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샌가 교회는 보수주의의 전당이 되어버린 듯한 인상을 지을 수 없다. 대형 교회의 목사들의 성향이 보수적이고, 대형 교단이 보수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으니 말이다. 그뿐 아니라 어느 샌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기득권이 없는 많은 사람들과 싸우는 교회가 되었다. 이런 교회의 보수성으로 인해 많은 기독교 신자들이 교회를 떠나기도 하고, 교회 는 분열되고 싸우기도 한다. 더 나아가 교회가 보수성을 띨수록 교회는 ‘개혁된 교회는 계속해서 개혁되어야 한다(Ecclesia reformata semper reformanda)'는 개혁의 원리를 포기하게 된다.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개혁되지 못하는 교회는 인간이 중심에 서는 교회가 된다. 사람이 교회의 중심이 되고 교회의 주인이 되면 하나님의 영광과 복음을 전하는 데 존재 이유가 있는 교회가 얼마나 사람들을 데리고 왔는지 그리고 교회가 얼마나 이익을 지키는 일에 열심을 내는지 등의 성과 지향적인 교회로 바뀌게 된다. 그뿐 아니라 ‘만일 너희 회당에 금 가락지를 끼고 아름다운 옷을 입은 사람이 들어오고 또 남루한 옷을 입은 가난한 사람이 들어올 때에 / 너희가 아름다운 옷을 입은 자를 눈여겨 보고 말하되 여기 좋은 자리에 앉으소서 하고 또 가난한 자에게 말하되 너는 거기 서 있든지 내 발등상 아래에 앉으라 하면 / 너희끼리 서로 차별하며 악한 생각으로 판단하는 자가 되는 것이 아니냐(야고보2:2-4)’라고 했던 야고보의 경계대로 부유한 자들이 자신들의 지분을 주장하여 교회 안에는 야고보의 말대로 ‘너희끼리 서로 차별하며 악한 생각으로 판단하는 자’가 가득하게 된다. 그러나 교회는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가나안 땅을 주신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이 경작하며 살아가는 그 땅의 소유가 하나님이심을 천명하신 것처럼 교회에는 특별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지분도 없고, 특별한 사람들이 휘둘러 댈 권력도 역시 없다. 교회의 주인은 언제나 하나님이시며, 교회는 우리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핏 값으로 사신바 된 하나님의 나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교회가 사람 중심으로 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교회 교육의 문제라고 여겨진다. 사사기에서는 ‘여호와의 종 눈의 아들 여호수아가 백십 세에 죽으매 / 무리가 그의 기업의 경내 에브라임 산지 가아스 산 북쪽 딤낫 헤레스에 장사하였고 / 그 세대의 사람도 다 그 조상들에게로 돌아갔고 그 후에 일어난 다른 세대는 여호와를 알지 못하며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위하여 행하신 일도 알지 못하였더라(사사기2:8-10)‘라고 말함으로 여호수아 이후의 세대에서는 하나님을 배우고 가르치는 일에 실패했음을 암시해준다. 즉, 사사시대의 비극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는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는 교육의 부재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은 모세의 말을 따라 ’오늘 내가 네게 명하는 이 말씀을 너는 마음에 새기고 / 네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 집에 앉았을 때에든지 길을 갈 때에든지 누워 있을 때에든지 일어날 때에든지 이 말씀을 강론(신명기6:6-7)‘하라는 말씀을 따라 주어진 율법에 대한 지식은 발전했을지 모르지만,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삶에서 체험하게 하는 온전한 신앙교육이 실패했을 것이다.

교회가 자신의 권리와 부를 지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그런 권력과 부를 지키기 위해 하나님의 교회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교회는 ‘개혁된 교회는 계속해서 개혁되어야((Ecclesia reformata semper reformanda)’ 한다는 말을 주의 깊게 생각하며, 그 개혁의 가장 핵심적인 동기가 하나님의 말씀을 올바르게 가르칠 때 주어짐을 기억해야 한다. 카테키즘의 내용이 그리스도인 누구를 믿고 어떻게 행할 것인가를 가르치기 위함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