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가복음 묵상(5)] 마가복음 5장

마가복음 5: 1-20 : 예수님이 갈릴리 호수를 건너 도착한 거라사는 석회암으로 만들어진 지역으로 많은 굴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굴들은 무덤으로 사용되었고, 귀신들린 자는 아마 이 무덤들 사이에서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The Gospel of Mark ( ed. William Barclay, lecturer in the University of Glasgow;, The Daily study Bible series, Rev. ed.Philadelphia: The Westminster Press, 2000, c1975), 118) 마가는 4:35-41을 통해 자연을 다스리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예수님이 곧 하나님이심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5:1-20에서는 악한 영을, 그것도 스스로 많이 있어서 군대라고 말하는 악한 영들(여기서 말하는 군대는 약 6,000명 정도이다)을 물리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보여줌으로 예수님의 정체성을 드러내 준다. 거라사에서 예수님께서 만난 귀신들린 자는 사람의 힘으로는 제압하기 어려운 강한 자이다(3-4절). 그러나 예수님은 막3:27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강한 자를 결박’하시는 분이시다.

이 이야기를 전쟁의 이미지로 보는 사람이 있다. 그는 4:35-41의 폭풍이 사탄이 예수님께서 거라사 지역으로 오시는 것을 방해하려는 목적이었을 것이라고 본다. 이 이야기를 받아들인다면 하나님의 나라와 사탄의 나라와의 전쟁은 이미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탄은 예수님을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여’라고 부르면서 예수님의 메시야적 사역이 아닌, 예수님의 신성에 중심을 둔 예수님의 정체성을 이야기한다. 사탄은 예수님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지만(7절), 사탄은 이 땅에 오신 이유가 사탄에게 사로잡힌 영혼들을 구출하시려는 메시야적 사명을 감당하시는 것임에도 예수님이 하나님이시라는 그의 신성을 강조함으로 당시의 여러 우상들과 동일한 대상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조장함으로 예수님을 거라사 지역에서 떠나게 허시려는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런 사탄의 계략은 2천 마리의 돼지 떼가 물에 빠져 죽음으로 성공했다(13절). 전쟁은 예수님의 완벽한 승리로 끝났고, 예수님의 승전에 대한 소식은 귀신 들렸던 사람을 통해 퍼져나갔다(19-20절)

묵상 : 18절에서 귀신들렸던 사람은 예수님과 함께 길을 떠나게 해달라는 부탁을 예수님께 한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의 부탁을 거절하면서 ‘집으로 돌아가 주께서 네게 어떻게 큰 일을 행하사 너를 불쌍히 여기신 것을 네 가족에게 알리라(19절)’고 말씀하셨다. 여기서 예수님은 하나님 백성이 된 사람들의 삶이 무엇인가를 우리들에게 이야기하신다. 즉, 하나님의 백성이 된 사람들의 삶은 ‘증거하는 자의 삶’이다. 예수님을 따라다니면서 그의 제자로 사는 것 역시 소중하고 중요한 일이지만, 하나님의 나라는 이렇게 자기의 삶에서 증거하는 자의 모습을 갖고 사는 사람들을 통해 지금까지 지속되어 왔다. 이 사람의 증거가 거라사 지역 뿐 아니라 데가볼리, 즉, 주변의 10개의 도시에도 전해졌음을 유의하자.

마가복음 5: 25-34 : 이 이야기는 21절부터 시작되는 야이로의 딸을 살리시는 예수님의 이야기 속에 섞여있는 모습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이야기 전체를 샌드위치 구조라고 말한다. 즉, 이 이야기는 21-24절, 35-43까지의 내용이 야이로의 딸을 살리시는 예수님의 이야기이고, 25-34까지가 혈루증 앓는 여인의 이야기가 된다. 이 이야기의 전체적인 내용에서 가장 궁금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야이로의 딸이 살아날 수 있겠는가?의 문제이다. 즉, 예수님께서 야이로의 딸이 죽은 것으로 인해 곡하는 사람들을 내보내면서 ‘너희가 어찌하여 떠들며 우느냐 이 아이가 죽은 것이 아니라 잔다(39절)’고 말씀할 때 아이의 죽음앞에 있던 사람들은 예수님을 ‘비웃었다’. 그것은 아이가 죽은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예수님은 야이로의 딸을 살리실 수 있을 것인가? 그 해답으로 마가는 12년 동안 혈루증을 앓던 여자의 이야기를 말해준다.

12년 동안 혈루증을 앓던 여인은 4:35-41의 갈릴리 호수에서의 폭풍이나, 5:1-20까지의 거라사에서 예수님이 만난 귀신들린 자나 5:21이후의 야이로의 딸처럼 사람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님을 마가는 이야기한다. 즉, 그녀의 상황은 ‘많은 의사에게 많은 괴로움을 받았고 가진 것도 다 허비하였으되 아무 효험이 없고 도리어 더 중하여졌던’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 여인은 자신의 병을 위해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고, 결국에는 병으로 인한 깊은 좌절 가운데 있었을 것이다. 그러던 차에 ‘예수님에 대한 소문을 듣는다’. 그녀는 병을 거칠 수 있다는 사람들의 방법에 대한 소문이 아닌, 그리스도에 대한 소문을 들은 것이다. 그리고 예수님을 만나 예수님의 옷에 손을 댄다. 오직 ‘내가 그의 옷에만 손을 대어도 구원을 받으리라’는 일념 하나로 말이다. 그리고 자신의 병이 나았음을 깨달게 된다.

예수님은 자신의 능력이 나간 줄을 아셨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자신을 만진 자가 누구인가를 물으신다. 여인은 자기에게 일어난 일을 예수님께 고하시고, 예수님은 그녀에게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평안히 가라 네 병에서 놓여 건강할지어다’ 라고 말씀하신다. 주님이 그녀에게 원했던 것은 그녀의 믿음을 사람들에게 드러내는 일이 아니었을까? 어떤 면에서 믿음은 감추어진 상태에 있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지는 것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되는 것이다. 마치 등불을 등경위에 놓는 것처럼 말이다.

묵상 : 마가는 29절과 34절에서 ‘병’이라는 말을 쓴다. 이 ‘병’은 고통을 의미한다. 즉, 마가는 25절에서 사용한 ‘혈루증’이라는 병명을 쓰지 않고 ‘고통’이라는 의미의 말을 사용한다. 마가가 생각할 때 예수님을 만남으로 여인은 ‘혈루 증’만을 고친 것이 아니라 더 큰 의미에서 그녀를 얽매고 있던 고통이 치유된 것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우리가 예수님을 만남으로 이루어지는 치유는 이렇게 즉각적이고 근원적이다.

마가복음 5: 21-43 : 마4:35-41의 폭풍우 이야기에서 예수님의 제자들은 잠자는 예수님을 깨우며 구원을 요청한다. 거라사에서 만난 귀신들린 사람의 이야기에서는 예수님과 ‘사탄의 군대’와의 만남으로 인한 전쟁에서 예수님께서 승리하심으로 그의 백성을 구하게 된다. 그는 예수님을 중거하는 사람이 된다. 혈루증 앓는 여인은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예수님을 만남으로 그녀의 믿음이 그녀를 구원하게 된다. 그리고 야이로의 딸을 살리시는 예수님의 이야기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은 ‘야이로’다. 야이로는 혈루증 앓는 여인이 예수님을 믿음으로 구원을 받음을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찾아와 ‘당신의 딸이 죽었나이다’라고 전한다. 소망이 끝나는 순간이다. 이 때 사람들은 예수님을 더 이상 괴롭게하지 말라고 야이로에게 말한다. 사람들은 야이로의 딸이 죽었기 때문에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했을 것이다.

예수님은 야이로에게 말하는 사람들의 말을 거부하시고(우리 말 성경에는 ‘곁에서 들으시고’라고 되어있다. NIV 영어성경에는 ‘무시한다’로 번역 되었다. 여기서는 헬라어의 원의를 따라 거부하다로 번역한다) ‘두려워하지 말고 믿기만 하라’고 말씀하신다. 예수님은 야이로에게 하나님의 아들이시며, 이 땅에 메시아로 오신 ‘예수님 자신’을 믿으라고 요구하시는 것이다. 그리고 마가는 야이로와 우리들에게 예수님께서 요구하시는 믿음의 근거로 혈루증 앓던 여인을 보여준 것이다. 마가는 야이로의 선택과정을 이야기하고 있지 않지만, 예수님께서 야이로의 집으로 가시는 데는 야이로의 판단이 가장 중요했을 것이다. 야이로의 집에서는 아이의 죽음으로 인한 심한 통곡이 있었다. 그러나 주님은 아이가 죽은 것이 아니라 자는 것이라고 말씀하시지만, 사람들은 그런 말씀을 하는 예수님을 비웃는다. 그러나 예수님은 아이를 살려내고, 사람들은 크게 놀라게 된다.

묵상 : 사람은 어려운 일을 당할 때, 혹은 무엇인가를 해야 할 때 여러 가지의 정보를 수집하게 된다. 특별히 현대는 아주 많은 정보들이 우리들 주변에 있다. 그 정보들로 인해 우리는 편안하게 계획을 세우기도하고, 준비하는 일들을 감당하기도 한다. 지금 야이로에게도 여러 가지의 정보들이 도착했다. 첫째 정보는 딸이 죽었다는 것이다. 야이로는 절망했을 것이고, 사람들은 그 절망의 상징으로 예수님을 더 이상 괴롭게하지 말라는 조언을 한다. 사람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이다. 또 하나 야이로가 갖고 있는 정보는 12년을 혈루 증을 앓고 있는 여인이 예수님을 믿음으로 그 병이 나았다는 것이다. 그녀에게는 사람이 할 수 없었던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정보는 예수님의 믿기만하라는 말씀이다. 이 정보들을 종합한 야이로는 예수님을 집으로 모셨고, 사랑하는 딸이 죽음에서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오성환 목사(신학포럼 빛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