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당골 칼럼]만남과 행복

주일 오후 시찰회 연합 직분자 세미나 참석을 위해 서둘렀다. 성도들을 모시고 갈 차가 부족하여 먼저 점심을 먹었다. 1진 찬양 단원과 악기를 실고 송정리 청지기 교회로 나섰다. 김 집사님 승합차에 타신 분들 외에 남은 사람을 위해 다시 왔다. 일 년에 한번 있는 시찰 연합 집회에 참석하고 싶어 기다린 분들이었다. 외곽 도로를 타고 시간 전에 도착하였다. 해남, 완도, 목포에서 오신 직분 자들과 30분간 뜨겁게 찬양을 드렸다. 합심으로 기도하고“부흥에 쓰임 받는 제직”(행6:1-7)이란 주제의 말씀을 들었다. 사모님들의 특별 찬양도 반응이 좋았다. 참석한 분들의 은혜 받은 얼굴이 달랐다. 떡을 먹고 차를 마시는 유익한 시간을 가졌다. 차량 운행 후, 목사님들과 함께 한 저녁 식사는 기쁨이었다. 돌아오는 길, CGV에서 막내와‘변호인’을 관람하였다. 지난 세월 겪은 시대의 아픔을 아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이 땅 민주화를 위해 앞서 간 박종철, 이한열, 강경대, 이철규, 박승희에 대해 짧게 전했다.

다음 날 동명교회에서 열린‘성은 목회자 포럼’을 3개월 만에 갔다. 백석대 부총장인 김의원 교수님께서“사사기를 어떻게 설교할 것인가?”3시간 동안 열강을 하셨다. 목회자들과 함께 교육 받는 자체만으로 힘이 되었다. 학자의 가르친 말씀에 영적인 충만함이 임하였다. 새벽 기도회 설교가 풍성함에 성도들이 더 강건해 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날 저녁 가까운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고교 미술반이었던 서울 친구가 00장례식장 조문 왔다’며 동행을 원했다. 졸업 후 통화는 했지만 처음 만남이라 설렜다. 그 여동생은 대표이사 회장이었다. 그녀 첫 말이‘오빠는 목사님 될 줄 알았어? 나도 교회 나가네! 서울 오면 들리소’라고 명함을 내 밀었다. 친구도 캄보디아 사업 망하고 괴로워‘스스로 교회를 찾은 지 3주째 되었다’고 했다.‘더 힘든 자가 마음 편히 산 것을 보고 결단하여 나갔다’며 000 목사님을 아느냐고 물었다. 그 친구! 고등학교 때 학교 후문에서 술 마시고 들어와 교감 선생님과 싸웠다. 퇴학당할 일이 뻔했다. 난 보성 율어에 계신 친구 집을 찾아갔다. 어머니에게 그 사실을 알렸더니 개고기 다리 하나를 싸 주셨다. 그것 들고 교감 선생님 사택을 방문,‘한 번만 봐 주세요.’사정하여 무마 시켰다. 그렇게 할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 친구가 방학 때 율어중학교에서 두 번이나 주산 강사로 서게 하였다. 또 친구 집에서 묵었다. 그 시절 여동생은 걸레로 마루와 방 청소를 잘 했다. 부끄러움에 말소리도 적고 충치 먹은 앞니에 웃을 땐 손을 가렸다. 친구는 동생을 함부로 대했다. 하지만 여동생은 삶의 희망을 준‘유명 트레이너’로 변했다.

다음 날, 현재 쓰는 안경으로 책을 볼 수 없었다. 돋보기를 맞춰 쓰고 벗기가 귀찮았다. 처음으로 안과 처방을 받았다. 진료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음에 놀랐다. 처방전을 들고 아내와 함께 목포행 기차를 탔다. 40분이지만 마음 편하고 여유로운 여행이었다. 역에 내리자 아이 병원 치료차 나온 목사님께서 영접해 주셨다. 소개받은 안경점으로 갔다. 사장님이 처방전과 안경을 살폈다. 좌우 시력 마이너스 8에 난시가 많은데 시대에 뒤진 금태 안경을 썼다는 자체가 성격이 무던하단다. 옆에 분들이 동의함에 감사했다. 그야말로 반값 맞춤이라 미안해서 아내의 선글라스를 사고 바다가 보이는‘해촌(海村)’으로 갔다. 맛 집이었다. 손님이 많았다. 갯벌속의 진주라 불리는 바지락과 낙지를 주재료로 사용한 식당이었다. 옆에 있는 음식을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여사장님이 직접 주문을 받았다. 바지락 회 무침과 직접 담근 매실 식초로 새콤하게 간을 한 낙지초무침을 권했다. 밥에 비벼먹는 바지락 회 무침은 입맛을 살렸다. 곁들여 나오는 바지락국은 담백함이 일품이었다.

그제는 목사님 부부가 저녁을 초대하셨다. 세 자녀를 대학 교육 시킨 일에 내가 도움 되었다며 감사하는 자리였다. 별 보탬이 되어 드리지 못했는데 초청 받은 사실에 부끄러웠다. 서로의 형편을 알기에 공감하는바가 컸다. 아직도 한국장학재단에서 받은 학자금을 분할 상환해야 하는 같은 처지다. 하지만 자녀를 졸업시킨 것은 모두가 하나님의 은혜였다.

일대일 제자 양육이 시작 되었다. 하나님은 일대일로 만나 주시고 예수님도 일대일 상대를 많이 하셨다. 바울은 각 사람을 그리스도 안에서 완전한 자로 세우려는 수고를 했다. 가르치며 복음으로 낳은 아비 되길 원했다. 마칠 즈음에 선한 사마리아인의 질문을 받았다. 남북 이스라엘의 역사적 배경부터 알려 주고 원수지간인 유대인과 사마리아인을 만나게 하려던 예수님의 심정을 이해시켰다. 그 날 구입한 책 속에“그리스도인의 가치관과 신앙관 속에 만남이 얼마나 크게 자리하고 있는지 살펴야 할 때다”(인용구 지형은 책141P)라는 글을 읽고 공감하였다. 연합 집회, 영화 관람, 목회자 포럼, 친구와 동행, 해촌 식사, 동역자 초대, 일대일 양육의 만남은 관계 속에 얻은 힘이요, 행복이었다.

이상래 목사(광주신광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