당면 과제로 남아있으며, 또 바울의 고뇌가 여기에 있다(롬 11).

그것은 결국 구약 이스라엘처럼 신약 교회가 하나님을 향한 모반(revolt)으로 발생된 소실이다. 하지만 오히려 세계를 향한 ‘모든 족속’ 구원의 역동적인 전진으로 바뀌었다. 현실적으로 이 고뇌는 부정적이면서도 긍정적인 양차원의 의미로 우리에게 다가와 이해상 문제를 던져주기도 한다. 하지만 주권자 되신 하나님의 의도는 성경대로 소실과 전진의 구속사라는 새로운 이해를 강조하면서 그 나머지는 어디까지나 독자의 몫으로 돌린다.

이스라엘과 지역교회가 의심 없이 역사의 뒤 안 길인 과거라는 시간 속으로 사라질 수밖에 없으며, 동시에 미래라는 하나님의 구원 계획은 온 세상이다. 이 사실은 어떤 경우라도 하나님의 우발적인 조치가 아니다. 표현상 이것은 소극적(부정적)인 소실과 적극적(긍정적)인 전진 속에 하나님의 구속사의 흐름을 전망하려는 통찰력일 것이다. 하나님의 구속사의 틀을이렇게 형성함으로 해석상의 매우 용이한 방법론이 될 것을 확신한다. 이것은 전적 하나님의 구속 계획에 의한 것이지만 그 소극적인 사실에 대한 책임은 전적 인간에게 있다(신정론참고).

3.이스라엘의 실체

창세기 1-11장에 하나님의 구속사적 세계화의원역사가 있다. 이어 “네 이름을 창대케 하리라”는 국민 특유한 야훼 하나님의 시나리오가 여기에 있다. 먼저 에덴에서 인간의 불순종을 시발로 하여 타락사가 소상하게 기록되어 있다. 힘의 횡포와 인간성 문명 지향과 오만으로 홍수와 인류의 분산(어떻게 보면, 하나님의 세계화의 빌미 [curse]) 그리고 심판이 주어졌다. 하지만 그 배후에 하나님이 거하실 민족(창 9:27)과 땅 위의 모든 민족에게 기쁜 소식인 새 말씀이 찾아왔다(창 12:1-3).

하나님은 개인으로 만족하지 않으시고 인류라는 공통성을 포함하여 다양성과 함께 통일성(전체를 위한 일부)에서 영광을 받으신다. 홍수 이후, 노아의 가족들에게 흩어지라고명령하셨지만 시날 평지에 정착했고, 먼 훗날 바벨론 도시가 형성되었다(단 1:2).

“너희는 생육하고 번성하며 땅에 가득하여 그 중에서 번성하라 하셨더라.”(창 9:7).

이것은 동서남북으로 흩어짐을 말하는데, 창세기 11:4에, “… 우리 이름을 내고 온 지면에 흩어짐을 면하자 하였더니” 라고 했으니, 이것은 인간의 반역이며, 그 결과로 70 이상 언어 종족으로분리되었다(Alhaji Ibrahim Abdulai and John M. Chernoff(1992). ‘Master Drummers of Dagbon, Volumes 1 and 2’. Chicago: University of Ch- icago Press, 1979. Retrieved 8December 2013).

이 종족 중 하나가 페르시아 만 끝자락 우르 ( Ur)지방에 정착했고, 아브라함이 여기서 태어났다. 하나님은 온 세상 구원을 위하여 한 사람, 아브라함으로 이스라엘 역사의 시발점을만드셨다. 아브라함은 계시 정점의 그 중심부를 차지한다. 인간 타락, 홍수, 그리고 바벨탑 건조는 인간 고난의 원인이며, 결국 아브라함의 자손을 통한 하나님의 보편 구원이 이루어졌다. 이것은 하나님의 현재와 미래에 하실 일에 대한 보증으로 그 혈통 속에 있는 현재와 미래의 후손들에게 주신 것이다.

아브라함은 온 세상 민족의 축복의 도구일 뿐만 아니라 언약의 보편적 입장에서 하나님이 부르실 때, 믿음으로 응답함으로 참여할 수 있었지만 ‘참여적 제한’으로 민족적 이스라엘은 물론 세상 누구도 제한을 가지고 있다. 사실 우리도 아브라함과 같이 하나님의 복 받은 그의 백성들이다. 모든 족속에게 복의 근원이 된다.

“그러므로 믿음으로 말미암은 자는 믿음이 있는 아브라함과 함께 복을 받느니라.”(갈 3:9).

그런데 오늘 날 유대교는 민족종교의 시조이며 혈통으로 아브라함의 자손이 되었다고 한다. 유대교는 아브라함을 조상으로 한 이삭 계열의 종족 중심적인 종교로 바벨론 포로에서시발점으로 하여 신구약 중간기(민족의 암흑기)로부터 야훼 신앙의 형식종교와 민족 자생종교로 바뀌었다. 그들은 구약 이스라엘의 회복(본 상태로–하나님의 구속사는 회복이 아닌 전진) 대망하고 있다.

4.교회의 실체 알기

구약 이스라엘이 그랬듯이 시간 속에서 신약 교회도 현실적으로 하나님의 만민 구원에 선한 도구로서 사명을 가진 언약의 당사자들이다. 우리의 관심사는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한 교회의 사명에 대한 바른 인식이다. 그러므로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온 인류의 삶 속에 증명되도록 해야 한다. 교회는 인류의 자연스런 유기적 관계 속에서 세대와 세대에이어 나란히 전진한다. 이 전진의 역사는 한 국가나 민족으로부터 편협 된 개념에서 벗으나 온 인류라는 세계의 영역을 전제로 하여 출발한다.

이 세상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만이 하나님의 일하심과 섭리를 가장 잘 구체화한 표현 방식이며 또 하나님의 새 창조의 표상과 온 인류를 향한 하나님의 표현 방식이다. 그런데 ‘교회란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생각과는 달리 한 마디로 대답하기가 참 어렵다. 만일 우리가 교회를 바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교회의 실체를 잘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없다. 만일 우리가 단순히 교회를 ‘신앙공동체’라고 한다면, 아직도 좀 더 정확한 개념을 진단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교회는 한 자리에 가만히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시간을 타고 타방으로 전진하기 때문에 ‘아 ! 이것이다.’라고 할 때, 벌써 지평 저 너머로 사라지고 만다. 얼핏 보기에 교회는 신기루(蜃氣樓)와 같기에 교회는 분명한 자기 모습을 지닌 실체 파악에 나서야 한다. 주 예수그리스도와 믿는 자들 사이에 실제 관계가 하나로 묶여 성경이 말하는 개념상의 최대 근사치에 도달해야 한다. 그럼에도 지상교회는 불안전하여 천상교회의 본래의 모습을 전망하며 늘 개혁되어져야 한다.

교회는 지나가는 교회, 하나님 나라를 기다리는 교회, 그리고 신뢰하는 교회여야 한다. 교회는 자신이 목적이 되어서도 안 되며, 자신은 일시적 조치이고 과도기적 존재임을 알아야한다. 교회의 목적과 희망은 교회 그 자체에 있지 않고 오직 ‘하나님 나라’ 이기에 항상 이를 준비해야 하며 나아가 전적 하나님의 행동하심을 신뢰해야 한다.

비록 교회가 열려있다 할지라도 열려지는 교회로서 모험을 단행해야 한다. 교회는 계속 끊임없이 개혁되어야 하고, 또 자기 비판적이어야 한다. 교회는 항상 새로운 실험 용기와 예언자의 카리스마적인 요소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 벗어나면, 교회는 특정 전통에 사로잡혀 자기 우상화로 시련에 빠져 무너진다.

정말 교회는 유토피아(utopia)와 같다.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방향 제시이며, 비록 그 목적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항상 그를 향해 달려가도록 해야 한다. 또 이전 교회는 늘 새롭게 개혁되어져야 한다. 유토피아는 그리스어로 ‘아니’ ου 와 ‘장소’ τό-πος를 합성하여 ‘아무 데도 없다’(now-here)란 뜻이다. 그래서 교회는 실현 가능성이 없어도 이상적인 개혁에 하나님과 동역에 사명을 다해야 한다.

교회(구약도, 아브라함도)는 성질상 끊임없이 순례하도록 되어 있다. 교회는 한 곳에 머물면 세속주의에 깊이 빠져 그 일정한 지역에서 사라져버린다. 교회는 예수의 거울이어야 한다.세상이 예수의 얼굴을 보는 교회여야 한다. 또 성경대로 하지 않고 중단하면 교회는 죽는다.

교회의 바른 이해와 정의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변화무쌍한 역사 속에서 교회가 세상에 정말 복음의 빛을 제대로 비추고 있는가?

그 누구도 교회를 소유해서도 안 되며 보호 차원의 것인데, 질서상의 조직제도를 남용하여 막강한 정복자와 군주가 되어버렸다. 교회는 원대하고 영속적임에도 불구하고 많은결점과 실수를 저질러왔다. 교회는 소유가 아닌 철저한 자기 포기여야 하며, 지키다 훗날에 그 자손들에게 물려줄 주님의 위탁물을 함부로 취급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지역교회의 현실이다. 세계 교회의 역사가 이것을 반영해 주듯이 교회는 성경에서 말하는 교회의 참 모습으로 돌이키도록 외치는 시대적인 예언자적인 목소리가 계속외쳐져야 한다.

교회는 신앙을 열심히 퍼내어 주는 자기희생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종교화되면 안 된다. 칼 발트(Karl Barth)가 옛 이스라엘이 자기 종교에 빠짐으로 실패했던 지적이 생각난다. 그는 ‘종교는 그 자체만으로 선하지 않다. 종교도 구원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종교에 대한 해석은 간단하다. 종교는 자신의 힘으로 하나님과 교제하려는 자기신념과 자기노력이다. 참 신앙은 주께서 나에게 무슨 말씀을 하시며 무엇을 하도록 하시는가에 대한 반응이다. 교회가 종교화된다는 것은 바로 인본주의 신앙의 결과로써 자기도취에 빠지는 것이다. 우리도 그 도취에 빠지도록 방치하면 거꾸로 종교가 우리를 섬기는 자기중심주의로 전락된다.

교회는 자신의 존재로서 그 가치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교회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말씀선포(바른 성경해석일 때)와 기도(하나님의 뜻에 자신이 변화되는 과정)를 동반한 존재론적 자기 가치를 온 세상에 밝히 드러내는 일이다. 교회의 실체를 드려내려면 먼저 교회의 근본 성질을 사실화해야 한다. 교회를 단순한 인간 위주의 기관으로 격하시키면 안 된다. 교회는 하나님을섬기기 위한 목적으로 우리에게 위임된 그리스도의 몸이다.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머리되시며, 우리는 그의 지체이다(엡4:15-16). 만물을 그의 발아래 복종케 하는 선한 도구로서 교회이다. 그러나 주께서 교회의 머리되심에도 불구하고 역사속에서 한 번도 교회다운 교회를 이룬 적이 없다. 시대적인 개혁운동도 모두 교회주의에 빠진 인간의 운동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실용주의’라는 말은 행동이나 사건을 뜻하는 그리스어 프라그마(πραγμα)에서 유래되었는데, 넓은 의미로 볼 때, 어떤 생각이나 정책의 유용성, 효율성, 그리고 실제성을 띤다는것이다. 실용주의는 미국의 철학사조로 법, 교육, 정치, 그리고 사회 등 모든 영역에 광범위하게 자리 잡고 있으며 나아가 예술과 종교에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미국의 실용주의가 그들의 교회와 신학에 영향력을 과시했다는 것은 이미 우리가 잘 알고 있다. 거기서 파생된 것이 바로 근본주의 운동 (fundamentalism movement) 과 교회성장 운동 (Church Growth Movement)이다. 성장주의, 성공주의, 그리고 팽창주의의 보완책으로 ‘운동’(movement)을 일으킨 것이다. 현실 교회가 하나님의 소실의 역사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오히려 저 언덕 너머로의 소실(消失; va- nishment 또는 소멸)을 인정하는 것이 교회를 교회로 인정하는 것이다. 

5.구약 원근법의 적용

먼저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며 이 세상 구원의 전부다. 하나님의 창조 이후, 인간의 사명은 언어 사역이었고, 또 이 언어는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선물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여호와 하나님이 흙으로 각종 들짐승과 공중의 각종 새를 지으시고 아담이 무엇이라고 부르나 보시려고 그것들을 그에게로 이끌어 가시니 아담이 각 생물을 부르는 것이 곧 그 이름이 되었더라 아담이 모든 가축과 공중의 새와 들의 모든 짐승에게 이름을 주니라.”(창 2: 19,20)

성경언어(계시언어)는 인간의 타락언어(세속언어) 매개체로 논리 언어이다. 만일 하나님 자신의 언어로 성경이 기록되었다면, 계시라는 말 자체의 의미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성경은 계시의 말씀으로 교회의 통합된 진리이며 또 그리스도 자체를 말하는 표현 방식이다. 여기서 구약과 신약, 이스라엘과 교회, 과거와 현재, 그리고 예언과 성취의 통합원리가 함축되어 있다.

구약 원근법에서, 아브라함이 하나님의 언약을 받았을 때, 즉시 과거적 죄의 지배에서 해방되어 비로소 풍부한 미래의 지평이 약속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과거는 흘러갈 수밖에 없는 ‘시간의 심연’ (深淵-좀처럼 헤어나기 힘든 깊은 구렁) 속에서 미래의 시간이 아브라함의 한 가족을 통하여 들어왔다.

“내가 너로 심히 번성하게 하리니 내가 네게서 민족들이 나게 하며 왕들이 네게로부터 나오리라 내가 내 언약을 나와 너 및 네 대대 후손 사이에 세워서 영원한 언약을 삼고 너와 네 후손의 하나님이 되리라.”(창 17:6,7)

하나님은 아브라함과 그의 자손들에게 복의 언약이 영원할 것임을 몇 번씩이나 반복하고 있다(창 12:1-3; 13:14-16; 15:4-21; 17:4-16; 22:15–18). 이것은 은혜로 말미암아 예비 된 영적 이스라엘의 미래를 향한 하나의 길이 과거라는 시간의 지배로부터 벗어나(해방되어) 영원한 생명의 길로 규정된 것이다.

여기서 미래를 전망하는 아브라함에게는 현재의 시간적인 의미가 나타나고 있다. 하나님께서 아브라함과 약속하신 땅, 가나안의 의미를 생각해 보면, 우선 가나안은 하나님 나라이기보다 이스라엘이 겪어야 할 과정으로써 목표로 제시된 땅이다.

이스라엘에게는 가나안이 하나님의 지상의 복으로 하나님과 함께 교제하는 장소의 의미를 가진다. 그 후 가나안은 지상에서 복의 땅인 동시에 미래에 약속으로 보증된 땅으로서 역사성,현재, 그리고 육적이라는 현실적인 것이 초역사성, 미래, 그리고 영적이라는 고차적인 영역에 이르는 매개 점 또는 통과 점으로 그 상징에 불과하다. 전자는 후자의 독립적 진보나 전진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타방으로는 후자에 이르는 유일한 통과할 관문(關門-hurdle)이다.

예루살렘은 고대 가나안 사람의 수도였고 시온 산의 이름을 시온성이라 불렀다.

“그러나 너희가 이른 곳은 시온산과 살아계신 하나님의 도성인 하늘의 예루살렘과 천만 천사와 하늘에 기록된 장자들의 모임과 교회와 만민의 심판자이신 하나님과 및 온전하게 된 의인의 영들과,”(히 12: 22,23).

이것은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으면서 자기가 처 해있는 현실의 임무를 다함과 동시에 신약의 개념에 승화(昇華-sublimation)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 예언은 절대로 땅에 떨어짐이 없고,그 당대의 사건에 의미를 가지면서 타방으로 신약에서 미래의 성취를 제시한다. 왜냐하면 예언은 이중적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그것은 현재의 것을 말하면서 동시에 미래의것을 말하며 지상의 것을 말하면서 동시에 천상의 것을 말한다. 이것은 하나님의 언약이 가지는 시간개념의 특색이다. 그러므로 구약적인 시간 구조는 성경의 특유한 원근법을 형성하고 있다.

좀 더 상세히 생각해 볼 때, 역대상 17장, 역대하 2장과 4장에서, 다윗에게 성전 건축에 대한 예언이 솔로몬에게서 이루어진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솔로몬 성전은 이스라엘과 유다 남북조 시대 이후 외적(外敵)에게 파괴되었다. 그런데 요한복음 2:21에, ‘그러나 예수는 성전 된 자기 육체를 가리켜 말씀하신 것이라’고 기록되어 있듯이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성전으로서종국적 완성자이다

“다윗 왕이 여호와 앞에 들어가 앉아서 이르되 여호와 하나님이여 나는 누구이오며 내 집은 무엇이기에 나에게 이에 이르게 하셨나이까? 하나님이여 주께서 이것을 오히려 작게 여기시고 또 종의 집에 대하여 먼 장래까지 말씀하셨사오니 여호와 하나님이여 나를 존귀한 자들 같이 여기셨나이다. 주께서 주의 종에게 베푸신 영예에 대하여 이 다윗이 다시 주께 무슨 말을 하오리이까 주께서는 주의 종을 아시나이다. 여호와여 주께서 주의 종을 위하여 주의뜻대로 이 모든 큰일을 행하사 이 모든 큰일을 알게 하셨나이다.”(역대상 17:16–19)

이 예언은 직접 미래인 다윗의 아들 솔로몬과 간접 미래인 다윗의 혈통인 마지막 그리스도 두 차원이 다윗의 현재에 있어 겹쌓인 관계에 있음을 의미한다. 또 이 원근법은 사울과 다윗의 관계에 종국적 인류의 왕 그리스도에게 이르는 예언과 성취의 호응 관계 속에서도 볼 수 있다. 사울로부터 다윗에 이르는 예언은 다윗에게 실현되면서 다윗을 통하여 드디어 신약의 지경을 넘는 인류의 왕 그리스도를 의미한다.

구약 원근법의 적용을 이해한다면, 예언은 구약 속에서 그 의미의 완결성을 가지고 가까운 목표인 성취에서 관계를 가짐과 동시에 신약의 시점에서 그리스도의 성취를 의미하기도한다. 여기서 역사적 사실의 계기가 없다면, 성경은 성립되지 않으며 다른 고문서와 다를 바가 없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다윗에 대한 예언은 솔로몬에 가서 성취되었기 때문에 예언과성취의 긴장은 어디까지나 역사적 의미를 구약의 자기 속에 가지고 있으면서 타방으로는 신약의 궁극적인 그리스도를 의미한다. 구약과 신약이 피차 고립된 영역에 있다고 한다면, 그리스도를 명확하게 이해하는데 장애거리가 되며, 바로 이것은 역사적 관심사에서 벗어난 것이다. 

6.예언과 성취의 이중 렌즈

원근법을 전망주의(Perspectivism)의미로 본다면, 구약은 자신 속의 관점을 가지면서 결코 신약의 보조 수단의 위치에 떨어짐이 없이 타방으로 관점을 높여 멀리 전망하게 되며, 구약에 있어서 ‘예언과 성취’라는 이중 렌즈를 통하여 지평을 바라보게 된다. 그러므로 확실한 것은 구약의 선민 이스라엘은 오실 그리스도를 믿어 구원에 이르는 위치에서 구약 그 자체의시점으로부터 신약의 그리스도를 망원경으로 먼 곳(시간과 거리)을 가깝게 전망(展望)하면서 시간의 미래를 향하여 믿음을 통하여 미래적인 영원의 시간과 관계를 가진다. 이것이구약 그리스도와의 관계 속에서 구원의 방편이 될 것이다.

그러나 렌즈를 통하여 전망하는 전경(pano- rama)은 끊어지지 않는다. 구약의 많은 예언과 성취의 시간적 긴장은 신약에서 성취되는 메시아의 예언이라고 하지만 이것은 동시에 지상적 가나안과 천상적이며 영적인 가나안과의 관계를 의미한다. 땅위에 있는 가나안은 아브라함에게는 약속과 복의 나라였으나 점점 가나안에서 멀어져 애굽에 갔다 왔다하는 동안에 약속의 가나안은 영적 성질의 것임을 자각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바벨론 포로와 예루살렘 함락을 통하여 시대를 거슬려 내려옴에 따라 분명해진 것이다.

일반적으로 말하면, 역사적 시간 속에서 구약의 현재가 하나님 앞에서 시험과 응답의 장소로 그 자체의 의미를 가지며, 현재 우리가 그것을 읽을 때에도 그 자체 의미를 받아 우리의현실적인 문제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나님의 뜻은 영원하며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다른 면에서, 이 같은 시간 계열의 점에서 본 전경이 신약의 원경을 표시함으로 하나의 원근법을 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신약 시점을간접적인 미래로 전망하는 한 폭의 점경(點景)을 구성한다. 그러나 이미 머물지 않고 또 입체적 원근법이 평행(平行) 하여 구성되며 가나안 또는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약속의 땅이면서 이 지안(地岸)의 현실을 넘어선 피안(彼岸)의 현실에서 영적 가나안 또는 영적 예루살렘으로 하늘 저 편 상공에 확대되어 있는 것이다. 

7.원근법적 전망주의

이것은 이스라엘의 배교(apostasy)가 거듭됨에 따라 가나안의 현실적인 의미가 희미해져 천상적인 내용이 점점 농후하게 묘사되는 전경 속에 나타나게 된다. 구약 원근법은 평면도(two- dimensional picture) 저편 지평 선상 메시아의 도래 지점과 입체도(three-dimensional picture) 상공 저 너머로 확대되어 영적 지점을 일점(一點)으로 하여 전망되는 것이다.

이같이 구약 원근법은 전경과 배경, 지상과 천상의 점경에 의하여 풍부한 진풍경을 전시하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성경 입장에서 철학으로부터 역사적 시간 개념이 생긴 것은 아우구스티누스로부터 비롯되었다. 이는 이미 성경 속에 몇 겹으로 비치는 원근법에 지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아우구스티누스(Augustinus 354–430)의 책, 『 하나님의 도성 』 (The Cityof God)도 이 원근법적 전망주의의 좋은 한 예이다.

구약의 시간에 대한 원근법적 구도의 말단(末端)에서 천공과 지평이 교차하는 것을 전망해 보았다. 이 시점으로부터 때가 차서 메시아가 강림하는 신약의 시간이 시작된 것이다.원경(遠景) 과 근경(近景) 이 두 개의 차원을 일점으로 통일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통일점이 현실이 될 때, ‘ 때가 찼다’고 한다.

“때가 차매 하나님이 그 아들을 보내사 여자에게서 나게 하시고 율법 아래에 나게 하신 것은 율법 아래에 있는 자들을 속량하시고 우리로 아들의 명분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갈 4:4-5).

이 시간의 성숙을 ‘카이로스’(καιρός; ‘적절한 시간’은 kara[‘head’]에서 파생, ‘절정에 달하다’[co- ming to a head]이다. kairós는 영어로 ‘the suitable time, the right moment, a favorable moment’ 이다.[DNTT,3,833])라고 한다. 폴 틸리히(Paul Tilich)는 이 ‘카이로스’를 시간 속에 영원이 개입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것은 철학적이라고 할 수 있으나 신학적일 수는 없다. 이 ‘카이로스’의 시간성, 즉 그리스도의 ‘때가 차매’라는 의미는 시간을 말하는 하나의 단어로 일반적인 자연의 시간을 의미하나 사실, 질적인 시간성을 의미한다. ‘ 때’라는 단어의 일반적인 의미는 일상 개념 속에서 시간의 성숙이라는 일반적 시간성에 대한 의미다. 이것은 동양적인 개념에서 시간의 도래(到來)라는 뜻으로 어떤 우주의 섭리에 의한 운명이나 숙명의 필연성이 비로소 일반적인 시간 개념 속에 개입하여 비로소 전체적인 시간성에 대한 ‘ 때가 찬’이라는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성경에서 말하는 시간은 이러한일반 계시적인 시간이 신적 섭리와의 관계에서 특별계시적인 방편을 통하여 구체성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