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 아니면 도’라는 말이 있다. 회색지대가 존재하지 않는 흑백이 아주 선명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나 극단적인 성경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쓰는 말이다. 하나님 나라의 백성들의 삶도 역시 ‘모 아니면 도’의 극단적인 특성이 있다. 하나님의 백성이라면 하나님을 믿고 섬기는 데 ‘열정적이어야’한다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주님은 계시록에서 라오디게아 교회를 향해 ‘네가 차지도 아니하고 뜨겁지도 아니하도다 네가 차든지 뜨겁든지 하기를 원하노라 / 네가 이같이 미지근하여 뜨겁지도 아니하고 차지도 아니하니 내 입에서 너를 토하여 버리리라(15-16절)’라고 말씀하신다. 즉, 라오디게아 교회는 15절의 말씀처럼 차지도 뜨겁지도 않은 미지근한 상태에 있었다는 말이다.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라오디게아는 빌라델피아 동남쪽 약 90㎞ 정도 떨어진 교통의 요츙지였기 때문에 부유한 도시였지만, 물이 없는 도시였음을 알아야 한다. 이들은 물을 얻기 위해 데니즐리에서 물을 공급받아 사용했는데, 데니즐리라는 도시에서 공급되는 물은 미지근해서 먹기에 괴로웠다고 한다. 반면에 라오디게아 근방의 골로새에서는 차고 신선한 물을 사용했고, 히에로폴리스에서는 약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뜨거운 물이 있었다고 한다. 따라서 라오디게아 지역의 그리스도인들은 골로새의 물이나 히에로폴리스의 물과는 다른 미지근한 물을 미시며 살았다. 그런데 주님께서 보시기에 라오디게아 교회의 특징이‘나는 부자라 부요하여 부족한 것이 없다 하나 네 곤고한 것과 가련한 것과 가난한 것과 눈 먼 것과 벌거벗은 것을 알지 못하는(7절)’상황에 있고, 그렇기 때문에 차지도 뜨겁지도 않은 미지근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라오디게아 교회를 향한 주님의 말씀은 하나님을 향한 열정적인 삶이 그들에게 필요하다는 말씀이다.

2. 라오디게아 교회가 미지근한 상태에 있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자기들의 상황에 대한 라오디게아 교회 자체의 해석에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부요함을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주님은 서머나 교회를 향해 ‘내가 네 환난과 궁핍을 알거니와 실상은 네가 부요한 자니라(계시록2:9)’라고 말씀하신다. 서머나 교회는 환난과 궁핍이 있었고, 이런 고통은 당시의 사회적인 상황과 맞아떨어진다. 즉, 당시는 어떤 조합에 가입하지 않으면 일을 할 수 없었고, 조합에 가입하면 반드시 황제 숭배의 제의에 참여해야 했다. 따라서 서머나 교회 교인들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순결함을 지키기 위해 조합에 참여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경제적인 고통을 당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런 서머나 교회를 향해 주님은 ‘실상은 네가 부요한 자니라(계시록2:9)’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그렇다면 라오디게아 교회의 부요함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마 라오디게아 교회는 세상과 적당히 타협했고, 세상의 요구에 따라 조합에 참여하여 황제를 숭배하는 제의에 참석도 하는 그런 상태의 교회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계시록에 등장하는 7교회 가운데 칭찬이 없는 교회가 바로 라오디게아 교회이고, 이들에게 주님께서 요구하는 것은 네가 차지도 아니하고 뜨겁지도 아니하도다 네가 차든지 뜨겁든지 하기를 원하노라(15절)’라는 말씀이다. 라오디게아 교회의 부요함은 호세아시대의 부요함과 비슷한데 호세아서 12장에는 ‘에브라임이 말하기를 나는 실로 부자라 내가 재물을 얻었는데 내가 수고한 모든 것 중에서 죄라 할 만한 불의를 내게서 찾아 낼 자 없으리라(8절)’고 말하는 데, 호세아 당시의 상황으로 볼 때 이스라엘이 얻은 부는 우상숭배의 결과였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3. 요한이 계시록을 쓸 당시에는 엄청난 박해가 일어나고 있던 시대였다. 그리스도인들에 대한 박해는 조합을 통한 영업이 불가능해짐으로 경제적으로도 나타났고,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잡아가기도 하고, 매를 맞기도 하는 육체적인 모양으로도 나타나던 때이다. 이때 라오디게아 교회는 미지근한 모습으로 주님을 섬겼고, 그런 라오디게아 교회를 향해 예수님께서는 ‘불로 연단한 금을 사서 부요하게 하고 흰 옷을 사서 입어 벌거벗은 수치를 보이지 않게 하고 안약을 사서 눈에 발라 보게 하라(계시록3:18)’고 말씀하신다. 여기서 ‘사라’말을 반복함으로 라오디게아 교회의 부유함을 염두에 둔 말씀인 것을 알 수 있는데, 주님은 라오디게아 교회에 불로 연단한 금과 희 온 그리고 수치를 보이지 않게 하는 안약을 사라고 말씀하신다. 불로 연단한 금은 연단을 통한 영적 부요함을, 흰 옷은 교회 공동체의 정체성을, 안약은 영적 분별력을 키우라는 말이다. 이런 것들을 통해 ‘열심을 내라 회개하라(19절)’고 예수님은 라오디게아 교회를 향해 말씀하신다.

4.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여름은 풍요의 계절이고, 우리는 하나님의 은혜 가운데 풍성함을 누리며 7-8월을 보냈다. 말씀을 나누고 기도하면서 믿이 무엇인가를 고민했고, 하나님의 말씀을 통해 우리의 삶이 풍성짐도 나누었다.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일들이 있었다고 해도, 우리는 하나님을 의지하면서 살 수 있는 힘도 얻었다. 이제 우리는 다시 열정적인 그리스도인의 삶으로 돌아가서 라오디게아 교회처럼 책망받지 않도록 열심을 내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