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개인적으로 의사가 되기 위해서 의과대학에서는 암이나 불치의 병 같이 고치기 어렵고 힘든 병에 대하여 많이 공부하는 줄 알았는데, 내가 아는 의사 선생님은 의과 대학에서는 감기같은 병을 제일 많이 공부한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의사들이 암 환자 한 사람 만나는 경우보다는 감기 환자를 몇 백 명을 만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2005-2008년에 발표된 한국 보건 의료연구원 통계에서는 ‘인플루엔자’라는 독감으로 사망한 사람들이 일 년 평균으로 2360여명이 된다고 했다. 물론 2007년 통계에서는 암으로 죽는 사람이 약67,000여명으로 엄청나게 많지만, 병에 걸리는 사람은 당연히 감기나 인플루엔자가 월등히 많다. 즉 많은 사람들이 감기를 앓고, 병원을 찾기 때문에 당연히 감기같이 흔한 병에 대하여 많이 가르치고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 같은데서 보여주는 의사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말이지만, 가장 흔한 것이 가장 고치기 어려운 것이라는 그분의 말에는 동의한다. 그 선생님과 헤어진 후에 목사로서 교회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는 문제는 무엇일까를 생각한다. 어떤 면에서 성도들은 암처럼 위험하고 치사율이 높은 가끔 경험하는 문제를 만나면 의연해지고, 도리어 담담하게 자기의 문제를 하나님 앞으로 가져가, 자신의 상황이 당연히 힘들 것을 예상하고 문제와의 싸움을 준비한다. 그런데 막상 감기처럼 일상에서 일어나는 간단한 일들 앞에서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엄청난 어려운 일들 앞에서보다 더 아파하고, 심지어 세상적인 원리로 문제를 풀려는 모습을 본다. 그렇다면, 목회자가 보아야 하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일상적인 삶이 아닐까? 즉, ‘어떻게 그리스도인다운 일상을 살 것인가?’이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교회는 교리를 가르친다. 교리문답을 만든 루터도 자신이 교리문답을 만든 목적은 ‘이방인이 그리스도인이 되도록 하기 위한 교육’을 위해서라고 말하면서도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기독교 안에서 무엇을 믿어야 하고, 무엇을 행해야 하는가 그리고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를 가르치기 위해’ 교리문답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일상 속에서 그리스도인답게 사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가르치기 위해 교리문답을 만들었고, 또 그것을 교회에서 가르치는 이유라는 말이다. 따라서 교회가 해야 할 일 가운데 중요한 일은 일상에서 만나고 고민하게 만드는 여러 가지 사회적인 현상들을 교리적으로 해석하고 가르침으로 그리스도인으로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는 일이다. 그래야 일상 가운데서 만나는 일에 대해 그리스도인답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1년 전카돌릭 교황이 우리나라를 방문해서 세월호로 인해 아픈 자들을 위로하면서, 교회는 즉, 그리스도인들이 당연히 해야할 세월호로 인해 고통당하는 자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것이 교회의 역할임을 이야기했다. 로마 카돌릭 교황 프란치스코 1세는 카돌릭의 정체성을 위해 교리를 강조한 것도 아니고, 카돌릭이 다른 교파보다 우월함을 이야기한 것도 아니고, 감기를 앓는 사람들처럼 우리 삶의 주변에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향해 교회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이야기한 것 뿐 인데 참 많은 반향을 일으켰고, 혹 개신교 목사의 눈에도 그것이 아주 위대하게 보였다.

당연한 일이 모든 사람들에게 당연하게 보이지 않을 때에, 교회가 감당할 일은 ‘그 당연한’ 일들이 사회 구조 안에서 왜곡되는 것을 막고, 그리스도인들이 그 ‘당연한 일’ 앞에서 ‘무엇을 믿어야 하고, 무엇을 행해야 하는가 그리고 무엇을 알아야 하는가를’ 가르치는 것이다. 교회가 감기 같은 ‘당연한 일’에 교리적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