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과 개인 사이에서 일어난 일을 싸움이라고 한다면,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 일어난 갈등을 해결하지 못해 일어난 싸움은 전쟁이라고 하는데, 누군가 전쟁 혹은 싸움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어난 문제를 푸는 가장 마지막 수단이라고 말했다. 전쟁 혹은 싸움은 문제를 풀기 위한 가장 어리석은 방법이다. 그래서 전쟁이나 싸움이 갈등을 푸는 가장 나쁜 방법인 이유를 손자는 전쟁이나 싸움으로 인해 피폐해지는 삶을 이야기한다. 전쟁을 위해 많은 물자가 필요하고, 그 물자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피폐해지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이겨도 아프고 져도 아픈 것이 전쟁이라는 말이다. 그것은 개인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마치 전쟁이 일어날 것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와 북한 사이의 갈등으로 당국자 사이에 말이 통하지 않고 자기주장만을 이야기하는 폭발직전에 있는 것 같아 보인다는 말이다. 서로 험악한 말을 던지며 당장이라도 전쟁을 일으킬 것 같아도, 열어놓은 대화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무력적인 전쟁이 아니라 타협이 가능할 것이라는 말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한반도를 세심하게 바라보면서 상황이 어떻게 진전될 것인가를 주의깊게 바라보고 있다.

이렇게 사람과 사람 사이에 혹은 국가와 국가 사이의 갈등은 각기 가지고 있는 이해관계에서 출발하는 듯 보이지만, 좀 더 근본적인 문제는 상대방이 하는 말을 ‘듣지 못함’으로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즉, 갈등이 일어나는 시점에서는 상대방이 사람이라는 사실을 망각한다. 그래서 형제에게 까지 ‘라가’라고 욕하는 일이 생긴다. 예수님은 이런 상황을 6번째 계명과 연결시키시고 ‘옛 사람에게 말한 바 살인하지 말라 누구든지 살인하면 심판을 받게 되리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형제에게 노하는 자마다 심판을 받게 되고 형제를 대하여 라가라 하는 자는 공회에 잡혀가게 되고 미련한 놈이라 하는 자는 지옥 불에 들어가게 되리라(마태복음6:21-22)’라고 말씀하신다. 이런 예수님의 정신을 받아들여 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에서는 제 6계명에서 이야기하는 ‘살인하지 말지니라’라는 계명을 주신 이유를 ‘하나님께서는 살인의 근원 곧 시기, 증오, 분노, 앙심 등을 미워하신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십니다. 하나님의 눈에는 이러한 것들이 모두 살인에 해당합니다(106문 답)’라고 말한다. 즉, 인간을 인간으로 이해하고,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자로서 용납할 것을 요구하신다는 것이다. 사람을 이해관계 안에서 파악하고, 손익의 대상으로 생각하면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는 언제나 갈등 가운데 있게 되고, 사람이 사람으로서의 가치를 가진 존재가 아니라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될 때 사람들은 언제나 비참한 삶을 살 수 밖에 없다. 수단이 되어버린 사람은 서로가 서로에게 마치 돌아가야 할 집이 없는 노숙자같은 방황 속에서 돼지에게 주는 먹이조차도 구할 수 없는 빈곤의 삶을 살 수 밖에 없으며, 전쟁터 같은 세상에서 이겨도 아프고 지면 더욱 더 힘든 삶을 살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갈등을 극복하고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원리는 사람에게 있는 하나님의 형상을 인정하며, 사람을 이익의 수단을 삼는 세상적인 삶의 방식을 벗어나는 것밖에는 없다.

‘살인하지 말라’는 계명을 ‘내 이웃을 생각이나 말이나 외모나 몸짓으로 그리고 더욱 분명하게는 실제 행동으로 얕잡아보거나 모욕하거나 증오하거나 죽이지 않아야 하며 다른 사람들의 그러한 일에도 가담하지 말아야 합니다. 근본적으로 복수에 물타는 모든 마음을 끊어버려야 합니다. 또한 내 자신을 해롭게 하거나 성급하게 위기에 빠뜨리지 않아야(하이델베르그 요리문답 105문 답)’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때 오늘의 전쟁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