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이 머리를 깍고 학교를 다닌 때를 살았다. 학교에서는 복장검사를 하면서 머리가 긴 학생들의 머리를 쥐가 파먹은 것 같이 잘라내기도 하고, 여학생들 역시 같은 교복과 머리 모양을 해야 했던 시기였다. 그런 일들은 대학에 가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대학 교문 앞에서 화장을 곱게 한 여학생들이 학생처 직원들에게 잡혀 화장을 지우기도 하고, 머리가 긴 학생들을 잡기 위해 심지어 강의실까지 소위 ‘바리깡’이라는 것을 들고 다니기도 했다. 1970년대의 대학이 그랬다. 그때는 물론 대부분이 가난했기도 했지만, 사람들의 머리에는 언제나 잘사는 것에 대한 생각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교복을 없애고 두발을 자유화가 이루어졌다. 그리고 ‘풍기문란’을 앞세우며 ‘같은 치마의 길이’를 요구하거나 ‘같은 머리의 길이’를 요구하는 모습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물론 어떤 제한을 풀 때에는 여러 가지의 이유가 있고 제한이 풀림으로 인해 드러날 수 있는 부정적인 면도 있지만, 여러 면에서 제한을 느끼지 않으며 생활하는 아이들은 자유롭게 자기의 생각을 말하고 자기가 원하는 일을 감당하며 산다. 박태환이나 김연아같은 운동선수가 나올 수 있었던 이유가 그들의 자유로운 삶에서 가능했을 것이다.

교회도 과거에는 지나치게 획일적인 신앙을 강요한 적이 있다. 중세 시대의 로마 교황청이 그런 요구를 했고, 그래서 사람들은, 심지어는 예배를 집례하는 신부들조차도 잘 알지 못하는 라틴어로 진행되는 예배를 드렸다고 한다. 로마 카돌릭 교회의 예배당에 있는 여러 가지의 조상(彫像) 들이나 예배의 시각적인 의식들은 획일화된 라틴어 예배로 인해 무지해진 신자들에게 신앙을 설명하기 위한 최소한의 교육적 방법이었다고 한다. 이런 획일화는 결국 면죄부나 교황의 무오성과 같은 비성경적인 교리를 만들어 냈고, ‘오직 성경으로(sola scriptura)’ 그리고 ‘오직 믿음으로(sola fide)’ 또 ‘오직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soli Deo gratia)’라는 구호를 외치며 종교개혁이 일어나는 잉유가 되었다. 루터가 종교개혁을 일으킨 뒤에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하고, 예배를 독일어로 드릴 수 있도록 한 것은 그래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개혁 교회는 이렇게 획일화된 교리에 바탕을 둔 로마 카돌릭에 대해 반대하면서, 하나님께서 주시는 자유로움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따라서 교회는 언제나 하나님만이 우리에게 올바른 답을 주신다는 믿음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를 지켰다. 이 자유는 때로 박해의 원인이 되어 수많은 기독교인들인 하나님께서 주신 자유를 위해 죽어나갔으며, 자유를 찾아 끊없는 유랑의 길을 가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자유를 주신 하나님께서는 그 자유를 누리는 자들을 통해 하나님은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셨고 하나님 나라의 한 모형을 이루게 만드셨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자유로우신 하나님의 모습을 성경에서 보여주셨다. 그 자유는 마시지 않아도 되는 잔을 앞에 두고 아버지의 뜻을 찾았던 예수님의 간절한 기도에서도 드러난다. 예수님은 하나님께서 주신 잔을 스스로 -자유롭게- 마시는 자유로우신 선택을 통해 십자가에서 구원을 이루셨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는 역사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온다. 동일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자유로운 해석이 없이 하나의 해석만을 가르친다면, 다시 같은 교복으로 혹은 같은 머리 모양으로 생각과 삶을 획일적으로 제단 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된다. 그리고 그런 획일적인 사회 안에서 성경에 대한 자유로운 해석과 논쟁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올바르게 알아야 하는 종교개혁적인 전통을 가진 교회가 어떻게 자유로운 토론과 논쟁을 할 수 있을까하는 걱정스런 생각이 앞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