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로 4박 5일간의 예장합동 제100회 총회가 파회했다. 총회관람기가 아니라 참석기가 된 것은 총대로 참석했기 때문이다. 16세기 제네바목사회 회의록(RCPG)를 연구해서 학위논문을 한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총회에 총대로 참석하는 일은 미묘한 감정이 복잡하게 엉켜서 나름대로는 매우 힘든 한주간을 보냈다. 선임총대들의 무용담을 들으면서, 총회의 개회로부터 파회까지를 지켜본 소감을 나누려고 한다. 글이 매우 주관적일수 밖에 없다.
대회제가 아직 시행되지 않지만 1만2000교회의 총회는 다소방대하다는 생각이든다. 그러나 대회제가 굳이 대안이라는데는 공감이 가지 않는다. 다만 소위 총회총대라고 할 때 가지는 집단지성에 대한 기대감은 현장에서 찾을 수 없었고, 오히려 집단오류가 유발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게 되었다. 그러므로 총회를 관전하는 모든 분들은 총회의 결정이 결코 성경위에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얼마든지 오류는 재론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무거운 생각들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을 것이다.
2.연구와 기록문화
총회가 100회까지 오면서 잘못된 결정에 대해서 축적된 기록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안된다. 가령 이번에 주기철 목사에 대한 복권을 가결했다. 기록이 없으면 반성도 없다. 총회와 관련된 모든 자료들이 조회될 수 있다면 잘못된 결정과 오류를 학습하는데 드는 시간과 기회를 절약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연구하는 문화가 없다. 정치부가 단답식으로 결정을 내려버린다. 소위 연구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연구할 필요도 없다는 것은 매우 삐뚤어진 확신이자, 자신들의 결정이 무류하다는 거의 교황무류설에 가까운 신념인데 매우 소름이 돋았다. 지루할 정도로 분석하고 연구하고 분류하고 기록해야 한다. 감정과 분위기로 몰로가면 공멸한다.총회는 수치의 역사를 기록으로 남기고, 오류와 무지, 부끄러운 부정과 용기없었던 일들에 대해 후손들에게 자료를 남겨주어야 한다.
3.윤리적 개선보다는 체계의 개선
대구에서 열린 최근 두번의 총회에서 권총과 돈봉투가 톱기사의 자리를 차지했다. 이게 우리의 수준이고 실력이고 모습이다. 총대들의 윤리적 개선이 이루어지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돈 앞에서 추풍낙엽이다. 그렇다면 수백억의 총회재정의 집행에 외부 회계법인을 감사시스템을 가져오는 일은 막연히 총대들의 양심에 기대하는 것보다 현실적인 일이 될 것이다.
4.길들여진 총대들
'거기 들어가면 다 똑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리고 그 말이 멀리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총대들은 길들여지고 있었다. 회의 문화와 인선, 재정의 문제, 인간관계, 권력에 대한 태도에서 그렇게 느꼈다. 누구도 강요당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게 길들여지는 것이다. 소위 종교권력에 의해 길들여지는 것이다. 야성이 약해지고 관행에 익숙해지고, 비젼보다는 현실에 눈을 뜨고, 권력이 가져다주는 매력에 눈이 흐려지는 것이다.
5.신학은 없고 정치만 있었다.
개혁주의를 내세운다면 개혁주의 신학이 있어야 하는데 신학은 없고 정치만 있었다. 개혁주의가 무엇인가? 우리는 지금도 개혁되어지는 교회이다. 우리 자신들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보다 성경적인 교회건설을 위해 나아가야 한다. 그러나 정치만 있었다. 특히 총대원들이 신학적 기반이 매우 허약했다. 이런 토양위에 개혁주의가 꽃피워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너무도 낭만적인 기대이다. 필자는 몇몇 결의에 대해 밤이 깊도록, 박형룡, 바빙크의 교의신학을 읽었다. 그러나 다시금 침묵할 수 밖에 없었다. 단지 그랬다.
임종구 목사는 대구푸른초장교회(http://www.greenchurch.org/)를 1996년에 개척하여
목회하면서, 2014년에 총신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제네바 목사회(1536-1564)에 따른 칼뱅의 활동과 신학에 관한 고찰"(역사신학, 지도교수 박건택)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