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 때문에 고통도 견딜 수 있고, 현실적인 어려움에 매몰되지 않고 미래를 보기도 한다. 따라서 사람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삶이 결정된다. 그런데, 대부분의 세상적인 가치는 언제나 ‘내’가 중심이기 때문에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것이 삶의 바탕에 깔려있다. 그래서 ‘세상적인 가치’는 ‘나’외의 ‘가치’를 부정하고, ‘나’외의 것을 ‘나’를 위해 이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사람으로 납득되지 않는 일’도 서슴없이 저지르고 만다. 외신에서 미국의 9.11사태가 14년 전에 일어났는데도 불구하고 지금도 희생자들에 대해 조롱하거나 고만하자는 사람들이 있다는 보도를 보았다. 동서를 막론하고 ‘내’가 중심인 세싱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에서는 사람의 가치가 ‘나’를 위해 이용되기 때문에, 때로는 ‘나’ 역시 사람으로서의 가치를 스스로 포기하여 사람으로서는 당연히 느껴야 하는 아픔을 외면하기도 하고혹은 공동체를 위한 자기희생과 헌신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렇게 ‘나’를 중심으로 하는 가치에 매몰되는 사회 안에서는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까지도 사람으로서의 가치가 없어지고, 이것으로 인해 사람들은 비참해진다.

그러나 십계명의 1-4계명은 ‘하나님과 어떠한 관계를 가지면서 살아야 할 것인가(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93문 답)’를 먼저 이야기함으로 십계명에서 요구하는 ‘이웃 사람들과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93문 답)’에 대한 바탕이 ‘나’ 중심의 세상적 가치와는 다르다고 말한다. 즉, 십계명에서 요구하는 삶은 하나님을 믿는 믿음에 바탕을 둔 가치를 실현하는 것으로 당시의 시대적인 상황으로 볼 때 전혀 새로운 가치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십계명이나 십계명을 바탕으로 말하여지는 모세의 율법은 당시의 사회 구조 안에서는 납득되지 않는 특별한 가치에 근거한다. 예를 들어 6번째 계명은 ‘살인하지 말라’인데, 대부분의 학자들은 이 말의 바탕에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어진 사람에 대한 가치가 깔려있다는데 동의한다. 즉, 사람에 대한 가치를 인정함으로 사람들에 대한 무분별한 폭력과 살인을 금지하시는 계명이라는 말이다. 심지어 하나님은 부주의함으로 의도되지 않은 살인이 일어났을 때 당시에 당연시 되었던 ‘피의 복수’로부터 그 살인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피성을 만드신다. 마치 사회적으로 고착되어있는 신분 중심의 사회에서 ‘너희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이니라(갈라디아서3:28)’라는 바울의 말처럼, 도피성은 당시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명령이었을 것이다. 사람에 대한 가치에 대하여 예수님은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을 ‘형제에게 노하는 자마다 심판을 받게 되고 형제를 대하여 라가라 하는 자는 공회에 잡혀가게 되고 미련한 놈이라 하는 자는 지옥 불에 들어가게 되리라(마태복음5:22)’라고 더 강력하게 말씀하시는 것으로 보아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은 당시의 사회적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사람의 가치’를 인정하며, 그 가치를 지켜 나갈 것을 요구하는 말이다.

이렇게 십계명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사람의 가치에 대한 계명 외에도 나머지 계명들 역시 하나님을 믿는 백성들이라면 여인들에 대한 가치(7계명), 부에 대한 가치(8계명), 법에 대한 가치(9계명)를 하나님께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새롭게 함으로 당시에 일반적으로 생각되었던 가치를 벗어버릴 것을 요구한다. 그리고 하나님의 백성으로 하나님께서 주신 새로운 가치를 받아들일 때 하나님은 그의 백성들을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쉴 만한 물 가로 인도(시편23:2)’하시는 삶의 위로를 베푸시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