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도 베드로는 불경건한 불신 세상이라는 환경 속에서 그리스도인들이 어떻게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믿음을 지키고 경건하게 살아갈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계속해서 다루고 있다. 당시에 사도의 편지를 받아 읽었던 소아시아에 흩어져 있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이 문제는 피부에 와 닿는 실제적인 문제였다. 오늘날도 과연 그러한가? 이 편지가 주는 고난에 대한 메시지가 과연 오늘날의 교회에도 적합한가? 당신 자신에게는 어떠한가?
2. 사도는 그리스도께서 고난과 죽으심을 통하여 죄에 대하여 완전히 죽으셨고,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와 연합된 자이므로 그리스도인 자신도 죄에 대하여 자신을 죽은 자로 여겨야 하며 그리스도께서 죄를 그치심과 같이 그쳐야 한다고 말한다(1). 여기서 사도 베드로는 한편으로는 그리스도와의 연합이라는 교리를 가르치고 있고, 또 한편으로는 고난이 가지는 긍정적인 효과를 말하고 있다. 고난의 긍정적 효과란 그리스도인의 거룩한 성품을 빚어감으로 그로 하여금 죄에 대하여 죽어 정욕을 따라 살지 않게 하고 의에 대하여 살아 하나님의 뜻을 좇아 살게 하는 것이다(2).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던 때에 짓던 죄악들이 여전히 괜찮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3). 그리스도인의 생활의 변화는 주변 사람들로부터 비방을 받게 될 것이고 이상히 여김을 받게 될 것이다(4).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비방에 대하여 주님의 심판대 앞에서 직고하게 될 것이다(5). 이것은 단지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비방이 아니라 곧 그들과 하나로 연합되신 그리스도 자신에 대한 비방이기 때문이다. 6절에 ‘죽은 자들에게도 복음이 전파되었다’는 구절은 종종 죽은 후에 다시 복음을 듣고 회개할 기회가 있다는 식으로 잘못 해석되는데 이 해석은 누가복음 16:26이나 히브리서 9:27절과 같이 명백한 말씀들과 모순이 된다. 명백한 말씀으로 모호한 말씀을 해석한다는 성경해석의 기본 원칙상 받아들일 수 없는 해석이다. 여기서 ‘죽은 자들’이 가리키는 것은 사도 베드로가 복음을 전하는 것을 생전에 듣고 예수님을 믿었으나 사도 베드로가 이 서신을 쓰고 있는 시점에는 이미 죽은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합당하다. 사람이 육신을 갖고 사는 한 죽음이라는 죄의 심판을 면할 수는 없지만, 그 영혼은 구원을 받아 하나님을 따라 살고 있는 것이다(6). 사도는 이 6절 말씀으로 하나님의 심판이 보편적이라는 사실을 5절에 이어 강조한다.
3. 심판이 임박하다는 인식은 초대 교회 그리스도인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삶의 동기가 되었다. 사도 베드로가 ‘정신을 차리고 근신하여 기도하라’고 명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7). 그리고 성도들은 서로 사랑하는 일에 열심을 내야 한다(8). 단지 서로 사랑하라가 아니라, 사랑하는 일에 열심을 내라는 것은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성도들이 이 불신 세상을 이기고 살아갈 힘이 없기 때문이다. 사랑은 서로의 죄를 계속해서 물고 늘어지거나 계속해서 떠올리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사도 베드로는 말세를 당한 성도들이 이 불신 세상에서 행해야 할 바들을 말하고 있다. 대접하는 일도 중요하다(9). 그러나 불평과 원망이 없이 이 일을 해야 한다. 대접하고 섬기고 봉사하고 불평하고 원망하기가 얼마나 쉬운가? 그렇게 하는 것은 사탄에게 틈을 주는 일이다. 여기서 사도 베드로는 섬김의 대원칙을 말한다(10~11). 첫째 은사를 따라서 섬겨야 한다. 왜 나는 이렇게 하는데 저 형제는 나처럼 하지 않는가라고 불평하지 말라. 내가 잘 하고 좋아하고 할 수 있는 것을 하되, 하나님의 은사를 따라서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둘째로 선한 청지기의 자세로 행하라. 청지기는 자기의 것을 가지고 행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리스도인은 하나님께서 자기에게 맡겨주신 재물, 시간, 건강, 능력과 재능을 포함하는 모든 것, 즉 맡겨주신 것으로 섬기는 사람이다. 구체적인 예를 든 것이 11절이다. 말을 하는 사람이라면 그는 목사나 교사 혹은 신앙적 권면을 주는 성도일 것이다. 그는 자기 지혜나 자기 말 재주가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하는 것처럼 해야 한다. 교회의 어떤 영역에서 봉사를 하려면 하나님께서 공급하시는 힘으로 하는 것처럼 하라. 자기 것을 가지고 하는 양 생색을 내지 말라는 말씀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범사에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이 영광을 받으시게 하는 것이다.
4. 다시 사도는 고난이라는 주제로 돌아간다(12절 이하). 그리스도인은 불시험과 같은 고난이 찾아올 때 그 일을 이상하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12). 도리어 기뻐하고 즐거워하라고 말한다(13~14). 그 고난은 ‘그리스도의 고난’이다. 그들이 믿음으로 그리스도와 연합되었고 그리스도와 동일시되기 때문에 당하는 고난이라는 점에서 이것은 그리스도의 고난이다. 그리고 이 고난은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받는 욕이며 이것은 그들 위에 성령이 계신다는 증거이기도 하다(14). 사도 바울은 이 고난에 참여하는 것을 영광스럽게 여기고 바랬다(빌 3:10). 사는 동안에 이 고난에 참여한 자들을 하나님은 영광의 날에 인정해 주실 것이다. 이런 고난이 우리에게 있는가? 이런 고난이 있을 것을 기대하는가? 우리의 잘못 때문에 당하는 고난이 아니라면, 부끄러워할 고난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라고 사도는 말한다(15~16). 하나님의 심판날을 기억하는 것은 이런 그리스도인들에게는 기다려지는 날이고 소망의 날이다. 주님께서 십자가에서 그렇게 하셨듯이, 하나님의 뜻대로 고난을 받는다면, 내가 어떻게 해보려고 머리를 짜내는 대신, 계속 선을 행하는 가운데 자신의 영혼을 하나님께 맡기라(18). 이렇게 하나님의 뜻대로 고난을 받는 자들은 복되다. 그 복이 어떤 복인지 우리 모두는 주님의 심판날에 보게 될 것이다.
5. “하나님 아버지, 세상이 주님을 미워하므로 저희도 미워할 것이라고 하신 말씀을 기억합니다. 형제들이 서로 열심으로 사랑하게 하시고, 주를 위하여 받는 고난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기뻐하고 즐거워하게 하옵소서. 마지막 날에 그리스도를 위한 고난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축복이었는지를 분명하게 보고 누리는 영광을 주옵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