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린도교회는 바울 사도의 2차 전도여행 중에 세워진 교회다. 이후 바울 사도가 안디옥에 갔다가 3차 전도여행 때 에베소에서 3년간 교회를 세우고 목회를 하는 동안, 고린도교회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되고 거기에 응답해서 쓴 것이 고린도전서다. 이전에도 고린도교회는 교회 안에 음행하는 자들의 문제가 있었고 그래서 바울 사도는 고린도전서 이전에 짧은 편지를 고린도교회에게 보낸 적이 있었다(고전 5:9). 사도는 고린도교회에 분열이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는데, 이는 고린도의 글로에라는 여인의 집에서 모이는 교회에 속한 한 사람이 전해준 소식이기도 하고(고전 1:11), 스데바나, 브드나도 그리고 아가이고 이 세 사람이 사도에게 고린도교회의 헌금을 전달하기 위해 왔을 때 가지고 온 편지를 통해서도 들었을 수 있다(고전 16:17; 7:1). 교회가 가지고 있던 문제는 교회 내의 분열과 부도덕한 음행, 교인 간의 소송문제 등이었고, 그들이 보낸 질문들은 결혼, 우상에게 바쳐진 음식, 예배의 규범, 영적인 은사들, 부활의 본질, 예루살렘의 가난한 자들을 위하여 모금하는 문제 등에 관한 것이었다. 이와 함께 바울은 자신의 사도성에 대한 불신이 일어나고 있는 문제도 다루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이유로 고린도전서는 어떤 서신서보다도 더 실제적이고 오늘날의 교회에 적용할 구체적인 원리들이 많은 성경이다. 이런 배경을 이해할 때 우리는 왜 고린도전서에 그 유명한 사랑장인 13장이 기록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2. 고린도는 로마제국 내의 대도시였는데, 성적으로 문란하였고 종교적으로도 매우 개방적인 도시였다. 바울 사도가 로마서를 쓸 때 고린도에 있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로마서 1:18~32에서 열거하는 모든 죄악상은 다 고린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이었음을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당시에 타락한다는 뜻으로 ‘고린도화되다’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였다. 이런 점에서 고린도교회가 직면한 위기는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다. 더구나 많은 초기의 교인들은 낮은 신분의 사람들, 사회적으로 천시되는 사람들이 많았고(1:26), 이들 모두는 주님을 믿은 지 불과 3~4년이 되지 않는 사람들이었으며, 이들이 사회의 압력에 저항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이 고린도전서가 쓰여지던 당시 고린도교회가 처한 상황이었다. 오늘날 우리 교회가 처한 상황이 이와 얼마나 다를 수 있을까?

3. 고린도전서를 쓰고 있는 바울은 ‘하나님의 뜻을 따라서 그리스도 예수의 사도로 부르심을 입은’ 사람이다(1). 바울이 사도로서, 그들의 영적 지도자로서 그 권위를 의심받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사도에 대한 신뢰가 분명하지 않다면 바울은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을 것이다. 또 바울 사도는 이렇게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고린도교회를 향해서 그들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스도 안에서 어떤 존재로 부름 받았는지를 분명하게 밝힌다. 그들은 ‘하나님의 교회’이고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거룩하여지고 성도라 부르심을 입은 자들’이다(2). 존재와 정체성에 대한 확인처럼 그리스도인과 교회에게 중요한 것은 없다. 교회는 인간에게 속한 집단이 아니다. 하나님의 소유된 백성이고 그리스도 안에서 거룩하게 되도록 부르심은 입은 성도들이다. 사도는 이들을 축복함으로 편지를 시작한다(3). 더욱 놀라운 것은 사도가 그들을 인하여 하나님께 감사한다는 사실이다(4). 그들이 어떤 모습이 되어주었기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들에게 은혜를 주셨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비록 부족한 모습이 있을지라도 사도는 그들의 흠과 티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보시는 것과 같이 그들에게 이미 베풀어진 은혜를 보고 있다(5~7). 그러나 이것뿐이 아니다. 사도는 그들의 미래에 베풀어질 장래의 은혜를 또한 바라본다(8). 주님이 재림하시는 날에는 책망할 것이 없는 자로 끝까지 견고하게 만들어주실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기에 그는 감사할 수 있다. 이것이 형제를 용납하고 사랑하는 비결이다.

4. 사도는 직접적으로 분열의 문제를 다루기 시작한다. 사도의 바램은 그들이 주님 안에서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온전히 합하는 것이다(10). ‘온전히’는 성숙을 의미하는 단어다. 고린도교회는 여전히 미숙한 교회였고 우리 시대의 많은 교회를 대변한다. 분쟁이 있었다. 헬라인 신자들은 아마도 바울파가 되었을 것이고, 유대인 신자들은 게바파, 좀 더 학식있고 지식을 추구하는 자들은 아볼로파가 되었을지 모르겠다. 여기에 그리스도파까지 더해졌다. 사도는 이런 분열은 그리스도를 나누는 것이라고 말하면서(13) 자신이 드러나게 세례를 베풀지 않은 이유를 설명한다(13~17). 이는 세례를 평가절하하는 것이 아니고, 그의 부르심은 복음을 전하는 것이며 그리스도를 드러내는 것임을 강조하고자 함이다. 고린도교회의 분열은 특정한 주의 종들을 따르는 분열이었는데 오늘날에도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원로목사파가 있는가 하면, 담임목사파, 심지어 부목사파도 있다. 주의 종은 종이다. 사도는 가르치는 자들, 다스리는 자들과 모든 좋은 것을 함께 하며 사랑 안에서 최고로 존경할 자들로 인정하라고 가르친다(갈 6:6; 살전 5:12~13). 그러나 이런 대접을 받는 자들은 자신이 하나님의 종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이런 점에서 사도는 자기를 추종하는 파(즉 일부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와 함께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원수된 것을 화평케 하시고 하나가 되게 하신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헛되이 만들 수 없기 때문이었다(17).

5. 십자가의 도는 복음의 중심이다. 성도는 자신의 삶이 복음의 중심인 십자가의 도를 부인하는 것이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진정으로 세상의 모든 인류를 분열하게 만드는 것은 십자가 밖에는 없다. 십자가는 멸망하는 자들에게는 미련한 것이고(18,23) 거리끼는 것이지만(23), 구원을 얻는 자들 곧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이고 하나님의 지혜다(18,23). 십자가에 대한 태도에 의해서 세상의 모든 인류는 하나님 앞에서 둘로 나뉘어진다. 교회는 이 구분에 의해서 세상으로부터 분리되어 하나로 부르심을 받은 자들이다. 십자가의 복음은 모든 세상의 구분을 무력하고 무색하게 만든다. 배웠다는 것, 가졌다는 것, 권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다 십자가의 복음 앞에서는 부끄럽고 무익한 것들이다. 지식도, 돈도, 권력도 복음 앞에서는 무의미하다. 십자가만이 우리를 구원한다. 그래서 바울 사도는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를 전한다”(23). 십자가는 인간의 모든 자랑을 무너뜨린다(29). 이렇게 그리스도는 우리 믿는 자들에게 의와 거룩함과 구속함이 되셨다(30). 이 표현들은 각각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전가된 의(롬 4:5; 고후 5:21), 죄로부터의 성화(엡 2:10), 하나님께서 영화롭게 하실 구속의 완성(엡 1:14: 벧전 1:18,19)을 의미한다. 자랑하는 자는 오직 주 안에서만 자랑할 수 있다(31). 자기가 따르는 영적 지도자, 자기가 속한 교회, 자기가 가진 신앙, 자기의 배경과 처지가 아니라, 오직 그리스도와 그의 십자가 외에는 아무 것도 자랑할 것이 없다는 것이 참된 구원의 은혜를 입은 모든 자들의 합당한 고백이고 태도다. 십자가의 복음을 떠날 때, 교회는 자기를 내세우는 자들의 집단이 될 것이고, 분열을 경험하지 않을 길이 없으며 성령이 아니라 어리석은 자랑으로 충만해진다.

6. “하나님 아버지, 그리스도 안에서 저희가 받은 은혜를 기억하게 하시고,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는 결코 자랑할 것이 없는 성도가 되게 하사, 교회가 이런 하나님의 백성들로 가득하게 하옵소서. 그리하여 교회 안에 모든 천박한 자랑들이 물러가고 그리스도를 나누는 모든 분열이 사라지며 성숙한 교회가 되게 하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