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당골 칼럼]갈등을 지나서

갈등(葛藤)의 갈(葛)은 덩굴 식물인 칡을, 등(藤)은 등나무 덩굴을 뜻한다. 칡덩굴과 등나무는 다르게 오른쪽과 왼쪽으로 감아 올라간다(우칡좌등). 이 식물을 가까이 심어 놓으면 얽혀서 풀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이처럼 갈등은 사람 사이의 관계나 일이 까다롭게 얽힌 사실을 말한다. 만일 이런 갈등을 해결하지 않고 살면 결국 말라 비틀어 죽는다.

신년 감사 예배를 드리며 하나님의 부르심에 합당한 삶을 살도록 전했다. 무슨 일이든 자신을 살피고 타인을 배려하여 바다 같은 마음 품기를 바랐다. 할 말이 많아도 천국 갈 때까지 인내 할 것을 강조했다. 그런데 그 설교를 듣고 보란 듯이 학생회 헌신 예배와 브라이드 워십 수련회, 시찰 연합 직분자 세미나 찬양 인도 문제로 갈등이 일어났다. A는‘마음 편치 않다’고 물러섰다. 몸 저 누웠다는 말이 들렸다. B는‘교회를 옮기겠다’고 버텼다. 금요 철야 후, 설득해도 풀리지 않았다. 강퍅한 상태에서 소통이 안 되었다. 예약 된 수련회도 포기해 버렸다.

다음 날 저녁 딸과 사위가 찾아왔다. 그 동안 사업하면서 돕지 못해 죄송하다며 새해부터 시댁과 친정 부모님께 매월 용돈을 드리겠다는 약속을 했다. 내 생활이 넉넉하진 않지만 월삭에 내 모친께 송금한 돈 보다 많았다. 하나님께서 이렇게 딸을 통하여 거두게 하시며 위로해 주셨다.

딸이 저녁을 먹고 갔다. 난 B 만난 결과를 C에게 전하며 B의 만남을 권하고 문자를 보냈다.‘잘 품어 줘라. 칭찬하고 아껴주면 큰 인물 된다. 네 신앙도 더 성숙될 것이다.’그런데 문제가 꼬여 갔다. 새해에 '목사님! 계획한 것들 새로운 각오로 힘 있게 이루어 알곡으로 채워지길 기원합니다. 평온과 소통 속에 행복한 여정이 되길 소원합니다.' 라고 덕담 보낸 C가 내 말에 감정 상했는지‘나만 미워한다’고 전화를 끊었다.

주일 날, B는 친구 교회로 가버렸다. C는 집에서 놀았다. 그래도 A는 예배 참석을 했다. 연로한 집사님이 그 사정을 아셨다. 그리고‘교회 나와서 고맙고 이쁘다’고 손을 잡은 체 따스한 말을 건네 맘이 울컥했단다. 다음 날, 그 사랑에 힘입어 B에게‘신앙 성숙의 좋은 기회를 삼고 지혜롭게 이끌지 못한 것 미안하다’구구절절 문자를 보낸 모양이다.

C도 죄송하다고 답을 했다. 서로 위로하며 깨끗이 풀었다. 그리고 A는‘목사님! 물의를 일으켜 넘 죄송합니다.’C도‘목사님, 다 화 풀었어요.’이런 사실을 모르고 월요일 시찰회를 갔다. 새해 벽두에 갈등을 안고 설교에 임하려니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도 잠잠히 하나님만 바라며(시62:5) 하나님이 소망(시71:5)임을 전했다. 하나님 앞에 인간은‘한 뼘 만큼’(시39:5)이기에 나의 반석, 나의 구원, 나의 산성이신 하나님을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눈앞의 상황은 어려워도 낙망할 이유는 아니었다. 왜냐하면 나무가 도끼에 찍힐지라도 다시 움이 나서 연한가지로 자라가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불가능해 보인 목회도 가능케 하셨다.

그 날 저녁 화해 소식을 듣고 B에게‘그래 고맙다. 말은 못하고 속만 앓았는데 입술이 바싹 타더라. 어제 밤에 너만 꿈에 웃는 모습으로 보이더라. 성숙을 위한 성장 통으로 알고 디딤돌로 쓰여 지길 기도하마. 다 같이 주님께만 소망을 두고 달려가면 좋겠다.’/‘저는 며칠간 악몽에 시달리고 어제 밤에는 가위까지 눌렸어요. 주일 예배 때 교회 안 나가고 TV 보고 놀았는데 악한 것들에게 얼마나 눌려 버렸는지... 새벽에 자가 깨서는 무서워서 혼났어요.’/‘난 널 생각해서 한 말들이 지나쳤고, 넌 감정에 못 이겨 주저앉은 모양이다. 아무튼 모두 주님 사랑한 마음 때문인 줄 안다. 잘 추스렸으니 영적 회복되길 바란다.’/‘네 목사님! 신년 초부터 마음 아프게 해서 죄송합니다.’결국 지난 주 수요 예배 시간에 A, B, C가 나왔다. 분위기는 따뜻했다. 예배를 마치자 A가 직분자 세미나 찬양 인도를‘우리가 하고 싶다’고 했다. 늦은 감에 청지기 교회 목사님에게 양해를 구하였다. 다음 날, 찬양 단원들과 청지기 교회를 방문하여 준비 사항을 점검했다. 오는 길에 정현이 청년 식당에 들려서 탕수육, 짬뽕, 간 짜장, 군만두 먹는 자리는 화기애애하였다.

저녁 8시가 넘었는데 교회로 돌아와서 찬양 연습을 했다. 주택가라 밤중에 드럼과 키보드와 마이크 소리가 부담되고 조심스러운데 자신 있게 불렀다. 귀가한 D는‘목사님, 오늘 탕수육 맛있어요. 사 주셔서 감사합니다.’했다. 금요 철야 전, 모여 찬양하고 철야 예배까지 이어 갔다. 찬양으로 영적 성벽을 쌓고 말씀 들을 때 전하는 자나 받는 자들이 편했다. 이번 일로 하나님 보다 앞서려는 욕심이 갈등의 시작임을 알았다. 하지만 갈등 깊기 전, 손 잡아주고 소통의 물꼬를 먼저 틈이 복되었다. 뜻하지 않은 갈등을 겪으며 그 과정을 지나니 성숙한 모습이었다.

이상래 목사(광주 신광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