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도 베드로는 이제 자신과 같이 교회의 지도자로 부름을 받은 장로들을 향하여 권면한다. 여기서 장로는 오늘날의 목사(가르치는 장로)와 장로(치리하는)를 포함하는 개념인데, 이는 장로의 직분 자체가 목양임을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사도는 자신도 장로 중 하나로 그들과 동일시하면서 권면을 하는데, 특별히 자신을 그리스도의 고난의 증인이고 나타날 영광에 참예할 자로 소개한다(1). 이것은 교회를 목양하는 지도자인 장로들에게도 매우 의미 있는 표현인데, ‘그리스도의 고난의 증인’은 베드로가 그리스도의 고난과 십자가를 목격한 사람이라는 의미 보다는 그 자신이 지금까지 서신에 써온 대로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한 자가 되었다는 의미이고, 이로써 그리스도의 영광의 날에 자신도 그 영광에 참여하게 될 것임을 암시하는 말이다. 이것이 고난 받는 교회의 지도자로 부름을 받아서 남다른 고난을 겪는 장로들에게 얼마나 귀한 확신을 주는 말이 되었겠는가?

2. 사도는 목양의 원리를 말한다. 첫째 부득이함으로 해서는 안 된다(2). 억지로나 마지 못해서가 아니라 자원함으로 해야 한다. 처음에는 자원함으로 시작했다가 억지로 하기가 얼마나 쉬운가? 하지만 장로(목사를 포함)는 하나님의 뜻을 따라 자원하는 마음으로 하나님의 양 무리를 돌보아야 한다. 둘째, 장로가 돌보는 양 무리는 자기의 양이 아니라 하나님의 양임을 기억해야 한다.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하나님의 사람들이다. 그러므로 그들을 존귀하게 여기고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으로 세우도록 목양해야 하고, 청지기의 자세로 해야 한다. 셋째, 돈을 위해서 일해서는 안 된다. 목양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특별히 사도는 ‘더러운 이득’이라고 말했는데 거룩한 일을 돈을 위해서 하게 되면 그것은 더러운 돈이 되고 만다. 대신 그 자체의 즐거움으로 해야 한다. 이렇게 목양을 하려면 그는 얼마나 자신의 마음을 하나님께 순간 순간 드려야 하겠는가? 넷째, 고압적으로 주장하는 자세가 아니라 본이 됨으로써 이끌어야 한다. 권위주의적 자세와 태도는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방법이 아니다. 자신이 그리스도를 본받는 자가 됨으로써 목양을 하지 않는다면 교회는 타락할 수 밖에 없다. 목자들이여, 장로들이여, 먼저 그리스도를 본받는 자가 되라. 계속해서 그리스도를 본 받는 자리에 서라.

3. 이런 장로의 직분을 신실하게 감당한 자들에게 주시는 상급이 있다. 목자장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실 때, 시들지 않는 영광의 면류관을 주실 것이다(4). 목자로 부름 받은 모든 장로가 바라볼 상은 오직 이것이다. 세상에서 주어지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덤일 뿐, 주님이 주시는 면류관을 대신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4. 여기까지가 장로들에 대한 권면이라면 사도는 이제 장로들의 가르침을 따라야 할 양 무리들에게도 말한다(5). ‘젊은 자들아’라고 말한 것은 단지 젊은 자만이 아니라, 장로의 문자적 의미가 연로함을 의미하듯 여기서는 이 장로들의 가르침과 교훈을 따라야 하는 교인들을 가리킨다고 볼 수 있다. 이들은 장로들에게 순종해야 한다. 이것은 분별을 배제하지 않는다. 참된 하나님의 종인지를 분별하되, 분별이 되었다면 순종하라. 순종하지 않는 자는 교만한 자인데 이런 자를 하나님은 대적하신다. 하지만 겸손히 장로들에게 순종하는 자에게 하나님은 은혜를 주신다. 겸손한 자를 때가 되면 하나님이 높이신다(6). 그러므로 스스로 높아지려는 교만에서 자유함을 얻으라. 왜 내 인생은 잘 안 풀리고 이렇게 고생과 고난이 그치지 않는가 하는 문제로 염려하고 있다면 그 염려를 주님께 맡겨라(7). 왜냐하면 주님께서 내 인생을 돌보고 계시기 때문이다. 이런 염려 가운데 사는 것은 우는 사자처럼 삼킬 자를 두루 찾아 다니는 대적 마귀에게 틈을 주는 것이다(8). 그러므로 염려 대신 믿음으로 굳게 하고 마귀를 대적하라(9). 이것은 예외 없이 모든 성도들이 싸우는 싸움이다. 하지만 기억하라. 이런 고난은 잠깐이다(10). 이 잠깐의 고난이 지나면 주님께서는 우리를 친히 온전케 하시고 굳게 하시고 강하게 하시며 터를 견고케 해주실 것이다. 사도는 여기까지 말하다가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흘러나오는 찬송과 영광을 하나님께 돌린다(11).

5. 베드로전서는 사도 바울의 2차 전도 여행의 동역자였던 실루아노(실라와 동일인물)를 통해서 대필되었거나 전달되었다. 이 서신은 수신자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하나님의 참된 은혜라고 사도는 말한다(12). 사도 자신이 앞에서 말한 대로, 이 서신이 자기 지혜의 산물이 아니라 하나님의 참된 은혜라고 말함으로써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다. 바벨론에 있는 교회는 아마도 로마를 가리키는 별칭으로 이해될 수 있다(계 14:8; 17:5; 18:2). 그렇다면 사도 베드로는 지금 이 서신을 로마에서 쓰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사도 베드로는 자신의 영적 아들 마가의 안부도 전함으로 서신을 마친다.

6. 노사도는 고난 받는 주님의 교회를 든든히 믿음 위에 세우는 일을 위해서 성령의 감동을 받아 이 서신을 썼다. 1세기의 로마 제국이라는 상황과 21세기의 우리의 상황은 달라도 너무나 다르다. 그러나 성도들이 감당해야 하는 영적 싸움의 본질은 조금도 다르지 않고, 우는 대적 마귀가 하나님의 교회와 성도들을 대적하는 것도 다르지 않다. 우리도 1세기의 소아시아에 흩어져 살던 그리스도인들과 동일한 싸움 가운데서 살아간다. 그러기에 이 서신은 모든 시대의 모든 성도들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유효한 말씀이다. 목자로 부름 받은 장로의 직분의 귀중함을 장로 자신들이 알고 사도의 권면대로 양 무리를 목양하고 또 온 교회가 그 권위 아래 겸손히 순종할 때, 하나님의 교회는 이 불경건한 세상에서도 든든히 세워져 갈 것이다. 염려를 주께 맡기고 우리를 돌보시는 주님의 능력을 의지하라. 말씀의 권위 아래 겸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