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작년(2014년) 4월 16일에 일어난 어처구니없는 일을 잊을 수 없다. 실종자 포함해서 304명이 세계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죽어갔고,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알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밤을 지새우기도 하고, 혹독한 더위를 견디며 걷기도 했고, 또 많은 사람들이 울고 분노하면서 가슴 저미는 이야기를 들으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그리고 500여일이 지났지만, 어떻게 해서 그토록 아까운 사람들이 어이없이 죽어갔는지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고,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무엇인가 변할 것 같았는데도 불구하고 별로 변한 것 없이 500일이 흘렀다. 이렇게 가슴 아픈 날을 사람들이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는가?’에 대한 추궁과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는가?’가 밝혀질 때 일어날 불이익에 대한 방어만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래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를 조사하면 할수록 비리가 있고, 그 비리에 얽힌 사람들이 나타날 것이고, 그런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자신들을 방어할 이유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 엄청난 일은 그 상황 속에 있던 사람들의 욕심, 혹은 탐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고를 당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버리고 배를 빠져나온 선장이나 선원들도 혹은 사고현장을 찾아갔던 해경의 순시선도 그리고 그들 뒤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자신들의 유익과 안전을 추구했을 것이고, 사람들을 구조해야 하는 가장 큰 책임을 진 사람들조차도 급박하게 분초를 다투는 그 때에 ‘자신들의 유익’을 먼저 구했기 때문이란 생각이다. 이런 것을 우리는 탐심이라고 한다. 그래서 성경은 탐심을 경계한다. 바울은 탐심을 우상숭배라고 말하고 있고(골로새서3:5), C.S Lewis는 탐욕을 ‘재물에 대한 욕심’으로 이야기한다. 물질에 대한 사랑, 즉 탐욕은 예수님께서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기지 못(마태복음6:24)’한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하나님께 대한 사랑 뿐 아니라 사람에 대한 사랑을 막는다. 예수님은 집을 나간 둘째 아들의 삶을 ‘돼지 먹는 쥐엄 열매로 배를 채우고자 하되 주는 자가 없(누가복음15:16)’다고 묘사하시면서, 탐심으로 인해 하나님을 떠난 둘째 아들은 당시 유대인들이 혐오했던 돼지만도 못한 삶을 사는 것으로 이야기하신다. 이렇게 탐욕은 사람을 해치고, 이익을 얻기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들을 노예로 부릴 수도 있고, 더 나아가 사람을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탐심이 있는 곳에는 사람이 이익의 수단으로 전락되어 사람으로서의 가치가 부인되는 비참함이 있다.

탐심이 사람을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기 때문에 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에서는 ‘네 이웃의 집을 탐내지 말지니라. 네 이웃의 아내나, 그의 남종이나 그의 여종이나, 그의 소나 그의 나귀나 무릇 네 이웃의 소유를 탐내지 말지니라.’라는 10번째 계명을 ‘하나님의 계명에 어긋나는 생각이나 욕망을 추호도 마음 속에 품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한상 죄를 미워하고 선을 즐거워해야 합니다(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 113문 답)’라고 해석한다. 문득, 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의 해석처럼 폐기해야 할 배를 들여와 그것으로 장사했던 구원파 사람들이 ‘하나님의 계명에 어긋나는 생각이나 욕망을 추호도 마음 속에 품지’ 않았다면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아니면 세월호에 사고가 났을 때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책임을 가진 자들이 ‘진심으로 한상 죄를 미워하고 선을 즐거워’ 했다면 이런 일들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생긴다.

사고가 난지 500일이 지났지만 전이나 지금이나 이 땅은 맘몬적인 탐욕에 갇혀있고, 그래서 갑질이니 미생이니 하는 말들이 나오는 이때지만, 우리의 위로는 오직 하나님 안에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