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신앙의 유산을 위해(잠언22:28) 

잠언이 믿음의 성도들에게 주는 신앙의 교훈은 대단히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대학 시절에 거의 매일 이 잠언서를 하루에 다 읽고 또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제가 알기로 교회에서 이런 바람이 불었습니다. 지혜를 구하기를 원한다면 잠언서를 읽어라 그러면 지혜가 충만해 질 것이다. 그래서 학교 도서관에 가면 교회를 다니는 학생들 대부분이 먼저 잠언서나 지혜서를 읽고 공부를 시작하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성경의 말씀을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적용시키지 않고 단지 공부를 위해 읽고 지혜를 위해 읽는다면 신앙이라는 것은 자라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말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많이 읽었지만 성경의 말씀에 대한 바른 뜻을 알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서는 바른 신앙을 세워 나갈 수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몇 해 전 저는 오늘 우리가 읽은 이 짧은 말씀을 통해 목사와 교회가 해야 하는 일이 바로 이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세운 옛 지계석을 옮기지 말라 라는 이 말씀의 의미가 바로 교회를 세우고 성도를 온전하게 하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지혜라는 것입니다.

먼저 본문의 말씀에 나타나는 지계석이란 다름 아닌 땅의 경계를 표시하는 경계석인 것입니다.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기업을 나눠주면서 각 지파들에게 자신들의 땅을 표시하는 경계석을 세울 것을 말씀하셨습니다. 뿐만 아니라 땅을 기업으로 받은 지파 내에서도 하나님이 자신들에게 주신 땅 이외에 타인의 땅을 도둑질 하지 못하게 하시기 위해 또한 경계석을 표시할 것을 말씀하시고 이웃 몰래 자신의 경계석을 옮기지 말라고 명령하시는 것을 (신19:14)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단지 지계석이 땅에 대한 경계를 나타내주는 그런 표시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한정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이처럼 땅을 나눠주시고 그들에게 그 땅에 경계를 의미하는 지계석을 세우라고 하시는 것은 다름 아닌 각 지파들의 영역과 그들이 그 땅에서 살아가면서 자신들이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사명뿐만 아니라 여전히 하나님은 자신들과 함께 하시는 통치자라는 것을 깨닫게 하시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분명 이러한 하나님의 조치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보호하시고 그들이 오직 하나님만을 의지하며 살아가도록 정해놓으신 규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알고 있는 옛 선조들에게 하나님이 명령하여 세우게 하신 지계석들이 있었습니다.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요단강을 건너가게 하시고 그들에게 명령하여 큰 돌을 각 지파대로 세우라고 하시는 것을 여호수아서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성경에서 무엇인가 하나님의 도우심을 받은 선조들이 자신들에게 베푸신 하나님의 은혜를 잊지 않기 위해 그 곳에 돌들을 세운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모습들은 일반 국가에서도 자주 일어났던 모습들입니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의 경계를 이룰 때 그곳에는 꼭 경계석들이 세워지거나 아니면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큰 돌을 세우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자신들의 영역을 표시하는 지계석은 단순히 경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겨 있는 뜻을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세워 졌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늘 말씀에서 우리 조상들이 믿음의 후손들을 위해 세운 지계석은 무엇입니까? 우리를 보호하고 하나님의 진리의 말씀 안에서 살아가도록 만드는 지표석은 무엇이길래 우리들에게 옛 선조들이 세운 지계석을 옮기지 말라고 하시는 것일까요?

하지만 오늘 현대교회는 이미 우리 조상들의 옛 지계석을 옮겨 놓고 있으며 이미 옮겼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지금부터 저는 몇 가지 현대 교회에 부는 풍조를 통해 이것을 증거하려고 합니다.  

먼저 신학이 실종되었습니다.

우리 시대 뛰어난 기독교적 지성과 통찰력을 겸비한 신학자로 평가받는 데이비드 웰스가 쓴 신학실종이라는 책을 보면 웰스 교수는 이 책에서 현대 복음주의 교회가 안고 있는 총체적인 문제의 핵심을 신학이 실종된 것이라고 진단하였습니다. 이 말은 현대 교회에 신학이 사라졌다는 말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이어오던 정통 신학이 세속주의와 개인주의와 인기몰이에 자리를 박탈당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나쁜 신학이 좋은 신학을 신앙의 변두리로 밀어내며 교회의 안방을 차지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진리에 대한 열정과 바른 신학과 신앙으로 성도를 온전하게 세워가는 것을 제일로 삼았던 정통주의 신학이 현대 교회에 와서는 성경에 대해서는 덜 충실하며, 진리에 관해서는 가볍고 천박하며, 신앙에 있어서는 지극히 물질적이며, 세상적 체험으로 충족시켜 주는 도구로서의 신학으로 탈바꿈하였다는 것입니다. 과거 믿음의 조상들이 우리에게 전해준 바른 신학의 유산은 진리의 견고한 반석으로서 역할을 수행하였습니다. 이러한 신앙의 유산을 받은 후손들은 이 땅에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자신들을 우선하지 아니하고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오직 순종하며 세상 안에서 살고 있지만 세상적이지 아니하였습니다. 오히려 세상 사람들을 부끄럽게 하는 그런 위대한 힘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작금에 유행하는 현대 신학은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의 경험과 세계관과 가치의 향연을 위한 무대가 되어버렸습니다. 이 변질된 신학의 무대 위에서 공허한 감정과 과장된 몸짓으로 예배 퍼포먼스를 행하고(이것을 위해 찬양율동 사역과 학교와 학원을 세워 여기에서도 목사안수를 주는 어처구닌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교회 경영 전문가로 변신한 목사로부터 세상에서의 풍요와 성공을 위한 교훈을 듣고, 세속적인 심리 치료 기법에 의한 자긍심 회복과 내적 치유를 위한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숫자적 성장을 위해 온갖 전략과 묘안을 짜내며, 그것이 교회와 성도가 존재하는 이유인 양 구호와 세뇌 학습을 반복하는 일상들이 교회와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횡행하고 있습니다.

세상을 변화시켜야 하는 교회가 오히려 세상의 변화를 쫓으며 세상적으로 변해가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교회 안팎에서 교회의 자성과 개혁의 필요성에 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대개 이러한 요구들이 외형적인 제도의 개선이나 윤리적인 각성을 촉구하는 선에 그치고 있습니다. 진정한 교회 갱신과 개혁이 신학적인 문제임을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오늘날 현대 교회 안에 목격되고 있는 수많은 폐해의 직접적인 원인은 나쁜 신학 때문입니다. 즉 현대 교회 안에 목격되고 있는 수많은 폐해들은 성경에서 벗어난 잘못된 신학적 가르침과 거짓된 교리가 낳은 필연적인 부산물입니다.  

이러한 부산물로 생겨난 것이 바로 메가 처지라고 하는 공룡교회입니다. 우리가 두 번째 살펴 보게되는 것이 일명 메가 트랜즈라고 하는 풍조입니다. 이러한 풍조는 교회만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큰 가전 제품 또는 큰 차, 큰 집, 기왕이면 작은 것 보다 큰 것이 더 좋다고 하는 이런 현상이 바로 교회안에 들어와 교회를 변질 시킨 것입니다.

메가 트랜즈는 가장 확실한 21세기형 교회 성장 코드로서 자리매김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메가 트랜즈’는 구체적으로 어떤 현상을 두고 말하는 것일까요? 최근 미국의 한 종교 연구소에서 이 현상과 관련해서 연구를 하였습니다. 그 연구 결과 현대 교회의 새로운 트랜드로 떠오르고 있는 미국의 메가 처지 그룹들(교인 수가 2000명 이상되는 교회를 말합니다.)은 어떤 특정한 교단이나 교파에 한정되어 있지 않다고 합니다. 복음주의와 근본주의 경향의 교회에서부터 은사주의와 구도자주의 교회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다양하고 넓은 범위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 반면에 메가 트랜즈 지향적 교회들은 세 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첫째, 교회 전통에 대해 부정적이며, 둘째 세상의 문화에 대해 민감하며 마지막으로 교회와 세상과의 연합을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명심해야 하는 것은 오늘날 교회의 유행이 되어가는 ‘메가 트랜즈’의 내용이 과연 성경적인 교회의 모델로 인정받을만한가 하는 것입니다. 더구나 우리의 믿음의 선진들이 고백해왔고 또한 우리가 견지해 나가야 할 가장 훌륭한 종교개혁의 열매로서의 교회와 같은가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메가 트랜즈’ 교회론은 성경에서 말하는 교회와 개혁주의 신앙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습니다. ‘오직 성경으로 돌아가라는 신념으로 가장 성경적인 교회를 지향하였던 개혁주의는 ‘메가 트랜즈’ 교회와 달리, 교회의 역사와 전통을 소중히 여기며, 세속의 문화와 엄격하게 구별하며, 그리고 이 세상뿐 아니라 말씀으로 검증되지 않은 교파나 신학과의 무분별한 연합을 배격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가 트랜즈형 교회 개념은 ‘교회 성공’, ‘교회 갱신’ 혹은 ‘교회 변화’라는 이름으로 이 시대의 보편적인 교회관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습니다.

이런 메가 트랜즈 환상을 좇는 교회들은 한 결 같이 기독교 신앙의 객관성과 역사성에 대해 무지합니다. 특히나 역사적 신앙고백에 대한 의도적인 무시와 가치 없는 것으로 전락시켜 버렸다는 것이 사실로 입증하고 있습니다. 개혁주의 신학자인 루이스 벌콥은 그의 시대를 가리켜, “현대는 반 교리적인 시대이다. 도그마에 대해서만 아니라 교리에서도, 그리고 교리적 진리의 체계에 대해서도 혐오감이 존재한다”고 그의 조직신학 서론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우리 시대의 ‘메가 트랜즈’를 지향하는 대부분의 교회들은 일찌감치 역사적 신앙 고백과 교리를 포기하였습니다. 심지어 장로교회와 개혁교회의 전통을 따른다고 하는 교회들마저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에 편승하고 있는 것입니다.  

끝으로 우리가 한 가지 더 살펴 볼 것은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있는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의 진리관입니다.

 우리가 사는 시대를 흔히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라고 합니다. 이 시대의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는 절대적 진리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오직 진리란 하나님이며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우주 만물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창조 하였다는 것을 진리로 믿으며 인간은 죄로 인해 죽으며 이 죄 문제를 해결하시기 위해 인간으로 오신 하나님의 아들을 통해 우리의 죽음과 이후 천국에 대한 분명한 소망이 진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성경의 모든 역사적 사실이 결국은 절대적 진리가 아니라고 하는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나님의 대한 존재를 불신하게 된 가장 큰 이유가 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세계대전이었습니다. 1차, 2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기 전에는 어는 정도 사람들에게는 하나님에 대한 신 존재를 인정하는 사상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전쟁이후에 수많은 사람들이 비참하게 죽음을 당하자 사람들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과연 하나님이 존재하신다면 이렇게 짐승보다 더한 처참한 전쟁으로 사람들이 죽어 갈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은 하나님에 대한 존재를 부인하게 되었고, 성경에서 말씀하시는 그 모든 것들이 사실이 아닌 허구로 만들어 졌다는 불신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포스트모더니즘이 진리 자체를 포기했다는 말이 아닙니다. 다만 절대적이고 객관적인 진리를 거부하는 대신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진리에 몰입하게 된 것입니다. 너도 진리라면 나도 진리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성보다 느낌을 강조하고, 사색보다 체험을 더욱 선호합니다. 그러므로 선과 악, 옳음과 그름 같은 주제는 더 이상 이성적 논의나 사색의 대상이 아니라 나에게 더 좋은 느낌과 체험이 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진리를 판별하는 기준이 되는 것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포스트모더니즘의 가치관은 현대 사회는 물론 오늘날 대다수 교회 안에 깊숙이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현상이 현대 교회 안에 열풍처럼 번지고 있는 반 지성주의 사상입니다. 포스터모더니즘 시대의 교회는 신학과 교리를 강조하지 않습니다. 성경에 대한 절대적 권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자, 성경을 해석하는 신학과 교리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지 않게 된 것입니다.

오히려 신학과 교리는 세상과 구별 없이 지내기를 바라는 교회와 성도들에게 거추장스럽고 불편하기 그지없는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포스터모더니즘에 익숙한 교회는 신학과 교리의 차이를 교회 연합과 교제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 합니다. 교회 연합이라는 대명제를 위해 기독교의 전통적인 신학과 교리마저 포기하고 세상을 위해, 세상에 의한, 세상의 교회로 탈바꿈하기 하기 몸부림치고 있는 것입니다. 신학과 교리를 강조하는 교회와 목사 그리고 성도는 독선적이고 배타적이고 자기들 밖에 모른다고 매도당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매도는 세상 사람들이 하는 말이 아니라 오히려 교회를 섬기는 사람들로 인해 당하는 현상입니다. 그러니 이런 교회적 환경 가운데 성경의 뜻을 가장 온전하게 드러내고 있는 참된 신학과 참된 교리를 언급하는 일은 어쩌면 순교를 예상해야 하는 것만큼이나 신앙적 절박함과 용기를 필요로 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러한 신학과 교리가 무시당하고 인기가 없는 것으로 여김을 당하는 일이 일어나자 이틈을 비집고 들어 온 두 가지 극단적인 신앙 형태가 있습니다,

첫째는 상대주의 혹은 관용주의 신앙입니다. 진리가 있더라도 절대적이거나 객관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진리를 찾는 길은 산을 오르는 일과 같아서 정상은 하나이지만 산을 오르는 길은 여럿이듯이 진리는 하나라도 진리에 이르는 방식은 다양하다는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믿고 의지하는 예수그리스도와 오직 성경이라는 사상은 인정할 수 없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상은 참과 거짓의 구별을 통한 절대적인 구원이나 믿음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어떤 종류의 신앙이나 종교이건 자기만의 진리가 있기에 서로가 서로의 진리를 존중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종교적 관용과 배려가 절대적 진리에 대한 확신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사월초파일에 교회가 석가모니 탄생을 축하고 성탄절에는 중들이 교회에 와서 예수님 탄생을 서로 축하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행동들이 하나님을 사랑하고 진리를 믿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극단은 감정주의와 은사주의 신앙입니다. 성경적 신학과 교리의 가르침을 포기함에 따라서 개인의 종교적 감상과 정서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객관적인 지식을 추구하기 보다는 꿈, 계시, 예언, 방언, 신유 등과 같은 체험적이고 주관적인 신앙을 강조하고 말씀 선포를 통한 성령의 객관적인 조명의 은혜보다 성령의 직접적인 계시와 내적 음성 같은 심미적인 느낌을 우선하고 있습니다. 회중들의 참여와 공감을 끌어내기 위해 정서와 감정에 호소하는 찬양 중심의 예배를 선호하며, 감상적이고 감각적인 프로그램을 동원하여 짧은 시간 안에 사람을 많이 모으는 것을 성령의 부흥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또한 복음의 도리를 진지하면서도 체계적으로 증거하는 설교 형태보다는 세상에서의 복과 성공을 강조하는 개인 간증과 체험담이 강단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 한국교회가 아주 비참하게 유린당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이렇게 감정주의와 은사주의로 행하는 것이 교회이며 성도라고 여기고 있는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이러한 교회와 이러한 교회가 되지 않기 위한 몸부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이 두 가지 극단적인 신앙은 동전의 양면같이 서로 다른 듯 하지만 본질적으로 같은 신앙입니다. 성경의 절대적 권위와 신뢰를 거부할 뿐만 아니라 성경적 신학과 교리 체계 역시 부정하며, 진리를 판단하는 기준이 자신에게만 집중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오늘날 교회는 ‘무조건 믿을 것’을 강조하면서도 ‘무엇’을 ‘어떻게’ 믿어야 성경적인 것인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가르치지 않고 있습니다.  

옛 지계석을 옮기지 말라

칼빈은 “하나님의 교회는 신앙고백(교리) 교육 없이는 유지될 수 없다”고 단언하였습니다. 종교개혁의 대전제라고 할 수 있는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는 신앙'(Coram Deo)과 ‘오직 믿음'은 신앙의 대상에 대한 바르고 참된 믿음과 지식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이것을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종교 개혁에 기초한 신앙이란 ‘순수한 신앙고백을 철저하게 추구하는 신앙’인 것입니다. 로마 카톨릭의 비성경적 가르침과 세상과 결탁한 변질된 기독교 사상에 맞서 종교 개혁의 횃불을 치켜들었던 종교 개혁자들이 모진 박해와 고난 속에서도 성경에 충실한 신앙 고백을 만드는 일에 결코 좌절하지 않았으며, 이것으로 진리의 나침반을 삼는 일에 주저하지 않았던 이유입니다.

오늘 하나님은 우리들에게 “네 선조의 세운 옛 지계석을 옮기지 말찌니라”고 명하고 있습니다. ‘메가 트랜즈’와 ‘메가 처치’ 열풍 그리고 변질된 새로운 신학과 자신의 감정과 체험이 성령의 충만이라고 믿게 하는 거짓 종교적 열풍은 우리 조상들이 세운 진리의 지계석을 무너뜨리고 이 세상과 사람을 위한 새로운 지계석을 세우려 하고 있는 것입니다. 비록 우리의 옛 지계석을 유지하는 일이 힘이 들고 어려움에 직면하는 일을 당할 지라도 참된 신앙 고백을 통한 믿음의 확신과 증거로서 우리의 옛 지계석을 지켜 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 일은 변화하는 세대가운데 변화하지 않는 진리를 지켜나가야 할 교회와 성도들에게 주어진 가장 숭고한 책임이며 사명입니다.

그러므로 성경적인 교회 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의 관심을 바른 신학에로 돌려야 합니다. 바른 신학은 우리로 하여금 진리를 배우고자 하는 간절한 열망과 진리 안에서 살고자 하는 거룩한 소원을 갖게 합니다. 아무리 번지르르한 종교적 수사와 몇 차례의 의례적인 교회 행사와 사람 중심의 프로그램이 외적 부흥에 도움이 될지언정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한 참된 교회로의 회복을 가져다주지 못합니다. 참된 복음의 능력과 경건의 능력으로 무장한 성도로 세울 수 없습니다.

저는 올해 한해도 여러분들을 온전한 성도로 세우기 위해 우리 조상들이 세운 옛 지계석을 굳건하게 지킬 것입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오직 성경, 오직 그리스도, 오직 믿음, 오직 은혜, 오직 하나님께 영광입니다. 이 일을 위해 부지런히 연구하며 기도하는 목사가 되기를 저 자신 스스로에게 다짐합니다. 여러분들 또한 복음의 합당한 삶을 살며 오직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는 성도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아멘

임진남 목사(김제 예본교회, 본보 교회법 칼럼리스트, 최세영변호사 교회법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